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반문(反文)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을 다시 꺼내들면서부터다.
경찰은 작년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와 그 측근들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린 트위터 계정, 속칭 '혜경궁 김씨'의 사용자를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로 봤다. 경찰은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를 이용, 문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이 사실인 양 비방하는 글을 썼다고 봤다. 경찰은 문준용씨와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김혜경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이 지사는 '문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분명히 가려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거짓 유포뿐 아니라 사실 적시로도 성립되는 경우가 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저와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면서도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경찰 수사를 반박하는 차원에서 문준용씨 사건을 예시로 든 셈이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반문 프레임'으로 궁지에 몰렸던 그가 오히려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려 현 정권과 정면승부를 벌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왕 궁지에 몰린 상황이니만큼, 차제에 '투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켜 차기 대권 후보로서 체급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 지사는 작년 5월 현 정권 출범 직후부터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해 왔고, '문팬'들의 비판까지 받아들이며 몸을 낮추고 있다. 이 지사는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은 (문 대통령과 본인을 떼어놓으려는) 이간계"라며 "우리는 문재인 정부 성공,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차이를 넘어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지지 세력은 이 지사가 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펼쳤던 점을 기억하면서, 이 지사는 '친문(親文)'과는 거리가 먼 성향이고 차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현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 지사는 재작년부터 가시화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조기 대선 정국에서 문 후보를 어떻게 견제해 왔을까.
'박근혜 심판론'으로 文 견제
이 지사는 2016년 11월 20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박 대통령 결단 땐 명예 퇴진 협력" 신분 보장 첫 언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박근혜 퇴로 보장 안 된다. 퇴진 후 반드시 구속 처벌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지사는 "정치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학살자 이승만, 군사반란 인권 침해 박정희, 쿠데타와 광주 학살 전두환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간이 부은 박근혜가 대놓고 불법을 감행한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법은 평등하다는 것을 '박근혜 구속 처벌'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로부터 8일 뒤에는 서울 중구에서 열린 한 강연에 나와 "박 대통령을 구속해서 개망신을 줘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내가 이긴다. 대세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그해 12월 21일 쓴 칼럼에서 "문재인은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중도 쪽으로 다가가는 발언을 하다가 이재명이 강성 발언으로 인기를 끌자 집토끼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핸들을 다시 왼쪽으로 급격하게 꺾었다"고 밝혔다. 그의 분석이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밖에 없다'라는 문재인의 발언은 이재명이 '국민이 원하는데 기각하면 헌재가 쓸려나갈 것'이라는 말을 한 지 한참 지나 나왔다. 이재명의 인기 비결은 문재인이 신중한 모드로 주춤하는 틈새를 치고 들어가는 강성 발언이다. 이재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와 관련해서도 '청와대에서 나오는 순간 수갑을 채워 수감할 것을 요구한다'고 세게 나갔다."
실제 다음날 나온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이 지사는 '문재인의 탄핵 안 되면 혁명 주장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나 같으면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헌재에서 기각 안 되게 최선을 다하고, 기각되면 국회에서 퇴진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해야지"라고 말했다.
"文 아닌 이재명이 대선 후보 돼야 박근혜 엄벌"
이처럼 이 지사는 '박 전 대통령 심판론'을 내세워 문 대통령을 견제해 왔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말하는 수위보다 더 강력하게 발언함으로써 인기를 끌려고 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 돌입하자, 경쟁 상대인 문 대통령을 향해 '박 전 대통령 단죄에 어느 정도로 동의하느냐'고 압박하기도 했다. '박근혜'를 고리로 삼아 '문재인'을 옥죄겠다는 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작년 1월 13일 페이스북에 '재벌 체제 해체 관련 문재인 고문께 공개질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재벌 횡포의 대표적 사례인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촛불민심은 '재벌 해체와 이재용 구속'을 외치고 있다"며 "그런데 문 고문은 아직 이재용 구속 촉구와 불법재산 환수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라고 밝혔다. 그해 3월 22일에는 이렇게 적었다.
"박근혜 구속 주장 한 번도 안 하고, 아니 구속 주장 반대하고, 명예로운 퇴진을 말하고, 사면 불가약속 거부하는 문(재인)과 안(안희정). 대연정으로 박근혜의 몸통 세력과 손잡고 권력을 나누겠다는 안, 재벌 기득권과 실질적 대연정을 하려는 문이 후보가 되면 요식 절차를 거쳐 박근혜와 일당은 살아날 게 분명합니다. 초지일관 '박근혜 이재용 구속 처벌, 사면 불가'를 외쳐온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박근혜는 '구속 엄벌' 되겠지만, 박근혜의 구속을 바라지 않는 게 분명한 문·안이 후보가 되면 검찰이 박근혜를 구속할까요?"
"文, 재벌·기득권자들에게 유연한 것 아니냐"
다음날에도 이 지사는 "(문재인, 안희정) 두 후보 모두 인양된 세월호와 하늘의 단원고 학생들에게 답하라. 박근혜의 구속, 사면 불가에 반대하는가, 찬성하는가"라며 "문재인 후보도 희생자 유가족의 눈물을 똑똑히 보라. 아직도 낡은 과거와 연결된 부패 기득권 세력을 곁에 두고 대통령이 되려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그해 3월 24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7차 TV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 "문 후보가 (박근혜, 이재용) '구속이나 사면금지를 약속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이해하겠다"면서 "그것 자체가 재벌 또는 기득권자들에게 유연한 게 아니냐. 그래서 결국 재벌 기득권에 편향돼 있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틀 뒤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밝힘으로써 문 대통령을 공박했다.
"박근혜 이재용 구속, 사면 금지 약속은 못한다는 게 문재인 후보님의 입장... 판단은 국민의 몫입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경찰은 작년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와 그 측근들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린 트위터 계정, 속칭 '혜경궁 김씨'의 사용자를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로 봤다. 경찰은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를 이용, 문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이 사실인 양 비방하는 글을 썼다고 봤다. 경찰은 문준용씨와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김혜경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이 지사는 '문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분명히 가려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거짓 유포뿐 아니라 사실 적시로도 성립되는 경우가 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저와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면서도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경찰 수사를 반박하는 차원에서 문준용씨 사건을 예시로 든 셈이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반문 프레임'으로 궁지에 몰렸던 그가 오히려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려 현 정권과 정면승부를 벌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왕 궁지에 몰린 상황이니만큼, 차제에 '투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켜 차기 대권 후보로서 체급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 지사는 작년 5월 현 정권 출범 직후부터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해 왔고, '문팬'들의 비판까지 받아들이며 몸을 낮추고 있다. 이 지사는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은 (문 대통령과 본인을 떼어놓으려는) 이간계"라며 "우리는 문재인 정부 성공,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차이를 넘어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지지 세력은 이 지사가 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펼쳤던 점을 기억하면서, 이 지사는 '친문(親文)'과는 거리가 먼 성향이고 차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현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 지사는 재작년부터 가시화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조기 대선 정국에서 문 후보를 어떻게 견제해 왔을까.
'박근혜 심판론'으로 文 견제
이 지사는 2016년 11월 20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박 대통령 결단 땐 명예 퇴진 협력" 신분 보장 첫 언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박근혜 퇴로 보장 안 된다. 퇴진 후 반드시 구속 처벌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지사는 "정치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학살자 이승만, 군사반란 인권 침해 박정희, 쿠데타와 광주 학살 전두환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간이 부은 박근혜가 대놓고 불법을 감행한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법은 평등하다는 것을 '박근혜 구속 처벌'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로부터 8일 뒤에는 서울 중구에서 열린 한 강연에 나와 "박 대통령을 구속해서 개망신을 줘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내가 이긴다. 대세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그해 12월 21일 쓴 칼럼에서 "문재인은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중도 쪽으로 다가가는 발언을 하다가 이재명이 강성 발언으로 인기를 끌자 집토끼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핸들을 다시 왼쪽으로 급격하게 꺾었다"고 밝혔다. 그의 분석이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밖에 없다'라는 문재인의 발언은 이재명이 '국민이 원하는데 기각하면 헌재가 쓸려나갈 것'이라는 말을 한 지 한참 지나 나왔다. 이재명의 인기 비결은 문재인이 신중한 모드로 주춤하는 틈새를 치고 들어가는 강성 발언이다. 이재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와 관련해서도 '청와대에서 나오는 순간 수갑을 채워 수감할 것을 요구한다'고 세게 나갔다."
실제 다음날 나온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이 지사는 '문재인의 탄핵 안 되면 혁명 주장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나 같으면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헌재에서 기각 안 되게 최선을 다하고, 기각되면 국회에서 퇴진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해야지"라고 말했다.
"文 아닌 이재명이 대선 후보 돼야 박근혜 엄벌"
이처럼 이 지사는 '박 전 대통령 심판론'을 내세워 문 대통령을 견제해 왔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말하는 수위보다 더 강력하게 발언함으로써 인기를 끌려고 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 돌입하자, 경쟁 상대인 문 대통령을 향해 '박 전 대통령 단죄에 어느 정도로 동의하느냐'고 압박하기도 했다. '박근혜'를 고리로 삼아 '문재인'을 옥죄겠다는 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작년 1월 13일 페이스북에 '재벌 체제 해체 관련 문재인 고문께 공개질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재벌 횡포의 대표적 사례인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촛불민심은 '재벌 해체와 이재용 구속'을 외치고 있다"며 "그런데 문 고문은 아직 이재용 구속 촉구와 불법재산 환수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라고 밝혔다. 그해 3월 22일에는 이렇게 적었다.
"박근혜 구속 주장 한 번도 안 하고, 아니 구속 주장 반대하고, 명예로운 퇴진을 말하고, 사면 불가약속 거부하는 문(재인)과 안(안희정). 대연정으로 박근혜의 몸통 세력과 손잡고 권력을 나누겠다는 안, 재벌 기득권과 실질적 대연정을 하려는 문이 후보가 되면 요식 절차를 거쳐 박근혜와 일당은 살아날 게 분명합니다. 초지일관 '박근혜 이재용 구속 처벌, 사면 불가'를 외쳐온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박근혜는 '구속 엄벌' 되겠지만, 박근혜의 구속을 바라지 않는 게 분명한 문·안이 후보가 되면 검찰이 박근혜를 구속할까요?"
"文, 재벌·기득권자들에게 유연한 것 아니냐"
다음날에도 이 지사는 "(문재인, 안희정) 두 후보 모두 인양된 세월호와 하늘의 단원고 학생들에게 답하라. 박근혜의 구속, 사면 불가에 반대하는가, 찬성하는가"라며 "문재인 후보도 희생자 유가족의 눈물을 똑똑히 보라. 아직도 낡은 과거와 연결된 부패 기득권 세력을 곁에 두고 대통령이 되려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그해 3월 24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7차 TV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 "문 후보가 (박근혜, 이재용) '구속이나 사면금지를 약속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이해하겠다"면서 "그것 자체가 재벌 또는 기득권자들에게 유연한 게 아니냐. 그래서 결국 재벌 기득권에 편향돼 있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틀 뒤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밝힘으로써 문 대통령을 공박했다.
"박근혜 이재용 구속, 사면 금지 약속은 못한다는 게 문재인 후보님의 입장... 판단은 국민의 몫입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