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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룡 선생이 엮은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 |
경기도 부천과 한국문학은 어떤 인연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질기고 단단한 끈으로 이어져 있다.
최근 경기도 부천에 사는 문학평론가 구자룡 선생이 흥미로운 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두꺼운 책을 펴냈는데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이다. 이 책은 부천이란 공간에서 살았거나 주소지를 두고 잠깐이라도 머물렀던 250여 명의 ‘부천산(産) 문인들’ 저서를 깨알같이 기록한 자료집이다.
한 도시가 한국문학과 어떤 인연을 맺고 있는지 뿌리를 더듬는 과정은 개인이나 소집단에 초점을 맞춘 ‘소서사(little narrative)’의 전형이다. 모든 사람, 모든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거대담론의 ‘대서사(grand narrative)’가 아니라 아기자기한 나와 우리 이야기, 이웃과 내 지역의 역사와 환경, 체험이 바로 소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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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대표 작가는 <논개>를 쓴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 선생이 아닐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벅도 부천과 인연이 있다.
우선 수주는 토박이 부천 태생이다. 올해가 수주 선생의 등단 100주년이 되는 해다. 수주는 1918년 잡지 <청춘>을 통해 등단했다.
수주의 큰형인 변영만(卞榮晩)은 이승만(李承晩) 대통령 재임 시절, 반민특위 재판장을 지냈다. 수주의 둘째 형인 일석(逸石) 변영태(卞榮泰)는 역시 이승만 정권 시절, 외무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들 삼형제는 중국의 3소(蘇·소순, 소동파, 소철)에 빗대 변씨삼절(卞氏三絶)이라 불린다.
펄벅은 부천 지역에 고아원(소사희망원)을 지었다. 펄벅은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s: 미국전략사무국)에서 중국 담당으로 들어오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 부천에는 펄벅기념관이 있고 펄벅문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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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년 1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대지>의 작가 펄벅 여사가 한국을 방문하는 모습이다. 김포에 도착한 펄벅 여사가 화환을 받고 있다. |
부천 출신 작가들은 모두 13명이다. 변씨 3형제를 비롯해 이상로, 김수열, 황명, 김광묵, 김수군, 박종숙, 이연옥, 이종숙, 이주실, 장종태 등이다. 시인이자 언론이었던 이상로는 국제 PEN클럽 사무차장, <동아일보> 문화부장, <불교신문> 편집국장을 지냈다. 시인 황명은 195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분수(噴水)〉로 등단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부천에 살다 작고한 작가들은 모두 19명이다. 그중에는 시인 정지용, 소설가 펄벅도 있다. 김국태, 김영달, 김옥동, 김충규, 김현구, 라현숙, 리보라, 목일신, 유경환, 이석인, 이열, 이우영, 이추림, 정지용, 진현주, 최기산, 최민순, 최은휴, 펄벅 등이다.
현대시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정지용은 충북 옥천이 고향이다. 젊은 시절, 경기도 부천에서 살았는데 부천시 소사본2동에 ‘정지용 거주처 기념표석’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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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부천에 잠시라도 살았던 작가들은 64명이다. 구효서, 맹문재, 박용우, 안정효, 양귀자 등이 있다. 양귀자가 쓴 연작소설 <원미동사람들>은 부천 문학의 상징에 가깝다.
현재 부천에 살고 있는 작가들은 모두 156명에 이른다. 40여 년간 부천에 살며 왕성하게 활동 중인 동화작가 강정규, 문학평론가 민충환, 소설가 소진섭·박희주와 유승우 시인 등이다.
<부천, 100년 문학을 걷다>를 엮은 문학평론가 구자룡 선생은 “올해가 수주 변영로 선생의 등단 100주년이 된다”며 “한국문학에서 부천이 차지하는 좌표를 찾고 싶었다. 부천에 살며 50년 가까이 자료를 모았다”고 말했다.
이 지역 소식지인 <부천시민신문>(지난 11월 11일 자)은 이 책의 발간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이 책은 부천 출신이거나 부천에 살다 간, 그리고 현재 부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고한 작가를 포함해 2018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 250여 명의 저서 1,200여 권을 모아 정리한, 가히 부천문학의 기념비적인 책이라는 찬사가 어울릴 것 같다.…〉(6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