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찌검, 노상방뇨까지... ‘노조공화국’ 오명(汚名) 벗으려면? : 월간조선

총파업에 돌입한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특히 일부 조합원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법적 절차 없이 강행한 총파업... 사측은 노조원 고소

먼저 총파업의 합법 여부부터 알아보자. 민노총의 총파업 명분은 정부가 추진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다. 이를 근거로 벌이는 민노총의 총파업 자체가 불법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임금 등 근로 조건에 대해 찬반 투표나 노사(勞使) 교섭 등과 같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파업이 가능한데, 사실상 그러한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9만여 명 총파업 참가자 가운데 대다수인 7만 7,000여 명이 올해 임·단협 교섭을 이미 끝낸 현대·기아차 노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총 총파업 참가자의 85%가 불법파업을 벌인 셈이다. 노동 관련법엔 이런 경우 고소·고발이 없어도 정부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현대자동차그룹은 민노총 금속노조 하부영 현대차지부장, 강상호 기아차지부장 등 노조 간부 11명을 업무 방해 혐의로 지난 11월 22일 울산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룹은 "파업을 위한 절차를 밟지도 않았고, 법이 정한 파업 목적에서도 벗어났다"며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원칙대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민노총의 파업으로 차질을 빚은 생산 피해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 조합원들의 百態: 손찌검, 노상방뇨

민노총 조합원들의 행태도 비판 대상이다. 지난 11월 21일 민노총 경북본부 소속 간부 한 명이 김천시 공무원에게 손찌검을 가했다.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노조원 A씨는 경북 김천시청 앞에서 열린 시위를 마치고 청사 화장실을 이용하겠다며 진입을 시도했다고 한다. 시청 공무원 B씨는 A씨에게 ‘외부에 마련된 화장실을 이용하라’며 A씨의 진입을 막았다. 이때 두 사람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A씨는 B씨의 얼굴을 두 차례 가격했다고 한다.

A씨는 현장에 있던 경찰에 붙잡혀 김천경찰서로 인계됐고 B씨는 병원에서 전치 2주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천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현장에서 폭행 사실을 인정했으며 B씨를 만나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 경북지부 노조원 250여 명은 김천시청 정문 앞에서 김천시 통합관제센터 기간제 근로자들의 무기 계약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11월 21일 오후 경남 창원에서 총파업을 벌이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갓길에서 노상 방뇨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닷컴

민노총 조합원들이 단체로 노상방뇨하는 장면도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11월 22일 자 <조선닷컴>은 전날 경남 창원지방검찰청 앞 도로 앞에서 시위 중이던 조합원들이 단체로 집회장소 근처의 수풀에서 노상방뇨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기사의 일부다.

<민노총 조합원들 4~5명은 집회장소를 벗어났다. "저쪽 가서 일(?)보면 됩니다." 누군가 ‘안내’하자 무리는 갓길에 조성된 수풀 속으로 들어가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검찰청사에서 100m쯤 떨어진 수풀은 점차 ‘공중화장실’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30~40여 명의 조합원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1m 간격의 횡대를 유지하면서 일제히 소변을 봤다.>

매체는 “조합원이 단체로 착용한 붉은색 조끼에는 ‘적폐(積弊)를 청산하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의 반응도 소개했다. 한 시민은 “기가 막힌다. 누굴 적폐라고 말하나, 저 사람들이 적폐인 것 같다”고 했다. 참고로 노상방뇨는 경범죄에 해당한다. ‘적발 시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拘留)’라는 처벌 조항이 있다.

'고용세습' 뒷받침하는 자료 공개

민노총의 고용세습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료도 공개됐다. 같은 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부산 해운대갑)은 이 같은 자료를 공개하며 “민노총은 파업할 때가 아니라 국민 앞에 무릎 꿇고 고용세습 문제를 백배사죄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지난 11월 22일 국회에서 민노총 고용세습 자료를 폭로하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조선DB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S사 노조는 2011~2013년 조합원 29명이 조합원의 자녀·친인척·지인 등 30명을 추천해 입사시켰다고 한다. 올 2월에도, 채용인원 12명 중 10명을 조합원의 자녀로 우선 채용할 것을 회사 측에 강요해 관철한 사실도 있다고 한다.

올여름엔 S사 노조는 우선순위인 조합원 자녀와 차(次)순위 8명 등 20명의 명단이 담긴 ‘화이트리스트’를 추가로 작성해 ‘위 후보군을 우선적으로’ 채용할 것을 사측에 재(再)요구했다고 한다. 참고로 S사는 민노총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이다.

S사 노조는 퇴직자 자녀 중 채용 ‘우선순위’나 ‘채용 공고’까지 특정해 회사에 요구했다고 한다. S사 노조가 회사에 제시한 고용세습 '우선순위'는 ▲퇴직 시기 ±3년 조합원의 자녀 ▲퇴직 시기를 4년 남겨둔 조합원의 자녀 ▲조합원의 친인척과 지인 ▲일반인순(順)이라는 게 하 의원실의 분석이다.

하 의원은 “처음에는 회사나 노조나 숨기려 했지만, 노조의 요구가 너무 무리해 누군가 이 같은 고용세습 실태를 담은 소식지를 제보한 것”이라면서 “회사의 다른 노동자들이 민노총 상부에 신고했지만, 민노총은 이를 알고도 뭉갰다”고 주장했다.

파업 두둔하는 듯한 발언한 경사노위 위원장

이렇듯 사안이 위중함에도 파업을 중재해야 할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은 오히려 민노총의 파업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중앙일보>(인터넷판)는 지난 11월 21일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총파업에 대해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8년 9월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차 노사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를 위해 참석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맨 오른쪽). 사진=조선DB

보도에 따르면 문성현 위원장은 11월 21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사회연대포럼 토론회 인사말에서 "오늘 민주노총의 투쟁 대오는 정말 어려움을 겪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중심이 된 투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총파업,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매체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사회적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기조와 정반대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사노위는 같은 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에 필요하다며 실직자·해직자의 노조 가입 인정, 공무원의 노조 가입 범위 확대 등을 허용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경사노위가 내놓은 권고안이 실현되면...

만약 이 안(案)대로 입법이 이뤄지면, 해고·실직 노동자도 그 기업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해직 교원 가입 문제로 법외노조 판정을 받은 전교조가 합법화될 수 있고, 불법파업 등으로 해직된 사람도 노조원 자격으로 노사 교섭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불법을 저질러도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6급 이하만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 노조도 국·과장 등 관리직과 일부 직종(職種)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11월 21일 자) 사설은 “ILO 협약 비준은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거대 기득권 노조의 강경 노선이 지배하는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지는 사설의 내용이다.

<협력적 노조가 대세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수시로 파업이 벌어지는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에 일방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ILO 협약은 노사 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불법파업과 폭력 점거로 해고된 투쟁 전문가들이 회사로 돌아와 노조원 자격을 얻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전교조 합법화하려 한다'는 보도까지 나와

민노총의 하부조직이자 정부로부터 ‘법외노조’ 판단을 받은 전교조도 논란의 핵심이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법원으로부터 법외노조 판결을 받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2013년 당시 방하남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전교조에 대해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단체에 더 이상 법에 의한 보호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단을 받은 이유는 전교조 규약 중 하나인 ‘부당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부칙 5조)’는 것 때문이었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를 ‘노조결격요건(제2조·제4호)’에 해당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에 위반되는 규약을 시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2010년 4월, 문제의 전교조 규약을 개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교조는 이를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012년 대법원은 패소(敗訴) 판결을 내렸다. 2013년 9월 23일, 고용부는 세 번째로 규약시정을 통보했고,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2항에 따라 동년(同年) 10월 23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조 아님’ 통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시정요구를 거부했고, 10월 23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아 결국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이에 전교조는 ‘법외노조통보효력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고, 2013년 11월 13일 서울행정법원은 전교조의 가처분을 인용, 한동안 노조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이후 전교조는 법외노조 판단이 위헌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전교조 합법화'에 대해 靑은 일단 선 그어

며칠 전 청와대가 ‘내년 상반기까지 전교조를 합법화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복수의 언론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문제를 내년 6월 ILO(국제노동기구) 총회 전까지 마무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국회가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자연스럽게 전교조는 합법화된다. 하지만 법 개정이 어려울 경우, 정부 차원에서 ‘법외노조 통보 직권 취소’를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이념 갈등으로 비화(飛火)할 위험성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외노조 통보 직권 취소는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단 선을 그은 상태다.

불법파업 엄단한 레이건과 대처의 사례

선진국의 경우 불법파업은 법에 따라 엄단해 왔다. 1981년 미국의 항공관제사 파업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보여준 강경책이 좋은 예이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 사진=뉴시스

당시 항공관제사 1만 3,000여 명이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다고 엄포를 놨다. 레이건 행정부는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무조건 해고하고 재취업까지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노조는 이를 묵살하고 파업을 계속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직장에 복귀하지 않은 관제사는 해고 조치하고 이번에 해고된 관제사는 절대 다시 채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레이건의 원칙’은 어김없이 실행됐다. 1만 1,000여 명을 해고했고 단계적으로 신규인력으로 대체한 것이다.

관제사 파업이 발생한 시점은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1980년, 1982년)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던 때였다. 레이건 정부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운수업, 통신산업, 에너지산업 등에 대한 정부 규제를 대폭 완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난 집단이기주의를 철저히 배제했다.

레이건의 일관된 개혁 덕분에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이 이어졌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前)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987년 자신을 처음 FRB 의장에 임명한 레이건 전 대통령 당시를 회상하면서 “백악관이 법을 어기고 파업에 돌입한 항공 관제사 노조 요원들을 해고한 것이 사측으로 하여금 노동시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 됐다”고 평가했었다.

탄광노조의 불법파업 좌시하지 않은 대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총리도 광산노조의 불법파업을 엄단했다. 당시 대처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등 강력한 구주조정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1984년 174개 국영 탄광 중 20개 광산을 폐쇄하고 약 2만 명의 광부를 해고했다. 그러자 전국 탄광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대처 정부는 전국적 동시 파업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경찰력을 동원해 무력진압에 나섰다.

그해 7월 19일 대처 총리는 의회에서 “탄광노조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가 폭도들에게 굴복하는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또한 파업 노동자를 영국 국민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내부의 적’이라고 거세게 몰아세우기도 했다. “우리는 포클랜드에서 외부의 적과 싸워야 했지만, 훨씬 싸우기 어렵고 국가의 자유를 더욱 위협하는 내부의 적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5월 19일 대처 총리는 “지금 폭도들은 법의 지배를 그들의 지배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는 결코 성공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폭력과 위협을 마다하지 않는 무리가 있으며, 반드시 법의 지배가 이뤄지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광노조 내부에서 '파업 무용론' 제기

정부의 강경 입장이 지속되자 노조원들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그해 8월, 2명의 탄광 노동자가 노조원 의견을 물어보는 투표 없이 파업이 강행됐다며 전국탄광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고등법원은 전국탄광노조가 규정을 위반했다며 노조위원장과 노조에 벌금형을 내렸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으로 탄광 노조원들이 각종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파업 무용론’이 노조 내부에서 제기됐다.

노조원들의 저항뿐 아니라 전기노조와 철강노조 등 다른 노조도 탄광노조의 파업에 불만을 가졌다. 오히려 노조 탄압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탄광노조를 비난하기도 했다. 강성 탄광노조가 안팎의 협공을 받자 경찰은 총동원 태세에 돌입했다. 파업에서 빠져나오고자 하는 탄광 노동자들을 노조의 폭력과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대규모 진압작전에 들어가 1만 1,291명을 체포하고 그중 8,392명을 입건했다. 사실상 대처 총리의 승리였다.

현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

일단 청와대는 민노총의 불법파업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11월 6일)"고 밝혔고, 조국 민정수석도 "정부가 시민사회운동의 요구를 일거에 다 들어줄 수 없다(11월 22일)"고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탄생에 일조했던 이른바 ‘촛불집회’에 민노총 등이 기여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 역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노조의 득세가 마뜩지는 않지만, 정권 탄생의 공로가 있어 배척할 수도 없는 일종의 ‘샌드위치’ 신세라는 얘기다.

노조의 파업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더욱 수렁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이유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