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2년 10월 28일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근영여고 체육관에서 열린 전북도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문 후보 어깨 너머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주한미군 관련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식과 '닮은꼴'임을 알 수 있다. 양(兩) 대통령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의 기원(起源)을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의 주한미군 관련 논리와도 연결된다.
이날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주한미군은 전적으로 한미동맹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고, 평화협정과는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文·金 두 대통령의 놀랍도록 닮은 주한미군觀
여기까지는 원론적인 설명이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향후 주한미군의 성격과 지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주한미군은 남북관계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대북 억지력으로서 큰 역할을 하지만 나아가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균형자 역할을 합니다. 한국의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미국의 세계전략하고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후에도, 심지어는 남북이 통일을 이루고 난 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을 비밀리에 평양으로 보냈다. 임동원 국정원장은 자신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남측은 북측의 적화통일과 남침위협에, 그리고 북측은 흡수통일과 북침위협에 서로 시달리고 있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하여’ 북한 김정일에게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회고록에 밝혔다. 이때 제안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주한미군의 위상에 대해서도 북측이 전향적으로 사고해 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균형자와 안정자의 역할을 수행할 주한미군이 현재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을 만나고 온 직후인 2000년 8·15 경축사에서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체제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물론이고 통일된 후에도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북측에 설명했습니다.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대한 저의 설명에 북측도 상당한 이해를 보였다는 것을 저는 여러분에게 보고하면서 이것이 이번 평양 방문의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말씀드립니다. 만일 한국과 일본에 있는 10만의 미군이 철수한다면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와 태평양의 안전과 세력균형에 커다란 차질을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저는 여러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천명하고 싶습니다.”
이처럼 문·김 두 대통령의 주한미군에 관한 인식이 매우 흡사함을 알 수 있다. 김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주한미군관(觀)을 요약하면,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은 필요하며 이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란 것이다.
한반도의 ‘안정자’와 ‘균형자’로서의 주한미군은 어디서 나온 주장인가?
재밌는 것은 양 대통령의 주한미군에 관한 인식이 북한 측 논리와도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2002년 7월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남북한 실질적 통합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 연구>란 책(홍관희 외 공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을 대남 적화전략목표 달성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다. 즉, 북한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한반도의 공산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기본인식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 주장은 1990년대 들어 약간의 전술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90~92년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조건으로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발언도 간헐적으로 제기해 왔다.
평화군축연구소 이삼로는 “주한미군은 주둔하되 남북의 통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언급하였고, 아태평화위 이종혁은 “미북 양측이 평화조약을 모색하는 동안 미군이 한반도에서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북한군판문점대표부 이찬복은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억제로부터 한반도 전체의 안정자와 균형자로 변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북한이 이처럼 공식적으로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일관되게 요구하면서도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거론하고 있는 이유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궁극적 목표로 하되, 그 중간 단계로서 미군을 ‘평화유지군’ 등으로 역할 변경시킴으로써 주한미군의 지위와 성격을 변경시켜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체제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이 중 북한군판문점대표부 이찬복의 주장이 양 대통령의 주한미군에 관한 인식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주한미군을 한반도의 ‘안정자’와 ‘균형자’로 보는 두 대통령의 시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유추할 수 있다.
사실 ‘균형자'와 '안정자'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은 현재의 주한미군의 성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주한미군은 그 성격상 대북 억지력을 갖춰야 하는데, '균형자'와 '안정자'라는 지위와 대북 억지력은 양립할 수가 없다. 일종의 남북한 사이의 중립군, 또는 평화유지군이 된다는 것인데, 이는 주한미군 '무력화'를 의미한다. 더구나 미국으로선 (양 대통령이 말한 대로) 자국(自國)의 전략상 그런 군대를 한국에 주둔시킬 이유가 없다. 결국 양 대통령의 주한미군 관련 논리는 북한의 대남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균형자'로서의 주한미군은 존재 가능한가?
참고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주장해 온 이삼로, 이종혁, 이찬복 세 사람 모두, 대남 적화와 관련된 논리를 지속적으로 쏟아냈던 선전·선동 전문가들이었다. 이들 세 사람의 주한미군 관련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대남 적화 전략의 한 방편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북한은 대남 적화 전략의 일환으로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를 집요하게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균형자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 ▲남북통일 이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주둔하는 주한미군은 과연 어떤 전략적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것이 북한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역할 변경과는 다른 것일까.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