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배에게 경제적 지원한 것으로 보인 故 강금원씨는 과거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을 왜 대놓고 비판했을까? : 월간조선

한 언론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의 기업인 시그너스컨트리클럽 측으로부터 수년간 급여 명목의 자금을 받아 특검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송 비서관이 민주당 당협위원장으로 있었던 2011~16년 시그너스컨트리클럽에 고문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한 달에 3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 갔다는 것이다.

송 비서관이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된 것은 드루킹 측으로부터 200만 원의 강연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드루킹과 관련이 없는 문제다. 특검이 곁가지를 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적폐 청산'도 전 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처음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다른 혐의, 또 다른 혐의로 계속 방향을 틀어가며 진행됐다.

현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송 비서관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도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

강금원 회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불린 사람이다. 1990년대 중반 부산에서 창신섬유를 경영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알게 된 강 회장은 이후 꾸준히 후원금을 내면서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전북 부안 출신이면서 부산에서 사업을 한 그는 끝까지 노 전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은 '의리맨'으로 통했다.

실제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도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하며 행보를 함께했다.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e지원시스템'을 봉하마을에 설치할 때 자금 일부를 지원했다.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구속됐을 때는 누구보다 먼저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을 위로하며,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인 2009년 4월 자신이 운영하는 창신섬유와 시그너스컨트리클럽에서 회삿돈 305억 원을 임의로 빼서 쓴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2012년 5월 대법원 유죄가 확정됐다. 2009년 당시 대전교도소에 수감됐던 강 회장은 뇌종양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병보석을 신청했고, 노 전 대통령 사망 후인 2009년 5월 26일 석방됐다.

2012년 8월 2일 뇌종양으로 별세했다. 생전 '바보 강금원'이라 불릴 정도로 의리를 끝까지 지키는 인물이었던 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병준 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인배 정무비서관 등 원조 친노들과도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최측근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는 관계가 껄끄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용인땅 매매계약 처리건 때문이란 분석이다. 2003년 대검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였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빚 변제를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씨와 강 회장 사이의 용인땅 거래가 '위장거래(정치자금법 위반)'라고 봤다.

강 회장이 이씨 소유의 용인 땅을 ‘가장매매’해 19억 원을 노무현 캠프 측에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2004년 1월 13일 열린 공판에서 "당시 장수천 빚 연대보증인인 노 후보가 경선을 전후해 이기명씨의 용인 땅 인수를 부탁해 와 사주게 됐다”고 진술했다.

훗날 법원은 강 회장이 19억 원을 용인 땅 매매대금으로 이씨에게 제공하고도 정작 명의는 이전하지 않는 등 정상적 거래로 보기에 이상한 점도 있지만, ‘호의적 거래로 볼 수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용인 땅 위장거래 의혹 과정에서 강씨는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2003년 6월 4일 강 회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평소 정치할 사람이 아니었다. 문 수석이 이 문제에 대해 해명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엉망으로 만들었다. 문 수석은 물러나야 한다."

문 대통령은 "내가 해명을 잘못해 일이 꼬이게 됐다거나 보좌를 잘못했다는 불만의 표시가 아니겠느냐"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강 회장의 문재인 대통령 공격은 '권력 투쟁설'로까지 번졌다.

노 전 대통령 측근 ‘PK 인맥과 386 인맥 간의 힘 겨루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음모설이 정권 주변에서 제기된 것이다. 당시엔 노 전 대통령 참모진은 문 대통령(민정수석) 및 이호철 민정비서관 등 부산·경남 출신들과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등 386 측근들이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두 세력이 국정 운영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릴 때였다.

강 회장은 5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또다시 문 대통령을 지적했다. 당시 문답 내용이다.

<―문 수석을 비판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두번이나 하게 했다. 민정수석이 제대로 해결을 못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쓸데없는 일에 참견이나 하지 않았는가. 수석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

―강 회장이 안희정씨의 불만을 대신 토로했다는 말도 있다.

"신문에 희정이 얘기가 나오고 문 수석과 불편한 관계라고 하기에 물어봤다. 그러나 희정이가 깜짝 놀라더라. ‘회장님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잘하고 있다’고 하더라."

―문 수석과 친하면 직접 만나 얘기하지 왜 회견을 통해 하나?

"대통령에게는 직접 만나 집안단속(청와대 측근 관리) 잘 하라고 한 적은 있다. 잘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더라.">

6일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당시 '조선닷컴'에 실린 내용)

<-강 회장이 청와대에서 안희정을 구명해 주지 않았다고 해서 불만 제기했다는 일부 보도가 있는데.

"강 회장이 안희정을 알겠지만 그리 끈끈한 사이는 아닐 것이다. 내가 해명을 잘못해서 일을 꼬이게 했다거나 최근에 내가 공격받으니까 하는 얘기 아니겠느냐."

-강회장을 알기는 아나.

"몇 번 만난 정도다. 깊은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대가 바라지 않고 대통령을 도운 열정적 지지자다."

-처음 알게 된 것은.

"그 양반대로 대통령을 도왔으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문 수석을 비판한 것이 혹시 어떤 부탁을 했는데 안 들어줬거나 한 일이 있어서 아닌가.

"그럴 사람 같지는 않다. (대통령이) 잘 안 되면 애타하는 그런 사람이다. 여러 가지 잘 안 되니까. 언론 비판도 일리가 있는 것 아니냐. 이 문제(땅 문제)로 나 보고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내가 다 해명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

-잘 안된다는 게 뭐가 잘 안 된다는 건가.
"국정운영이 잘 안 된다고 비판받고 있지 않으냐."

-강 회장이 해명하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말렸다는데
“우리가 해명을 말린 것 없다. 박연차씨나 건평씨 처남 등 이미 이름 밝혀진 사람들이 다들 시달렸다. 그런 것 때문에 대통령이 미안하니까 가급적 안 드러난 사람은 가려주는 게 좋겠다고 했던 거다. 강 회장 본인은 밝히는 게 간명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만약 (강 회장이) 그런 뜻을 전해왔다면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 우리로서는 불감청 고소원이다. 그분을 위해서 그런 건데, 그분은 괜히 의심받게 됐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쨌든 언론이 용케 잘 밝혀서 그 부분 해명은 팩트는 정확하게 밝혀진 것 아니냐.”

-언론보도에는 강 회장이 대통령 막후실세라고 보도됐던데.
"막후실세라든가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염려돼서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강 회장은 대통령 취임 후에 청와대에 몇 번 오고 전화도 수시로 통화한다고 그랬다는데.
"내가 합석을 하지 않았으니까 모르겠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