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기업 노조는 대체 뭘 하는 조직인가 : 월간조선

며칠 전 공기업 전(前) 사장을 인터뷰했다. 사기업 출신인 그는 공기업에 취임하면서 "세상에 이런 조직이 있나"라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아무리 독점 기업이고 손해가 나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지만 이토록 경쟁력이 없고 경쟁을 두려워하는 조직은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3년간 공기업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에 나서왔다. 자연히 노조와 충돌이 생겼다.

그는 "호봉제로 연봉과 성과급이 결정되는 만큼 성과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고, 임원으로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해도 거절하는 곳이 바로 공기업"이라며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우선, 고객만족이라는 태도는 찾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노조의 적'이었고,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지금도 노조가 그를 고소한 사건이 재판 중이다. 근로기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다.

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기업의 인사시스템을 도입, 저성과자를 선정하고 '성과향상교육'을 실시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므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가 있었던 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기업 노조는 낙하산 사장을 '노조의 적'으로 공격하는 등 비슷한 형편이다.

반면 '노조의 벗' 공기업 사장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KTX 강릉선 탈선 사고 등 잇따른 열차 사고에 책임을 지고 11일 사퇴했는데, 노조는 오 사장의 사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조는 10일 낸 성명서에서 "오영식 사장이 철도 전문가가 아니라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건 잘못된 진단으로 철도의 안전은 CEO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확보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 홈페이지에는 "오 사장 사표를 반려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 인터넷 주소와 함께 "사퇴 반대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오 사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전대협 의장을 지낸 골수 운동권 출신이다. 16, 17,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대 총선에서 컷오프되자 '낙하산'으로 지난 2월 코레일 사장에 취임했다. 오 사장은 취임 후 남북철도연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치적 이슈에 집중하는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철도사고가 나는 등 안전은 뒷전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KTX 해직승무원을 복직시키는 등 노조 요구를 대폭 수용해 노조의 지지를 얻었다. 일각에서는 "현재 코레일은 철도노조가 이끌어가는 회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안전불감증과 기강해이로 사고를 유발했다고 지적받는 '운동권 출신 낙하산 사장'은 옹호하고, 경영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시도한 기업인 출신 사장은 공격하는 것이 공기업 노조의 모습이다. 대국민 서비스 경쟁력 강화는 공기업에 기대하기 어렵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