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金氏) 일가' 등 지도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최근 열린 김정일 7주기 행사에서 낭독된 추도사에 반감을 드러냈다. 주민들을 핍박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김정일에 대해 "쪽잠을 자고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미화했기 때문이다. '찬양 일색'인 추도사 내용을 들은 한 주민은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총부리를 북한 지도부에게 돌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오늘(17일) 평안남도의 각 시, 군 '여맹'(조선민주여성동맹: 북한의 근로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직된 노동당의 외곽 여성단체) 조직에서는 김정일 사망 7주기를 맞아 여맹원들이 태양상에 꽃을 증정한 후 문화회관으로 이동해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추모 행사에서는 김정일의 일생에 대한 추도문이 한 시간 넘게 낭독됐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이 소식통은 "기본적으로 '장군님의 생애는 쪽잠과 줴기밥(주먹밥)으로 (숙식을 하고) 야전 열차를 타고 현지 지도를 이어간 절세위인의 한평생'이라는 게 추도문의 (핵심) 내용"이라며 "아침 9시부터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추위에 떨어야 했던 여맹원들은, 추도문 내용까지 허위에 찬 거짓말이어서 행사가 끝난 후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이다.

"올해가 (김정일이) 사망한 지 7주기라고 하지만 정말 장군님을 애절하게 추모하는 주민들이 몇 명이나 되겠는지 모르겠다. 고난의 행군 시기 수백만의 주민이 굶어 죽어도 위에서는 호의호식하면서 잘살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김정일이) 쪽잠과 줴기밥으로 한생을 보냈다는 추도문 내용에 어이가 없어 분노하는 것이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수령을 절대적으로 모셔야 하는 북한에서, 간부들이 장군님에게 줴기밥을 올렸다는 게 말이 되느냐."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주민들이 평가하는 김정일 시대는 '인민들이 굶어 죽어도 사회주의 지킨다며 군대만 내세워 아버지(김일성)의 업적을 말아먹은 시대'"라면서 "굶어 죽지 않으려고 공장의 전기선을 잘라 밀가루와 바꿔 먹다 '반역죄'로 공개처형당한 사람의 가족들은 지금도 (김정일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이다.

"해마다 김정일 추모행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행사는 위에서 조직한 강제적인 행사일 뿐, 주민들은 오히려 이날을 과거의 원한을 되새기는 날로 삼고 있다. 만일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보위부, 보안서 간부들에게 먼저 총부리를 돌리겠다고 하는 주민들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