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특검'이란 평가받는 허익범 특검... 2003년 노무현 측근 비리 특검 때와 판박이 : 월간조선

정권 초기 도입된 특검은 제대로 사건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그만큼 어렵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허익범 특별검사팀도 '살아 있는 권력'에 무릎을 꿇는 모양새(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로 수사를 접게 됐다. 최대 과제였던 드루킹과 청와대 인사들의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한 것이다.

청와대 송인배 정무비서관은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한 뒤 200만 원을 수수했다는,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드루킹 측이 김 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와 면담했다는 의혹이 있지만 연루설을 파헤치지는 못했다. 두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의혹은 검찰이 넘겨받아 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허익범 특검'은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이번 특검을 포함해 그간 13차례 특검이 있었지만 수사 기간 연장 신청 자체를 포기한 것은 처음이다. 앞선 9차례 특검은 수사 기간이 연장됐고, 대북 송금 특검(2003년)을 포함한 3차례(내곡동, 최순실 특검) 특검은 수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으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허익범 특검'이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며 역대 최악의 특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유전 게이트(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 특검보다도 박한 평가를 받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유전 게이트 특검조차 60일 수사 기간에 30일을 연장하며 막판까지 수사 의지를 다진 탓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앞서 언급했듯 정권 초기엔 성과를 낸 특검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역대 특검 중 정권 초기에 수사가 진행된 경우는 허익범 특검을 포함해 총 5건이다. ▲김대중 정부 집권 2년 차인 1999년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와 옷로비 특검 ▲불법 대북송금 특검 ▲노무현 측근 비리 특검 ▲BBK 특검팀이 집권 세력을 겨냥했다. 이 중 ▲불법 대북송금 특검은 사실상 전(前) 정권에 대한 조사였다.

김대중 정부 2년 차에 진행된 옷로비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김태정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구속되고 박주선 청와대 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 내용을 넘겨받은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었고 이후 대법원에서 피의자들이 무죄판결을 받으며 '용두사미 특검'으로 끝나버렸다.

사실 옷로비 특검 과정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수사와 관련, 압력을 가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범죄정보기획관실이 DJ에게 직보했다는 ‘동향과 정책’ 보고서 중에는 옷로비 특별검사(특검) 조사 전 특검이 시행될 경우를 대비한 것도 있었다.

만약 DJ가 보고를 받았다면, 그가 특검과 검찰에 ‘옷로비 사건’ 수사와 관련, 압력을 가했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다. DJ의 부인이자, 당시 영부인이었던 이희호 여사가 의혹에 휘말렸을 때라 더욱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를 수사하게 될 김진흥(오른쪽) 특별검사팀이 2004년 1월 5일 오전 서울 반포동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마치고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김진흥 변호사가 이끈 '노무현 측근 비리' 특검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양길승 전 제1부속실장의 금품수수 및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벌였으나, 최 전 비서관의 4억 9100만 원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만 밝혀낸 채 종결했다.

BBK 특검팀은 당시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주가조작 및 BBK 관련 의혹, 도곡동 땅 및 다스 주식 소유, 상암DMC 특혜 의혹 등 3가지로 나눠 수사했지만, 모두 '무혐의'로 결정을 내렸고, 수사 검사의 회유 및 협박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으로 결론지었다. 이 수사결과는 문재인 정부 들어 10년 만의 검찰 재수사로 완전히 뒤집혔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