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부동산대책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을 8개월 만에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정부 정책을 믿고 주택을 구입하거나 보유주택을 임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은 물론 부동산시장 전체적으로 "이제 정부 발표도 믿으면 안 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등록임대주택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세들어 사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가 지금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임대 등록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고,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 의무기간(4~8년) 동안 임대료 인상이 연 5% 이내로 제한돼 세입자의 (전세금 인상 등) 부담이 줄어든다. 임대사업자는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재산세와 취득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인센티브를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본인이 발표했던 정책을 1년도 안 돼 수정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 임대사업자 등록의 혜택을 집을 새로 사는 수단으로 역이용하는 경향이 일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처음에는 (이미) 여러 채 집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임대등록을 하라고 한 것인데, 지금은 '이걸로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책을 마련하면서 그 정도의 부작용과 여론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정책이 바뀔 수는 있지만 같은 정부 안에서 불과 8개월 만에 번복하는 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처음 임대등록 활성화 정책을 설계했을 때의 의도와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정부의 의도와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가피한 일이다. 그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리 예측해 정책을 만드는 것이 공무원의 일이다. 정부의 의도와 다른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일까.
또 김 장관이 '정책은 좋았는데 악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뉘앙스로 언급하면서 부동산 수요층의 반발은 더 커져가고 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집은 보유하는 게 아니라 거주하는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강하게 밝힌 바 있다. 그새 입장이 바뀐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부동산은 정부 정책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시장이다. 서민들은 부동산을 거래하려면 거의 전 재산을 걸고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오락가락한다면 국민은 뭘 믿고 재산을 지켜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