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의 자유한국당이 아직 당 대표 선출 및 전당대회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전직 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친박과 비박을 제외하면 계파가 뚜렷하지 않은 자유한국당 내에서 나름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두 사람이 당 대표에 도전할 경우 자유한국당은 또 다른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선거 이후 미국 체류 중인 홍준표 전 대표가 9월 15일 귀국 예정을 밝히고 '페이스북 정치'를 재개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향후 전당대회에서 당권 재도전 여부를 가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오는 9월 15일 LA를 출발해 오후 5시 50분 대한항공 KE018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홍 전 대표는 귀국 일정을 알리기 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 정부를 비판하는 등 사실상 페이스북 정치를 재개했다. 그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저들은 정치를 퍼포먼스로 하는데 우리는 리얼리티로 정치를 했다"며 "가식은 본질이 곧 드러나게 된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귀국하면 당장 당에 관여하지는 않겠지만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김병준 위원장이 '노무현 정권 인물'이라는 이유와 좌편향 성향이 있다는 이유로 보수 세력의 불만이 적지 않은 만큼 홍 전 대표가 이들을 대변하면서 김 위원장과 각을 세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민주평화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 대표 선거에서 '올드보이의 귀환' 이슈가 이어지면서 자유한국당에서도 김무성 전 대표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난 5일 민주평화당 대표에 정동영 의원이 선출됐으며, 오는 25일 선출될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이해찬 의원, 내달 2일 선출될 바른미래당 당 대표에 손학규 상임고문이 유력한 상태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에서도 세대교체보다는 이들과 발을 맞출 수 있는 대표 후보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선출되는 각 당 대표들은 2020년 총선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로, 함께 논의해야 할 안건이 많다. 이런 점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여야관계를 리드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비대위 체제를 거쳐 혁신작업을 거친 후 내년 초 전당대회를 연다는 계획이지만, 다른 여야 정당이 모두 전당대회를 마치고 강력한 지도부를 구성하게 되면 자유한국당 역시 전당대회를 앞당기자는 의견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김 전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와 상향식 공천 등 시대를 앞서나간 전력이 있는 만큼 시행 착오를 거쳐 21대 총선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의견과 "20대 총선 공천의 '원죄'가 있는 사람을 어떻게 21대 총선 관리자로 내세우느냐"는 의견이 팽팽하다. 한편 김 전 대표는 지난 6월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관리자'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의 귀국과 정치 재개가 김무성 전 대표가 나설 명분을 만들어 주는 측면도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무성 전 대표가 지방선거 후 당 대표 도전을 고려하다 그만뒀었는데, 오히려 지금 같은 분위기면 논의해 볼 만하다"라며 "홍준표 귀국을 계기로 당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