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혜경궁 김씨'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지사 출당(出黨) 관련 질문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작년 문재인 대선 후보를 비방한 트위터 계정 일명 '혜경궁 김씨'의 사용자를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로 보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이 지사에 대한 민주당의 처분을 묻는 기자들에게 "길에서 이러지(질문하지) 말라"고 면박을 줬다. 다음날에는 '오늘 최고위에서는 (이 지사 관련) 논의가 안 나왔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만들 하라니까"라고 마이크를 쳐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혜경궁 김씨)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에 보도된 것 말고는 잘 모른다. 검찰 공소 과정과 법원 재판을 보고 (이 지사 출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현재 정무적 판단을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독 이 지사 처분에 대해서는 신중하다는 질문에는 "안희정 전 지사는 그날 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으니깐 당에서 징계 절차를 밟았던 것"이라며 "김경수 경남지사나 이 지사는 본인이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당의 입장에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출당은 민주당이 얼마나 패륜 막말, 거짓말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이느냐를 보여준다"며 "이 대표가 (이 지사를) 싸고 도는 것은 큰 신세를 졌거나 약점을 잡혔거나 둘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하 최고위원은 "검찰에서도 기소가 될 것인데, 그때 좀 더 많은 이 지사(에 대한) 혐의점이 나올 것"이라며 "그때는 아마 이해찬 대표가 대표직에서 버티기 힘드리라 본다. 이해찬 대표는 경선 때부터 이재명 지사를 비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23일 본인 페이스북에 "여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든다"며 "이재명 지사 일단 출당시키고 행여 무죄 나오면 나중에 복당시키면 됩니다. 그런데 (이 대표가) 검찰 기소뿐 아니라 재판을 끝까지 봐야 한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검찰, 경찰을 불신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야당이라면 이해가 되는 입장이지만, 여당 대표가 막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취할 입장이 아니다. 대통령과 도지사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정상적인 여당 대표라면 대통령 편을 들어야 한다"며 "이해찬 대표, 대통령보다는 이재명 지사와 '우리는 한 배'라는 의식이 강한 것 같다. 문재인-이해찬 관계 앞으로 순탄치 않겠다"고 밝혔다.

김정수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은 지난 21일 <도대체 뭘 ‘그만 해’?>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숱한 논란 속에서도 (경기지사 후보에 이 지사) 공천을 강행한 민주당, 선거 기간에도 논란이 있던 이재명 지사를 ‘일단 찍으라’던 표창원 의원, 이재명 지사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만들 하라’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
 
선거 때는 그토록 ‘믿고 뽑아 달라’더니 왜 아무도 말이 없는가. 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가.
그러면서 도대체 뭘 ‘그만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여당이자 공당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재명 지사 역시 ‘도정에 집중하게 해달라’는 말로 회피하지 말고 진실을 밝혀달라.
 
그렇지 않으면 이재명 지사가 ‘그만 해’야 할 것이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