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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8회] 1936년 잡지 <야담(野談)>에 실린 김동인의 역사소설 〈순진(純眞)〉

[옛 잡지를 거닐다] 이춘보가 운현대감 일가 되는 줄이야 누가 알었습니까?

정리=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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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의 소설 <젊은 그들>. 1930년 9월 2일부터 1931년 11월 10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김동인의 처녀장편소설. 이 소설의 시대배경은 임오군란 시작 전인 1882년부터 군란 이후 대원군의 재집권과 청국()으로 납치되어 간 직후까지 약 1년간이다.

7편 줄거리
 
대원군은 춘보의 이야기를 듣고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다. 그러면서 같은 일가라며 운현궁 사랑 한 구석에 있게 했다.
십여일이 지난 뒤 운현은 춘보를 불러 돈 열 냥과 함께 정자관()을 하사했다. 그리곤 "집에 가서도 꼭 이 관을 써라"고 명했다.
춘보는 열 냥으로 종로 네거리에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마음껏 사서 홍천 자기집으로 돌아갔다.
 
--------------------------------
 
(계속)  ()여일 만에 만나는 가족들의 기쁨은 여기 새삼스럽게 적을 필요가 없다.
탁 만나고 보니, 기쁨은 기쁨이려니와, 인제 박도사집에서 사람 올 것이 걱정 났다.
그새 박도사댁에서 왔었나?”
오길요, 하루에도 네다섯 번씩 온다우. 좀 있으면 또 오리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밖에는 춘보, 춘보 왔나 하는 소리가 났다.
에쿠.”
춘보는 황급히 운현에게서 받은 정자관을 쓰고 웅크리고 앉었다.
춘보 왔나?”
?”
죽어가는 대답이었다.
, 왔구나. 언제 왔나.”
박도사댁 하인은 문을 덜컥 열었다. 열고 보매, 춘보는 관을 쓰고 웅크리고 앉어 있다.
이놈. 이 관언, 너 미쳤구나.”
아니야요. 이건 운현대감이 주신 거야요. 나는 운현대감의 일()…….”
이런 미친놈.”
와락 달려들어서 관을 벗겨서 찢어버렸다. 그런 뒤에는 보기 좋게 따귀를 몇 대 때렸다.
이놈. 가자!”
아이, , !”
이놈. 관이 다 무어냐.”
그냥 박도사네 집으로 끌고 가서 바지를 벗기고, 볼기를 피가 뚝뚝 흐르도록 때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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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의 흉상.

절뚝절뚝 절면서 돌아오는 남편을 아내는 붙들어 들였다
.
여보, 이젠 밭도 떼이겠지?”
글쎄, 어떻게 살아갈까.”
이런 때에 임해서는, 여인의 꾀가 사내보다 나았다.
여보, 그 운현대감이라나 그 일가 되는 양반 말이야.”
그래.”
그 양반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었수.?”
그렇지. 그 양반 탓이지.”
그럼 말야, 그 양반 부자라지.”
부자구 말구. 집두 굉장히 크던걸.”
그 양반한테 가서 살려 달랍시다, 그려.”
글쎄.”
그러세요. 우리 밥줄을 끊어 놓았으니, 떼거릴 씁시다, 그려.”
이튿날 춘보는, 아픈 엉덩이를 부비면서 다시 몰래 집을 떠나서 서울로 향하였다.
이번에는 운현궁을 들어설지라도 대문에서 하인들도 막지 않었다. 서로 손가락질 하여 웃을 뿐이었다.
춘보는 다짜고짜 사랑 대청으로 알라갔다. 사랑에 앉어서 담배를 먹고 있던 운현은 춘보를 보고
, 벌써 오느냐.”
고 물었다. 이 말을 듣고 춘보는 너무도 억하여 왕 하니 울기 시작하였다.
이 녀석아, 울기는 왜 갑자기 우느냐.”
이거 보세요.”
엉덩이를 깠다. 보매 아직도 피가 뚝뚝 흐르는 것이었다.
아프겠구나. 왜 그렇게 됐느냐.”
왜가 뭐요. 남 싫다는 관을 주어서, 박도사 나리께 매를 맞었어요.”
왕왕 운다.
운현은 고소(苦笑)하였다.
, 아프겠다. 이리 오너라.”
~.”
내 일가가 너무도 어리석어 부끄럽다. 너의 방에 데려다 약질이나 하구또 저 동재(東齋) 박승지 좀 불러라.”
박승지라는 것은 홍천 내려가 있는 박도사의 친형이었다.
운현은 부른다는 영을 받은 박승지는, 흔연히 운현궁으로 달려왔다. 이번 가을에는 시골 동생이 운현궁에도 적지않은 봉물을 보냈는지라, 혹은 좀 벼슬이 높아지지나 않을까 하고 이날이나 저날이나 벼르던 중에 운현궁에서 부른다는 기별을 듣고, 그야말로 신을 거꾸로 신다시피 하고 달려왔다.
댓돌 아래 등대한 박승지.
그간 안녕합시오니까?”
고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드렸다.
그러나 운현은 못 본 체 하였다. 잠시를 더 담배만 뻐끔뻐끔 빨고 있었다. 그러다가야 눈을 겨우 박승지에게로 돌렸다.
이놈!”
청천에 벽력이었다. 천지가 아득하였다.
네이. 황공하옵니다.”
이놈. 그래 너의 박가가 우리 이가보다 낫단 말이냐. 죽일놈 같으니.”
네이.”
눈앞이 핑핑 돌았다.
그래, 네 동생 놈이 내 일가의 관을 찢고 볼기를 때렸다니, 너의 형제 놈이 어떻게 죽나 보아라. 썩 물러 나가서 포장(捕將·포도대장의 준말-편집자)이 오기나 기다리거라.”
기막히다는 간단한 말로는 형용할 수가 없었다. 세상이 칵 눈앞에서 꺼져 없어지는 듯하였다.
박승지는 허망지망 운현궁에서 달려 나왔다. 달려 나오는 길로 사린교를 메워 타고 그 달음으로 홍천으로 내려갔다. 어떻게나 몰아 채었는지 그 이튿날은 사린교는 홍천 박도사의 집에까지 다다른 것이었다.
서울서 소식 없이 형님이 밤중에 들어와 앉는 바람에 박도사도 마주 뛰어나왔다.
형님. 이게 웬일이십니까.”
여보게. 우리 형제는 죽었네.”
자네, 여기서 운현대감의 일가를 잡아다가 관을 찢고 볼기를 친 일이 있나?”
운현대감 일가요?”
있나 없나.”
여기 웬 운현대감 일가가 있겠습니까.”
, 그래도…….”
박도사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가만 계십쇼.”
즉시로 하인을 이춘보의 집으로 보내 보았다. 그랬더니, 그 집에는 아내만이 있고 춘보는 서울로 올라갔다 하는 것이었다.
아이구, 이 일을 어쩝니까.”
이 녀석아, 이 일을 어쩌자느냐.”
글쎄, 이춘보가 운현대감 일가 되는 줄이야 누가 알었습니까?”
, 이 녀석아. 이 일을 어쩌잔 말이냐. 좌우간 다시 올라나 가보자.”
형제는 다시 사린교를 내리니 하여 가지고, 그 달음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계속)
(출처=〈야담〉 1936년 9월호, p170~174)

입력 : 20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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