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청와대 '민간인 사찰' 김태우 사건과 박근혜 청와대 '십상시 문건' 박관천 사건, 같은 점과 다른 점 : 월간조선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직무 범위를 벗어난 감찰 활동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사건이 박근혜 청와대의 박관천 행정관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보고서 내용이 허위'라고 발뺌한 점은 완전히 똑같다. 두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文), 박근혜 청와대는 (朴)으로 표기한다.

<공통점>

1.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했다.

(文)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보고서에는 전직 총리 아들, 전직 관료의 비트코인 투자 현황이나 민간 은행장 동향 등이 담겨 있다. 특감반은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 등에 한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하도록 돼 있다. 순수 민간인인 전직 총리나 전직 관료, 민간 은행장은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다.

(朴) 박관천 행정관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이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와 주기적으로 접촉했다는 동향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는 비선 실세 정윤회와 청와대 내 이른바 ‘십상시’가 정책 결정, 이권 개입 등에서 월권을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문건, 이른바 '십상시 문건'이 <세계일보>를 통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건에는 이들과 관계 있는 민간인에 대한 내용이 많다.

2. 청와대는 '보고서 내용이 허위'라고 발뺌했다.

(文)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며 “자신이 생산한 첩보문서를 외부에 유출하고 허위 주장까지 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허위 주장이라고 일축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朴) 당시 박 대통령은 "지라시(찌라시) 같은 근거 없는 이야기에 나라가 흔들리는 게 부끄럽다"며 "흔들리지 말고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사진=뉴시스

3. 문서 내용은 차치하고 유출만을 문제 삼아 당사자에게 보복성 인사 조치를 취하고, 구속에 나섰다.

(文) 김태우 수사관은 우윤근 문건 후 청와대에서 미움을 받았고,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법적 조치를 언급하고 있다.

(朴) 박관천 전 행정관은 보고서를 보고한 후 청와대에서 나와야 했고, 경찰에 돌아간 후에도 한동안 무보직으로 있다가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으로 보내졌다. 박 전 행정관은 "당시 청와대에서 '박관천은 이 정권하에서는 절대 좋은 보직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은 박관천 행정관의 문건 유출을 문제 삼아 구속했다.

4. 비서실장은 보고를 받았지만 묵살했다.

(文) 김태우 수사관은 우윤근 주러 대사 관련 첩보가 조국 민정수석을 거쳐 임종석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됐지만 아무 조치가 없었다며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朴) '십상시 문건'은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됐다. 김 실장은 "지라시 수준의 정보라서 묵살했다"고 밝혔다.

5. 청와대 실무자가 정권 실세를 겨냥했다.

(文) 보고서에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거론된 우윤근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며 우 대사는 임종석 비서실장 후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朴) 보고서는 정윤회, 박지만 등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비위사실을 적나라하게 보고했다.

<차이점>

일부 언론은 "김태우 사건과 박관천 사건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건 유출 경로만 다소 다를 뿐 사건의 본질과 양상은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 문건 유출 경로

(文)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하는 전 특별감찰반 직원이 언론에 이메일로 보고서와 증거자료를 보냈다. 청와대는 "비위가 적발된 직원이 앙심을 품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朴) 문건을 언론이 확보해 보도했다. 청와대 내에서 고의적으로 유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문건 작성 후 청와대의 인사조치까지 기간

(文) 김 수사관이 작성한 우 대사 첩보보고는 2017년 9월쯤 생산된 것이며, 김 수사관이 청와대에서 나오게 된 것은 최근이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보복조치'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朴) 박관천 전 행정관은 '십상시 문건' 작성 직후 문건의 사실 여부가 확인도 되기 전에 인사조치 됐다고 주장했다. 박관천 전 행정관은 보고서를 보고한 후 '(윗선에서) 이 사람은 콕 찍어 내보내야 한다고 해서 (청와대를)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사건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했다. 청와대가 정권 실세 비위 첩보를 묵살한 데 이어 민간인을 사찰한 의혹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박관천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며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