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사진=뉴시스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모 수사관이 우윤근 주(駐)러시아 대사의 비위(非違) 의혹을 폭로하자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미꾸라지”에 비유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사안의 진위(眞僞) 여부를 떠나 ‘한 사람의 인격을 모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12월 15일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 김모 수사관이 작성한 문건에 대해 보도했다. 이 문건에서 김 수사관은 “나는 친여(親與), 친야(親野) 여부를 가리지 않고 비리 첩보를 작성해 왔다”며 “그런데도 (우윤근 주러 대사 등 여권 인사에 대한 감찰 보고서 때문에) 현 정부에 미움을 받게 돼 (특감반에서) 쫓겨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지난해 9월 우윤근 대사가 건설업체 대표 J회장으로부터 조카 취업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1,0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의 감찰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김 수사관이 지인으로부터 J회장을 소개받아 이야기를 들은 뒤 작성했다고 한다.
김 수사관은 “우 대사가 지난 2009년 4월 제보자(J회장)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고 1,000만 원을 수수했다는 내용”이라며 “우 대사는 7년이 지난 2016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1,000만 원 수수 건이 문제 될까 두려워 제보자에게 돌려줬다”고 했다. 이어 “제보자는 당시 상황을 모두 알려줬고, 우 대사가 1,000만 원을 돌려준 내용, 거래 내역, 통화 녹음 파일까지 나에게 제공했다”고 했다.
김 수사관의 폭로가 보도되자 청와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같은 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며 ”허위 사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미꾸라지’라고 표현하자 인터넷상에는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다. ‘인격모독성 표현’이라는 지적부터 ‘과거 정부와 다를 바가 뭐냐’는 지적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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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김모 수사관을 '미꾸라지'라고 하자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위 사진은 '네이버'에서 관련 뉴스의 댓글을 '순공감순'으로 정렬한 것이다. 순공감순 1~5위까지 모두 청와대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사진=네이버 뉴스 캡처 |
snow****란 네티즌은 “청와대 직원이었고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을 미꾸라지라고 했냐? 이 정도니 일반 국민은 뭐겠나. 미꾸라지(보다) 못한 존재지”라고 비판했다. 이 네티즌은 “제보자를 미꾸라지라 칭하고 틀렸다고 몰아대다니. 겁난다. 독재자의 전형”이라고도 했다.
wjin****란 네티즌은 “인권타령 오지게 하더니 수사관을 미꾸라지라 하네? 수사관은 미꾸라지탕 되겠네”라고 냉소를 보냈다. bara****란 네티즌은 “지들이 비위 저질러놓고 내부고발자한테 미꾸라지 취급ㅋㅋ”이라고 지적했다. meso****란 네티즌도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미꾸라지에 비유하다니 천박한 청와대로다”라고 했다.
pian****란 네티즌은 고영태, 노승일씨와 빗대기도 했다. 이들 두 사람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씨의 전횡(專橫)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지금의 여권 인사들로부터 ‘위대한 공익제보자’라고 극찬을 받았었다. 이 네티즌은 “정의를 위한 내부고발자는 지켜줘야 한다며? 고영태랑 노승일은 지켜주자던 사람들이 왜 이러시나”라고 비꼬았다.
jjt8****란 네티즌도,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를 '비선 실세'라고 폭로한 박관천씨와 빗댔다. 그는 “박관천이 정윤회 폭로할 때는 잘했다면서 박수 치더니만, 특별감찰관 짤린 김모씨가 우윤근 폭로하니까 쓰레기 취급”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적반하장’ ‘철면피’ ‘적폐’ 등 청와대를 비난하는 원색적인 용어가 줄을 잇고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