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청와대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임명 강행 방침에 반발, 모든 국회 의사 일정은 물론 2월 임시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월 24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오늘부터 모든 국회 의사 일정을 거부하고 2월 국회도 거부하겠다”며 “헌정 질서를 짓밟는 이 정부에 대해 우리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대표는 “60년 선관위 역사상 이런 선관위원이 임명된 적이 없다”며 “이 자리는 비상임위원이 아니다. 이건 앞으로 선거를 공정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부정선거를 획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는 장관급 인사가 8번째인데 이번에는 인사청문회를 하자는 양보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한국당은 이 부분에 대해 강력 대처해야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청와대 접견실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갖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국회는 인사청문 기간이 지나도 인사청문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또 대통령이 최장 10일의 기일을 정하여 인사청문 보고서 재송부 요청까지 하였으나 국회는 법정시한인 19일이 경과하였음에도 인사청문보 고서 채택은 물론 청문회조차도 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모든 절차가 완료된 후에도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마지막까지 국회의 합의를 기다렸으나 이 또한 무산되어 안타까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조해주 위원은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는 여덟 번째 장관급 인사로 기록됐다. 인사청문회를 아예 거치지 않고 임명되는 현 정부 첫 사례라는 기록도 남겼다.
조 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2017년 대선 백서(白書)에 문재인 후보 캠프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이 올라 있는 점 등 때문에 '정치 편향성' 논란을 겪었다. 또 자식 재산 증여세 탈루 의혹, 음주운전 전력 등도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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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비대위원장(좌)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우). |
자유한국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으로 정국의 파행은 지속될 전망이다. 조해주 위원 건(件)뿐 아니라 손혜원 의원의 대규모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야가 극한 대치 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한국당은 오는 2월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홍에 휩싸일 조짐이 일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한 데 대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부정적인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라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2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원 여성협의회 정기총회 및 발대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한 말씀이 아닐까"라면서도 "전 저의 길을 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누구는 하고 누구는 뒤로 밀고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정부의 총체적 난국 극복을 위해서는 역량을 다 합해서 총선을 이기고 그다음에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역량을 합하고 단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김 위원장의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경북 구미을 장석춘 의원 지역사무소를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계파 부활 조짐이 보이고 있고 특정 주자가, 특히 계파색이 강하다 보니까 내가 아무리 탈계파, 초계파를 크게 외치더라도 크게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라면서도 "다만 지금 대권 주자와 대선을 이야기할 때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권 주자들은 이번에 나오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문제"라며 "누구는 대권 주자다 누구는 아니다 쓰여 있는 것도 아닌데 그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조금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의 분란과 어려움,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분이나 책임 있는 분들, 혹은 당에 기여가 확실하지 않은 이런 분들은 출마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 홍준표 전 대표 등의 불출마를 촉구했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