최근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법관 탄핵'을 운운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김경수 사건이) 과연 '제대로 된 재판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법농단에 관여했던 판사들이 앉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당의 사법개혁 추진에 있어) 법관 탄핵 방안을 배제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이해찬 대표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 문 대통령 수사를 언급한 한국당에) 엄중 경고한다"며 "여러분의 당 대표였던 사람이 탄핵당했다. 탄핵당한 사람들의 세력들이 감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한단 말이냐"고 격분했다.

특히 민주당은 김 지사에게 유죄와 구속 판결을 내린 성창호 판사가 '양승태 측근'이라며 판결의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지만, 과거 성 판사가 탄핵정국 당시 연루된 인사들을 구속 결정한 것에 대해선 "마땅히 옳은 일"이라고 칭찬한 사실이 알려져 역풍(逆風)을 맞고 있다. 이처럼 여권이 이 사건에 대해 '내로남불' '아전인수' '지금은 틀리고 그때는 맞다' 식의 논조를 이어가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정권 차원의 정치적 부담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어떨까. 물론 자신의 심복이자 친문계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김 지사의 몰락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항의성 침묵"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 인권, 평화, 복지, 연대, 환경, 생명, 사람 등 좋은 가치가 모두 우리 쪽에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이 더 많이 지지하지 않는 것일까요? 심지어는 왜 거리감을 느끼기까지 하는 것일까요? 저는 제 자신도 포함해서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일종의 근본주의에서 해답을 찾고 싶습니다. 이석기 의원 사건이 보여준 것은, 철 지난 교조주의와 근본주의의 한계였습니다. 그와는 비교할 바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일종의 근본주의가 남아 있다고 느낍니다. 독재권력에 맞서 싸우던 민주화운동 시절 우리가 지켰던 원칙이나 순결주의 같은 것이 우리 내부에서 우리를 유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 책에서 진보 진영의 '근본주의', 즉 "무조건 우리의 입장만 옳고 보수나 반대편의 의견은 잘못됐다"는 식의 독선과 아집을 지적했다. 이슈 선점 면에서 진보 진영이 취약한 '안보와 성장 담론'도 보수의 가치라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다.

"이념이나 정책뿐 아니라 세력과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는 통합을 말하면서도 선을 긋고 편을 가르는 근본주의 같은 것이 없지 않습니다. 지난 (18대) 대선 때 종편 방송을 상대하지 않았던 것도 일종의 근본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근본주의가 우리의 세력과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스스로 발목을 잡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과정과 결과가 공정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포용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야당과의 협치, 소수의 목소리, 민심의 쓴 소리도 중시하면서 국정 운영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위 책에서는 진보 진영의 독선적 근본주의를 엄히 질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