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 직원들의 잇단 비위로 궁지에 몰린 조국 민정수석이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최근 특감반 일부 직원은 사적(私的)으로 수사 내용을 알려달라고 경찰에 종용하거나, 업무 시간에 골프 회동을 가지고 향응을 받는 등의 비위를 저질러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특감반 전원 교체로 의혹을 불식시키려 했지만,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경질론'이 불거지면서 국회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특감반은 청와대 내 특별감찰 조직으로 민정수석실 산하 4개 비서관실 중 3곳에 설치돼 있다. 대통령 친인척, 정부 부처 고위공직자, 공공기관, 청와대 직원들을 감찰하는 업무를 맡는다. 특감반 직원들은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다.

3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이뤄진 자신과 조 수석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 내용을 보면, 조 수석은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현직을 꿋꿋이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하 관련 부분을 해당 보도에서 옮긴다.

<(이 의원) "야당이 조 수석을 비난하고 하고 있는데, 너무 상심하지 마시라, 많은 국민들이 조 수석의 개혁을 응원하고 있다."

(조 수석) "저는 온갖 비난 받아 안으며 하나하나 사태를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실컷 두들겨 맞으며 일한 후 자유인이 되겠습니다.">

정의당, 민평당까지 경질 필요성 시사

한편, 이러한 그의 고집과 상관없이 야권은 이날 일제히 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들은 물론, 진보 성향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조 수석의 인사 무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 수석은 자기 정치나 하려 하지 말고 자기 검증이나 철저히 하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가 '비위를 키우는 온상'이 되고 있다는 데 국민 앞에 사과하고, 조 수석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총체적 관리부실 책임을 물어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미당 원내대표는 "정권 말기에도 보기 힘든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조국 민정수석의 경질부터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정화 대변인은 "조 수석의 경질은 야당의 요구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다. 청와대가 인사 참사와 의전 실패, 기강 해이 등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라며 "민주당은 조국(曺國)을 지킬 것인지 조국(祖國)을 지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민평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에서 연이어 기강 문란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조 수석이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조 수석은 인사검증의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벌어진 비위 행위가 점입가경이다. 이제는 현직 장관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며 "청와대 직원 몇몇의 일탈이 아니라 정권 자체의 구조적 문제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청와대는 비위 사실에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혹시라도 은폐·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당장 멈춰야 한다"며 "청와대가 할 일은 비위 사실의 진상을 전면적으로 공개하고 책임질 이들은 마땅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서도 고개 드는 '조국 불가론'

여권에서도 조 수석의 경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 정권의 청와대 수석이라고 해서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여당이 나서서 감싸다 보면 민심 이반을 야기할 수 있고,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혼란케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려 "민정수석실 전체에 대한 신뢰와 권위 상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직의 시작과 끝은 책임"이라며 "특히 대통령을 직접 모시는 참모는 다른 공직자들보다 더 빠르고 더 무겁게 결과에 대한 정무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의원은 "이제 민정수석이 책임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이 됐다.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드리는 게 비서 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여권이 당 차원에서 '조국 지키기'에 나선 다음 날에도 "(본인 입장이) 변할 것 같으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안 되는 것"이라며 조 수석 사퇴에 대한 본인의 소신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밝혔다.

감싸는 이해찬

반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직접 나서 조 수석을 보호했다. 그의 허물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중을 잘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안의 크기만큼 관리자가 책임져야 하는데, (조 수석이 물러날 만큼 이번) 사안 크기가 그렇게 큰 사안이 아니다"라며 "처세를 잘못한 행위이지 크게 뇌물을 받아먹거나 한 사안은 아니다. 그런데 다 책임지기 시작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책임져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 대표는 "우리 당 내에도 선거법 위반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보도가 된다"며 "그때 제가 매번 책임질 것인가. 경중을 가려야 한다"고 했다.

조국을 향한 公憤

여권의 감싸기에도 조 수석에 대한 공분(公憤)이 일어나는 것은 비단 특감반 직원들의 일탈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대외적으로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외부 여론에 국정 성과를 홍보하는 데는 열중한 반면, 정작 민정수석으로서 조직 관리 및 인사 감독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 민심의 분노를 불러온 것이다.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참모가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세간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