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화약고’ 베네수엘라… 미·러 격전지 되나? : 월간조선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주변 국가들은 ‘반(反) 마두로’ 진영을 구축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친(親) 마두로’ 진영의 핵심인 러시아와 중국이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는 서방을 향해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베네수엘라가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회의에 참석해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언급한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 계획은 전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힌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마두로 대신 과이도 국회의장으로 지지 의사를 옮기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우리의 원조 발표는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국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단서를 달며 베네수엘라 여론에 영향을 끼치려는 미국의 의도를 그대로 보여줬다.

미국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구하는 등 주변국들과 접촉을 확대하며 마두로 정권 퇴진을 위한 국제적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캐나다, 영국, 브라질, 콜롬비아 등 13개국이 미국과 뜻을 함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 등 반대 진영은 즉각 ‘내정 간섭’이라며 서방 측 행동에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날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날 마두로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외부로부터 야기된 극심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합법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인정한 것은 워싱턴이 베네수엘라 위기에 직접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는 내정간섭이며 마두로를 권력에서 몰아내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중국도 가세했다. 중국은 “외부 세력이 베네수엘라 내정을 간섭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서방 측 행동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현재 쿠바와 볼리비아, 멕시코 등의 국가들이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며 러시아·중국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러시아는 마두로 정권 출범 이후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시설 등 총 41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중국 역시 55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베네수엘라에서 러시아 기업들이 활동을 확대하고 있고 통상·경제 및 투자 협력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글=정광성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