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北, 처음부터 非核化 생각 없어... 김정은 바뀔 것으로 안 본다” : 월간조선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14~1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의 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기업연구소(AEI)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한에 대해 비판적 분석을 내놨다.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미북(美北) 간 비핵화 협상엔 응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가 불순하다고 혹평한 것이다.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는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대한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조치들은 전혀 실질적이지 않다”며 “(지난 5월 북한이 첫 비핵화 조치라며 실시한)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시설, 또 언제든 다시 지을 수 있는 시설을 폭파한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만약 북한이 진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한국을 향하고 있는 수만 개의 (장사정포) 포문(砲門)부터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벌인 북한의 ‘매력 공세’와 여러 차례 (남북·미북 간)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바뀔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북핵(北核) 프로그램과 반(反)인륜 범죄의 종말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 정권을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에 비유하며 “북한의 변화는 무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北은 변한 것 없는데 韓만 急變”... 美 정부 우려

대북제재 전문가이자 미국 의회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역을 지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변한 것이 없다. 오히려 변화한 쪽은 한국이고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내부적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 문제는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반드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前)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4일 ‘VOA’ 주말 토론 프로그램 <워싱턴 톡>에 출연,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4일 북한 핵무기 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실시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 시설 폭파 순간, 목조 건물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대한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조치들은 전혀 실질적이지 않다”며 “(지난 5월 북한이 첫 비핵화 조치라며 실시한)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시설, 또 언제든 다시 지을 수 있는 시설을 폭파한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힐 전 차관보는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외무성 인사들 간 만남이 지연되고 있는 데 우려를 표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 외무성 인사들과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는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가 진지하지 않다’는 맥락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북 비핵화 협상은 북한이 미국의 실무협상 및 고위급 회담 개시 요청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힐 전 차관보는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위한) 실무회담이 열리지 않아도 2차 미북 정상회담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회담이 성공해 (북한) 비핵화로 이어질 것인가가 문제”라고 전망했다.

힐 전 차관보는 최근 북한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을 고대하는 등,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의 ‘대북 접촉 속도’를 지적하면서 “남북관계의 많은 진전이 미국에 어려움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에 많은 진전이 있는 반면,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거의 없다면 긴장이 조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