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주의 다스(DAS) 본사 공장 전경. 사진=조선DB
120억 원을 횡령한 다스 전 경리 여직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 1심 판결 내용을 뒤집는 진술을 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서울고법 형사1부 김인겸 부장판사)에서 다스 전 경리 여직원 조○○씨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된 다스 비자금의 용처를 몰랐다’고 진술을 했다. 이 같은 진술은 ‘조씨가 다스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가는 비자금과 다스 경영진이 개인 횡령을 한 비자금을 구분했다’는 검찰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날 공판에서 “조씨가 권○○ 다스 전 전무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권 전 전무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모든 횡령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이견이 없었다.
다만 검찰은 ‘가지급금 지급’, ‘허위 급여 이체’ 등의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은 다스 경영진인 김○○ 다스 전 사장과 권○○ 다스 전 전무의 개인적인 횡령으로 봤고, ‘원자재 매입가 부풀리기’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은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비자금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조씨의 검찰 진술 내용 및 조씨가 제출한 USB를 증거로 제출했다. USB 속에는 2008년 특검 당시 이상은 회장의 요청에 따라 비자금 조성 방식을 설명한 ‘회장님 요청자료’라는 문건이 들어 있었다.
해당 문건에는 조씨가 ‘원재료 매입가 부풀리기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 전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조씨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는 “권 전 전무의 심부름으로 돈을 울산공항에 가지고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돈이 이○○ 금강 사장에게 전해지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고 적혀 있다. 조씨는 검찰에서도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이 “이○○ 사장에게 돈이 전달된 것을 보고 그 돈이 이 전 대통령에게 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조씨는 “언론에 이○○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이라고 보도된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변호인이 “결국 언론보도를 보고 추측한 말이냐”고 질문을 하자 조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검찰이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가지급금 지급 등의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은 다스 경영진을 위한 것이고, 원자재 매입가 부풀리기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은 이 전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고 구분하여 생각했냐”고 묻자, 조씨는 “비자금 조성 방식이 다양했지만 그 사용 용처가 무엇인지는 몰랐다”고 답변했다. 검찰 측은 당황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변호인이 다시 조씨에게 “조성 방식에 따라 비자금의 사용처를 구분하여 생각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고, 조씨는 “용처를 몰랐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도 다시 한 번 조씨에게 “다스 경영진에게 가는 비자금과 이 전 대통령에게 가는 비자금을 구분해서 조성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고, 조씨는 “용처를 몰랐다”는 기존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앞서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 정계선)는 조씨의 진술 및 USB 파일에 대해 “비자금 지시가 이 전 대통령에 의한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용처를 몰랐다”는 조씨의 이날 진술은 “조성된 비자금의 용처가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본인의 진술 및 USB 파일 내용을 뒤엎는 것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다스 자금 120억 원 횡령이 조씨의 단독 범행인지에 대한 변호인과 재판부의 추궁도 이루어졌다. 당시 이상은 회장이 120억 원 횡령의 주범은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 등 다스 경영진이라고 생각했고, 이상은 회장은 그 사실을 밝히고자 조씨를 퇴사시키지 않고 다스에 계속 재직하게 뒀다는 사실은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다만 검찰이 120억 원 횡령을 조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린 반면, 변호인과 재판부는 이상은 회장과 같은 맥락에서 “120억 원 횡령의 주범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조씨는 “120억 원은 자신이 단독으로 횡령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