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백두산 등반 후엔 '피의 숙청' 감행 : 월간조선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9월 20일 백두산에 올랐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7시 27분 평양 순안공항에서 공군 2호기를 타고 출발해 오전 8시 20분 백두산 인근 삼지연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도착해 기다리던 김정은 부부가 맞이했고 북측 환영 행사가 열렸다. 두 정상 부부는 이후 각각 차를 타고 백두산으로 이동한 뒤 케이블카로 오전 9시 33분 정상인 장군봉(해발 2750m)에 도착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백두산 방문은 김 위원장(김정은)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여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깜짝 제안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20일 공개된 백두산 등반 사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리설주 부부는 검은색 겨울용 롱코트를 입었고, 김정숙 여사는 하얀 등산 점퍼에 목도리까지 두른 모습이었다. 함께 백두산을 찾은 특별수행원들과 취재진 모두도 외투를 입고 있었다.

백두산에 오를 것을 대비해 남쪽에서 출발할 때부터 코트와 점퍼를 챙겨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현재 백두산의 온도는 영상 18~23도의 평양과 달리, 추울 때는 영상 2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월 20일 백두산 천지에서 물병에 물을 담고 있는 모습. 김 여사는 김정은 부부에게 “한라산 물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백두산 천지의 물과 ‘합수(合水)’를 위해 한라산의 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에게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며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이미 백두산에 가려고 서울에서부터 한라산 물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은 집권 후 5번 백두산을 찾았다. 가장 처음 백두산을 오른 것은 2013년 11월 29일. 김정은은 양강도 삼지연 백두산 지역의 한 별장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고 실행계획을 세운 뒤 이 계획을 측근들에게 지시했으며, 다음날인 30일 장성택이 맡고 있는 8개 직위를 모두 박탈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름 뒤 장성택은 처형됐다.

2014년 11월에는 김정일 3주기 탈상을 앞두고 최측근들과 함께 백두산을 찾아 국정 운영 방향 구상을 했다. 북한은 2014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3주기 당일 김정은이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2015년 4월 18일에는 공군 비행사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4월 18일 새벽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행군대 성원들과 함께 혁명의 성산 백두산에 오르셨다”고 보도했다. 등반에는 황병서·최룡해·김양건·리재일·리병철 등이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백두산 해돋이를 부감하셨다”며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바람이 초당 25m로 강하게 불어치는 백두산정에 거연히 서시어 백두산 칼바람을 한 몸에 맞으시며 저 멀리 동쪽 하늘가를 바라보셨다”고 묘사했다.

<로동신문> 2015년 4월 19일 자. 김정은이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 행군대 성원들과 함께 혁명의 성산 백두산에 올랐다고 <로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조선DB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백두산으로 오르는 길은 그 어떤 핵무기의 위력에도 비할 수 없는 귀중한 정신적 양식을 안겨주는 길, 백두의 혁명전통을 빛내가는 길, 영광 넘친 조선혁명의 명맥을 꿋꿋이 이어가는 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이 자리에서 현영철 처리 문제를 논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인민무력부장(우리의 국방부 장관)이었던 현영철은 2015년 4월 30일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처형됐다. 죄목은 수령(김정은)의 영도를 거부하고 최고 존엄을 모독한 죄였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지난 4월 현영철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비리 조사를 하고 대책회의도 했을 것"이라고 했다.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된 것은 (집에 가서 도청되는 줄 모르고) 얘기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7년 12월에도 김정은은 최룡해 등 측근과 함께 백두산에 갔다. 조선중앙통신은 12월 9일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장군봉 마루에 거연히 서시어 백두의 신념과 의지로 순간도 굴함 없이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빛나게 실현해 오신 격동의 나날들을 감회 깊이 회억(회고)하셨다”며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백두 성산을 혁명전통교양의 거점으로 더 잘 꾸리는 데서 나서는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하셨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또 백두산사적비와 교양마당을 잘 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필인 ‘혁명의 성산 백두산’을 언제 어디서나 잘 보일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삼지연군의 김일성·김정일주의 연구실과 삼지연군 여관, 삼지연읍 종합상점, 삼지연읍 신축 주택, 완공을 앞둔 삼지연 청년역과 삼지연못가역 등도 시찰했다.

그는 “인민이 마음의 태를 묻고 사는 정신적 고향인 삼지연군을 이 세상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군, 남들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특색 있는 군,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사는 군으로 꾸리기 위해서는 잡도리부터 단단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9월 20일 백두산 장군봉에서 천지를 배경 삼아 손을 잡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에서 백두산은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김일성 일가의 상징으로 통한다. 김일성 일가는 김일성 주석이 백두산을 거점으로 삼아 항일 유격 활동을 벌인 것을 체제의 당위성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의 출생지를 백두산 삼지연군에 속한 백두산 밀영이라고 주장하며 이곳을 ‘혁명 성지’로 꾸며놓기도 했다.

탈북 1호 이애란 박사에 따르면 실상 고대 이집트 때 동원된 노예들에 버금가는 희생을 통해 탄생했다. 이곳은 천연 요새로 불릴 정도로 깊은 오지에 자리 잡고 있고 기계 장비가 접근하기에도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백두밀영 건설은 거의 수작업으로 진행되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김정일 출생지는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라는 게 정설이다. 이 박사는 "김정일은 1941년 2월 16일 러시아 하바롭스크 근교 브야츠크에서 태어났다. 북한 내에는 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금기어였기 때문에 내놓고 말을 못했다"고 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