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에서 '민주시민교육' 실시한다... 교육계 "이념편향교육 우려" : 월간조선

전국 초중고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실시된다.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 등을 별도로 교육시키겠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51개 학교에 '민주시민학교(가칭)'가 설치된다. 좌파 정부가 선동하는 이념화 교육의 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13일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방안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는 입시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내년 51개교에서 민주시민학교를 시범 운영한 후 계속 확대하겠다"고 했다.

교육부 안에 따르면 민주시민학교는 학교 운영에서 교장 대신 교사나 학부모 권한을 중시하고, 학생회 등 학생 자치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이는 현재 운영 중인 '혁신학교'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교육당국의 일방적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에게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봉변을 당했을 정도로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해당 학교에 교육당국이 추가 예산을 주는 점도 비슷하다.

이날 발표된 계획에는 민주시민학교를 신설하는 안 외에도 획기적인 내용들이 있다. 우선 초·중·고교에서 기존 사회와 도덕 과목 등을 통합해 ‘시민’(가칭)이라는 새 과목을 만드는 방안이다. 이 과목에서는 인권과 평화, 환경, 정의 등을 단원으로 다루며 주제 중심으로 토론식 수업을 할 수 있다.

또 고등학교에서는 향후 도입될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민주시민교육과 관련된 ▲시민 ▲토론 ▲미디어 리터러시 등을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요즘 가짜뉴스가 많은데 형식은 뉴스처럼 보여 진위 판별이 어렵다. 이를 가려내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말했다. 새 과목의 편성 등은 교육과정이 개정돼야 가능해 2022년에나 결정될 예정이다.

학생 자치활동도 강화한다. 우선 모든 학교가 학생회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예산과 공간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학급회 등 학생자치활동을 위한 시간을 의무적으로 배정한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일선 학교 중 민주 교육에 관심이 있는 곳을 추려 ‘민주시민학교’로 지정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선 학교의 신청을 받을 예정인데 관심을 보이는 학교가 많다"며 "애초 계획보다 지정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교육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념 성향을 대변하는 용어인 ‘시민’을 교과명으로 쓰면 자칫 학교의 정치화를 부추길 수 있다”면서 “민주시민학교도 현장에서 거부감이 있는 혁신학교를 문패만 바꿔 달아 확산시키려는 의도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시민학교가 2009년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 시절 도입한 '혁신학교'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혁신학교는 토론·참여식 수업을 하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전국 초중고교 1만 1,000여 곳 중 혁신학교 비율은 13.8%(1525곳)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용어 자체가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다. 학교가 이념 편향적인 교육의 장이 되거나 전교조 교사들의 권한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