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왜 두 대사를 양 옆에 앉혔을까? : 월간조선

재외공관장 초청 청와대 만찬장에서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거명되는 우윤근 주(駐) 러시아 대사와 노영민 주 중국 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양옆에 앉은 것을 두고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12월 10일 청와대에서는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이 열렸다. 이날 헤드 테이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그 오른쪽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왼쪽엔 노영민 주중 대사가 각각 자리를 잡았다.

<문화일보>(12월 21일 자)는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차기 대통령비서실장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이들”이라며 “문 대통령과 ‘우(右)윤근 좌(左)영민’ 간에 나지막한 대화 소리가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문 대통령과 우윤근·노영민 대사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에 초점을 뒀다. 당시 헤드 테이블에 앉은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똑같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내년에 어떻게 할 것입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우 대사는 “기회가 되면 총선에 나가고 싶다”며 국회 재입성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반면 노 대사는 “저는 총선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신문은 “자신의 출신지인 충북 청주(흥덕을) 지역을 또 다른 친문 인사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꿰차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 공관장의 전언을 인용해 “대통령이 총선 정국을 앞두고 청와대 개편이나 국정 운영과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두 사람의 답변으로 봤을 때 우 대사는 국회로, 노 대사는 후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2015년 당시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의원은 ‘시집 강매’ 논란에 휩싸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직을 사퇴한 전력이 있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결제 단말기를 두고 산자위 피감(被監)기관에 자신의 시집 <하늘 아래 딱 한 송이>를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노영민 대사는 노동운동권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맡는 등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우윤근 대사는 최근 건설업자 장모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씨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 대사의 측근인 김모씨는 2016년 4월, 우 대사의 총선 출마를 앞두고, 장씨 측에 1,000만 원을 자신의 동서 명의로 돌려주고 차용증을 작성했다는 취지의 반박을 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신문은 통상 주미·주일 대사가 대통령의 양옆에 앉는 데 반해 주중·주러 대사를 앉힌 건 다소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참석자들에 따르면 자리 배치에 대해선 주최 측의 사전 설명이 있었다”고 했다. 공관장 부임 전 장관급을 거친 횟수가 많은 사람부터 대통령의 옆 좌석에 배치하되, 횟수가 겹치는 경우 입법-사법-행정부 출신 순으로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전서열 원칙을 알렸다는 것이다.

그러한 원칙에 따라 장관급 자리만 3번(교섭단체 원내대표, 국회 법사위원장, 국회 사무총장)을 거친 우 대사가 서열 1위로 대통령 오른쪽에 앉았다. 노 대사는 국회 산자위원장을, 조윤제 주미 대사는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하여 장관급을 한 번씩 했는데 입법부 우선에 따라 노 대사가 대통령 왼쪽 자리를 차지했다는 얘기다.

신문은 “재외공관장 중 서열 3위로 밀린 조 대사는 문 대통령 오른쪽으로 세 칸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며 “당연히 언론지상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가 오해할 수 있겠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한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