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 관련 "결코 해서는 안 될 국민 배신 행위" 주장 : 월간조선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과 관련해서 “범죄 성립 여부를 떠나 기무사가 결코 해서는 안 될 국민배신 행위였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를 해체하고 국가안보지원사령부를 신설하는 대통령령을 소개하면서 이와 같은 주장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세계 각국이 경탄하면서 주목했던 우리 국민의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시위에 대해 기무사가 계엄령 실행계획을 준비했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매우 큰 충격을 줬다”며 이른바 ‘박근혜 탄핵 지지 촛불시위’에 대한 주관적 의견을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촛불시위대다. 같은 기간,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혁명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2017년 3월, 당시 기무사가 문건에 밝힌 것처럼 ‘박근혜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집회’ 측에선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헌법 의식이 곧 헌법이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박근혜 탄핵 기각)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월간중앙' 2017년 1월호 인터뷰)”고 주장했다. ‘혁명’의 사전적 정의는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만에 하나 헌재가 촛불민심 및 국민 뜻과 다르게 결정을 내린다면, 그래서 제도적 해결의 길이 막혀버린다면 국민이 저항권을 행사하는, 그야말로 혁명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2016년 12월 20일)”고 ‘혁명’ ‘저항권’을 언급했다.

15회에 걸쳐 연인원 1280만여 명이 참여한 ‘태극기 집회’ 측에서도 과격한 언행이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가 헌법재판소에서 ‘내란’을 언급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회장 정광용씨는 “탄핵이 인용되면 그때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가 혁명 주체세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회장 정광용씨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주최한 ‘태극기 집회’에서 “악마의 재판관 3명이 있다. 이들 때문에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다.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정씨는 또 “탄핵이 인용되면 그때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가 혁명 주체세력이 될 것이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탄핵 각하’가 아닌 판단을 하는 헌법재판관의 경우엔 ‘국가 내란 주동자’로 규정하고 그에게 심판을 묻겠다고 했다. 즉 2017년 3월 당시는 사상 초유의 내란적 상황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은 ‘촛불시위’를 특정한 계엄 선포 관련 내용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다음은 기무사의 계엄 검토 관련 문건 중 먼저 공개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 중 ‘탄핵 결정 선고 이후 전망’이다.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시위대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결하여 청와대, 헌법재판소 진입 점거를 시도
-정부(경찰)에서 대규모 시위를 차단하자, 국민감정이 폭발하고 동조세력이 급격히 규합되면서 화염병 투척 등 과격양상 심화
-사이버 공간상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진보(종북) 또는 보수 특정인사의 선동으로 인해 집회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
-학생, 농민, 근로자 및 시민단체가 가세하고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에 난입하여 방화 무기 탈취를 시도하는 등 심각한 치안 불안 야기〉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에는 '촛불시위대'만을 특정해서 무력 진압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상기한 내용에 따르면 기무사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무력 진압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진보(종북) 또는 보수 특정인사의 선동으로 인해 집회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이라고 기술한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수 특정인사의 선동’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소위 ‘태극기 집회’ 참가자로 하여금 폭력 시위에 가담케 하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은 ‘태극기’이든 ‘촛불’이든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대대적인 불법 폭력 시위를 일으켜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고, 치안 유지를 어렵게 할 경우를 대비해 만들었다는 얘기다.

7월 27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착석을 돕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날, 문 대통령은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는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도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는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 자신이 ‘공정한 수사’를 위해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수사단을 ‘비(非)육군·비(非)기무사 출신’으로 구성하라고 지시해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활동하는 상황에서 ‘수사 지침’을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통령이 먼저 ‘불법’ 운운하며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