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사업이 '위헌 의혹'을 받고 있다. 정부가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합의를 이행하려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청와대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반대로 국회 비준 동의가 어려워지자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남북 합의는 국가 간에 맺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식이다. 한국당은 헌법 제60조 1항을 근거로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대북 사업 추진은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다.
"(위헌) 주장의 근거로 든 헌법 60조는 '조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조약은 국가 간 합의를 말한다. 하지만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 (비준) 동의를 필요로 한 것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있거나 '입법 사항'인 경우다. 북한과 맺은 어떤 합의·약속이건 조약 대상이 아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이다. 한반도 북쪽 지역을 불법 점령하고 있는 북한은 정상 국가가 아난 반(反) 국가단체로 대한민국이 평정해야 할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청와대의 논리는 '꼼수'라는 지적을 받는다. 대북관(對北觀)이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자서전 <운명>에서 북한도 사실상 국가 취급을 받기 때문에 남북 합의는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남북 정상 간 합의는 법적으로 따지면 국가 간 조약의 성격이다.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했다. 그래서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의 10·4 공동선언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두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사실상의 국가로 보는 문 대통령의 시각은 다른 책에서도 나온다. 26일 자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말 펴낸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우리 헌법은 한반도 전체와 부속 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영해선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헌법과는 맞지 않는다'면서도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다면 NLL은 실질적인 영해선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 NLL은 북한도 인정한 바 있는 남북 간의 불가침 경계선이며 실질적인 영해선'이라고 했다. 헌법 3조 영토 조항이 있어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 배치 결정도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3월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 대상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사드 배치가 대단히 성급하고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합의 전에 이 문제를 놓고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졌어야 한다. 사드 배치는 북핵 대응을 넘어 민족사, 문명사 같은 큰 차원으로 봐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 등 일각에서는 "국가 수호를 위한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 동의를 강조하면서, 안보 경계를 허무는 평양 선언에는 필요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현 정권이 사안마다 유불리를 따져 국회 동의 여부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일갈이다.
"대통령 입장과 완전히 대치되는 지금 청와대 입장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겠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대통령 되기 전의 말과 대통령이 된 후의 말이 이렇게 다르면, 국가를 운영할 지도자로서 무슨 자격이 있다는 것인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 대상도 아닌 북한과의 평양공동선언을 비준하고, 판문점선언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요청하는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도 (정부는) 분명히 답해달라."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25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인터뷰에서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면 반국가 단체와 무슨 군사 분야 합의서를 체결하고 평양선언을 하는가"라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더 큰 위기를 만든 것이다. 북한이 만약에 협상을 하다가 '우리가 국가가 아니란 말이냐. 반국가 단체라는 말이냐' 이렇게 말하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분석이다.
"김의겸 대변인의 말은 편의상 사용한 ‘참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지 않은 얘기지만 이 사안을 피해가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은 국가가 아니니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국가’로 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바탕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취임 전에 밝힌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라는 중요한 말을 이 정부가 한 셈입니다.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좌파 정권의 대북정책,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본다’ ‘북한을 국가로 보면 안 된다’는 헌법의 명령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동을 하다가, 불리해지니까 이제 와서 ‘북한을 국가로 보아선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북한은 국가가 아닙니다. 김의겸 대변인이 설마 ‘대한민국도 국가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진 않겠죠.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평양에서 자신을 ‘남쪽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것은 뭘 말합니까. ‘남쪽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대한민국을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뜻 아닙니까? 남쪽 대통령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북한을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대변인의 말이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여기에 대한 청와대의 명확한 해명을 촉구합니다."
이후 청와대의 말은 또다시 달라졌다. '북한이 국가가 아닌 게 확실하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이 즉답을 피한 것이다.
"북한을 규정하는 건 다양한 측면이 있다. 헌법에서는 국가 관계가 아니지만, 국제법에서는 국가로 인정한다. 중요한 건 남북관계가 화해와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국회에서 좀 생산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다."
'조변석개'하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敵)은 '문재인 청와대'인가.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다.
"(위헌) 주장의 근거로 든 헌법 60조는 '조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조약은 국가 간 합의를 말한다. 하지만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 (비준) 동의를 필요로 한 것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있거나 '입법 사항'인 경우다. 북한과 맺은 어떤 합의·약속이건 조약 대상이 아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이다. 한반도 북쪽 지역을 불법 점령하고 있는 북한은 정상 국가가 아난 반(反) 국가단체로 대한민국이 평정해야 할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청와대의 논리는 '꼼수'라는 지적을 받는다. 대북관(對北觀)이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자서전 <운명>에서 북한도 사실상 국가 취급을 받기 때문에 남북 합의는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남북 정상 간 합의는 법적으로 따지면 국가 간 조약의 성격이다.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했다. 그래서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의 10·4 공동선언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두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사실상의 국가로 보는 문 대통령의 시각은 다른 책에서도 나온다. 26일 자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말 펴낸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우리 헌법은 한반도 전체와 부속 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영해선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헌법과는 맞지 않는다'면서도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다면 NLL은 실질적인 영해선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 NLL은 북한도 인정한 바 있는 남북 간의 불가침 경계선이며 실질적인 영해선'이라고 했다. 헌법 3조 영토 조항이 있어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 배치 결정도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3월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 대상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사드 배치가 대단히 성급하고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합의 전에 이 문제를 놓고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졌어야 한다. 사드 배치는 북핵 대응을 넘어 민족사, 문명사 같은 큰 차원으로 봐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 등 일각에서는 "국가 수호를 위한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 동의를 강조하면서, 안보 경계를 허무는 평양 선언에는 필요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현 정권이 사안마다 유불리를 따져 국회 동의 여부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일갈이다.
"대통령 입장과 완전히 대치되는 지금 청와대 입장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겠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대통령 되기 전의 말과 대통령이 된 후의 말이 이렇게 다르면, 국가를 운영할 지도자로서 무슨 자격이 있다는 것인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 대상도 아닌 북한과의 평양공동선언을 비준하고, 판문점선언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요청하는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도 (정부는) 분명히 답해달라."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25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인터뷰에서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면 반국가 단체와 무슨 군사 분야 합의서를 체결하고 평양선언을 하는가"라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더 큰 위기를 만든 것이다. 북한이 만약에 협상을 하다가 '우리가 국가가 아니란 말이냐. 반국가 단체라는 말이냐' 이렇게 말하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분석이다.
"김의겸 대변인의 말은 편의상 사용한 ‘참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지 않은 얘기지만 이 사안을 피해가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은 국가가 아니니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국가’로 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바탕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취임 전에 밝힌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라는 중요한 말을 이 정부가 한 셈입니다.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좌파 정권의 대북정책,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본다’ ‘북한을 국가로 보면 안 된다’는 헌법의 명령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동을 하다가, 불리해지니까 이제 와서 ‘북한을 국가로 보아선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북한은 국가가 아닙니다. 김의겸 대변인이 설마 ‘대한민국도 국가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진 않겠죠.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평양에서 자신을 ‘남쪽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것은 뭘 말합니까. ‘남쪽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대한민국을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뜻 아닙니까? 남쪽 대통령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북한을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대변인의 말이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여기에 대한 청와대의 명확한 해명을 촉구합니다."
이후 청와대의 말은 또다시 달라졌다. '북한이 국가가 아닌 게 확실하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이 즉답을 피한 것이다.
"북한을 규정하는 건 다양한 측면이 있다. 헌법에서는 국가 관계가 아니지만, 국제법에서는 국가로 인정한다. 중요한 건 남북관계가 화해와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국회에서 좀 생산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다."
'조변석개'하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敵)은 '문재인 청와대'인가.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