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2일 소위 '곰탕집 성추행' 사건 국민청원에 "재판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 한 남성이 곰탕집에서 지나가는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로 그 사건이다.

이에 그의 부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자 측의 일방적 증언만으로 6개월 징역형을 내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33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참해 청와대에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각종 사회적 의제와 국민들의 원성, 궁금증, 심경 토로 등에 상세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던 청와대로서는 이례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날 청와대 소셜미디어 방송 '11시 3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 "해당 사건은 법원의 1심 선고 후 피고인이 지난달 6일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삼권 분립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센터장은 "온라인 공론장인 국민청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사법부나 입법부 사안은 청와대가 답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청원에 참여할 때, 이 부분은 감안해 달라"고 주장했다.

사건 당사자인 남편 A씨는 같은 날 재판부의 보석 허가로 풀려났다. 부산지법 형사3부(문춘언 부장판사)는 이날 열린 보석 심문에서 피고인 A씨의 보석 신청을 인용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8일 변호인을 통해 부산지법에 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A씨는 지난달 5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지 38일 만에 풀려났다.

A씨 항소심 첫 공판은 이달 26일 부산지법에서 열린다. 1심에서 A씨는 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했고, 여성 역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강변했기 때문에 2심에서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그 다음날인 27일에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한 남성들의 소위 '성별 역차별 시대 규탄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는 이번 '곰탕집 유죄 판결'이 "억울한 남성을 만들고 가정의 행복을 빼앗았다"고 역설하는 남성들의 집회가 개최된다.

온라인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측은 "사법부가 '유죄 추정'으로 가정의 행복을 뺏고 있다"며 "오는 27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혜화역 부근에서 '사법부 유죄 추정 규탄 시위'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당위' 카페는 해당 사건 관련 집회를 주도하기 위해 지난달 8일 개설돼 총 5500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

한편, 청와대의 이 같은 원론적인 반응에 네티즌들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국민 여론을 전하는 차원에서 수위 높은 표현은 조절해 게재한다.

"33만 명이 청원한 답변이 가관입니다. 대한민국 평범한 남성들은 정치권자들에게는 가축일 뿐입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남성을 몰아가는 대한민국 정치권자들에게 우리도 표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보여줘야 합니다."

"곰탕 청원에는 청와대가 삼권분립 이유로 관여할 수 없다고 무성의하게 답변하더니 강정마을은 무슨 권한으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냐?"

"곰탕집 성추행범으로 몰린 사람한테 청와대는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항인 강정마을 건에 대해선 대통령이 사면 약속. 둘 다 재판 진행 중인데 왜 너희들 맘대로 하나는 사면 약속해 주고, 다른 하나는 삼권분립 원칙 들먹이면서 안 된다고 하냐."

"청와대 청원 담당 완전 중학생 수준이다. 떼쓰는 것만 쾌속 답변. 무고랑 이번 곰탕집 사건은 한참 후에 나몰라라 답변."

"강정마을 건은 재판 진행 중인데 직권으로 무죄시켜 준다 하고, 이건 안 되고. 이중잣대다. 곰탕집 사건은 쇼에 이용 못하니까 답변 안 하나."

"곰탕집 성추행 판결은 법원 판결 역사에 가장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판결로 오래오래 기록될 것이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