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국무총리. 조선DB.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2018년 9월 17일 민주당 창당 63주년 기념식)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앞서 제시한 '20년 집권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50년 집권론'을 꺼내든 데에는 당내 유력한 대선주자가 다수라는 자신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권의 '대선주자 풍년'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는 지적이다. 정권 초만 해도 유력 차기 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1월 30일 댓글 조작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행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2월 1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 12부(재판장 홍동기)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안 전 지사는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상하 관계에서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했다고 보인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안 전 지사가 수행비서였던 김씨를 위세(威勢)로 눌러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권력형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1심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이재명 지사 역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라고 지시하고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 주장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혜경궁 김씨’트위터 계정 소유주 논란으로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까지 받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정가에서 회자됐던 ‘안이박김 시련설’이 다시 화제가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이박김’은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거론됐다. 당시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국감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시중에 ‘안이박김’이 회자되고 있다. 안희정·이재명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건데, 김은 누군가"라고 물은 것이다.
지난 대선 경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했거나 대립각을 세웠던 정치인들이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다는 취지였다.
일각에서는 '김'이 김경수 지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권 초반에 정치적 체급이 커진 여권 실력자는 이런저런 정치적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안이박김' 괴담은 정치권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민주당 내 유력 대선주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민주당의 대권 주자는 이낙연 국무총리 한 명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지사의 법정구속 직후 여권의 또 다른 잠룡으로 꼽히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주 주가가 급등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권 내 잠룡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유시민 이사장 둘 남았는데, 유 이사장이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 총리 하나 뿐이란 분석이다.
유 이사장은 대권과 관련 "무거운 책임 맡기 싫다"며 사실상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잠룡으로 꼽히긴 하지만 TK(경북 상주) 출신인 김 장관이 호남이 지역기반인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