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정부는 규제 강화, 세계는 양성화에 박차 : 월간조선

전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데 반해 우리 정부는 이를 투기와 사행성으로 취급,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블록체인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비트코인 광풍(狂風)으로 돈을 잃은 투자자들이 급증하자 암호화폐 공개(ICO)를 전면 금지했다.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실명제도 실시, 규제망을 조여왔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 규제개선 연구반을 출범시키면서 암호화폐는 과제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벤처부도 9월 '벤처기업육성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 업종 지정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출범한 국내 7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허가 취소 여부를 두고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이기도 하다.

정부가 규제망을 강화하는 가운데 블록체인 선도국들은 우리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시카고 상품·옵션거래소에 비트코인 선물을 정식 상장(上場)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가상통화법'을 제정, 금융감독청 관리하에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조치를 취했다. 스위스, 싱가포르도 '블록체인 허브국가'를 표방하며 전 세계 스타트업과 거래소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도 당국이 적정 수준의 관리 감독만 함으로써 암호화폐 양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방관이 지속되자 지방자치단체와 국회는 블록체인 기술 양성화에 나서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9월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달 ‘크립토밸리(암호화폐 도시)’라 일컬어지는 스위스 츠쿠시(市)를 방문한 뒤, 서울을 블록체인 도시로 육성할 뜻을 내비쳤다.

국회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병두 국회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11월 중 블록체인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한 보고서를 정무위원회 안(案)으로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병두 위원장은 “스위스처럼 가이드라인 형식이든, 프랑스처럼 법안이든 신속하게 기준을 정비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두 위원장은 또 정부가 작년 9월 ICO 전면 금지 ‘백신’을 한 번 접종해 일반투자자 보호란 규제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 진흥책도 함께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향후 블록체인 플랫폼이 암호화폐의 금융 영역을 넘어, 기부나 투표를 받는 공공 분야에서도 투명하고 신뢰받는 툴(tool·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민 위원장의 견해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가 지난 10월 26일 발간한 <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김영사 刊)이란 책에서도 ‘핀테크’ 육성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2019년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話頭)를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이 모여 집필했다. 그만큼 사실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전망했다는 얘기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핀테크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탈(脫)중앙화’라는 블록체인 구조의 특성을 새로운 금융 비즈니즈 생태계 구축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금과 개인정보가 소수의 은행에 집중시키지 않고 블록체인을 통해 분산,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