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대여(對與) 공세에 나서는 정치인들 중 일부 과격한 인사들에게 '정신적 결함이 있다'면서 장애인에 빗댄 것이다. 이 대표는 관련 발언을 이어나가던 중 바로 정정했고, 이후 별도의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정치권에는 정신 장애인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즘은 좀 낫지만 옛날 산업화 초기에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산재(産災)로 그렇게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 아주 많다"며 "물론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된 분들도 많아서, 굉장히 어떤 때는 저도 놀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다음 논란의 대목이 나온다.

"아! 제가 말을..."

"그런데 그 신체 장애인보다도 더 한심한 사람들은... 아!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더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될 사람들은 정신 장애인입니다.

정치권에는 와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 장애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사과문을 발표, "(제가) 축사 중에 최근 유튜브나 SNS를 통해 허황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부 정치인의 행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있다는 비유를 들어 언급했다"며 "장애인 여러분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깊은 유감을 표하며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수습에 진땀 흘리는 이 대표가 간과한 3가지

나름 '조기 진화'에 나섰음에도 이 대표의 실언이 주는 충격이 큰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우선 상황 파악이 안 됐다. 이 대표가 실언한 자리는 다른 데도 아닌 민주당 장애인위원회 행사였다. 게다가 축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평소 격하게 토로하고 싶은 바가 있었더라도 자리를 골라 가면서 해야 했다.

둘째, 집권여당 대표로서 비난의 정도가 지나쳤다. 이 대표는 본인이 느끼기에 과격하다고 생각한 일부 반대편 정치인들을 향해 "저게 정상인가(라고 의심이 든다)"며 '정신 장애인'이라고 비난했다. 일침을 놓기보다 감정이 더 앞섰다.

셋째, 정치적 비난을 위해 장애인을 비유의 도구로 삼았다. 중도에 바로잡기는 했으나 "신체 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정신 장애인들)"이라는 표현도 했다.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 됐다.

"보수 궤멸, 文 실장, 베트남 여성"... 이어지는 구설수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전부터 계속 구설수에 올랐다. 작년 대선 전부터 장기집권론과 보수궤멸론을 주장, "보수를 협치와 통합의 파트너가 아닌 궤멸 대상으로 적대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여름, 당 대표 경선 기간 때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질문을 던진 진행자를 되레 추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즈음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문 실장'이라고 잘못 부르기도 했다. 과거 회상 부분(*노무현 정부 당시 이 대표는 총리, 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직급상 상하관계였다)과 연계된 대목이었지만, 이 대표는 두 번씩이나 '문 실장'이라고 말하는 등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가을, 북한에 가서는 북 인사를 만나 "내가 살아 있는 한 이 정권을 다시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는 "한국 남성들은 다른 (외국인) 여성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더 선호한다"는 발언을 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외국인 여성들을 국적별로 나눠 상품화했다' '우리 사회 다문화가정에 상처를 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