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니아의 제4대 대통령(2002년 7월 24일 ~ 2007년 7월 24일)을 역임한 알프레드 모이지우(Alfred Spiro Moisiu). 조선DB.
알바니아는 유럽 최빈국이란 오명을 가진 나라다. 세르비아와의 내전 때문이다. 슬라브 계통의 기독교 중심인 세르비아는 회교도인 알바니아와 역사적으로 대립해 왔다.
두 나라는 오랜 기간 인종·종교적 대립으로 수십 만명이 숨지는 ‘피의 역사’를 갖고 있다.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보스니아 내전(1992~1995년) 당시 무슬림 약 30만명을 몰살시킨 ‘인종 청소’를 자행했다.
1990년대 말에는 세르비아 내 자치주였던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 주민이 분리독립 운동을 벌이면서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수천 명이 사망하고, 알바니아계 주민 30여만명이 난민이 됐다. 코소보는 결국 2008년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했다. 세르비아는 아직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UN의 111개국은 독립을 승인했다.
2년 전 영국 출장과정에서 알바니아의 제4대 대통령(2002년 7월 24일 ~ 2007년 7월 24일)을 역임한 알프레드 모이지우(Alfred Spiro Moisiu)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에게 김정은과 북한에 대해 물었는데, 과거 만나 본 김일성에 대한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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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을 흉내내는 김정은.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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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바람 시찰, 복고풍 검정 롱코트, 중절모, 안경착용, 지팡이 사용 등 김정은의 김일성 따라하기가 계속되기에 당시 알프레드 모이지우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한다.
“제가 군인 출신입니다. 1964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었죠. 당시 제가 느낀 건 북한 지도자(김일성)가 ‘눈을 감고도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러니까, 북한 지도자는 ‘나는 신적인 존재로 다른 나라와 사람은 안중에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런 지도자를 지지했고요. 북한 사람들은 지도자가 재떨이를 선물로 주면서 금연하라고 명령해도 군말 없이 따르겠구나 라고 생각했죠. 제 조국 알바니아도 극단적인 폐쇄정책을 실시한 독재국가였습니다.(40년 넘게 철권통치를 휘두르면서 잔혹한 공포 정치와 폐쇄 정책을 추구한 엔베르 호자는 김일성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가 유럽의 최빈국(最貧國)이 됐지요. 독재 시절 군비 증강에만 신경을 쓴 결과였습니다. 92년 공산정권이 붕괴하고 알바니아 국민은 웃음을 찾았습니다. 솔직히 아직 경제적인 부분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사람 좋은 웃음을 머금은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제 조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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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과 김정일.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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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모이지우 전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만나 본 적은 없지만, 과거 알바니아의 독재자보다 더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알바니아 북서부의 도시 슈코더르(Shkoder)에서 출생한 알프레드 모이지우 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공산주의로 전향한 아버지 때문에 구소련 레닌그라드(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내 군사공학학교에 다녔다. 1948년 알바니아로 돌아온 그는 1948∼1949년 통합장교학교 소대장, 1949∼1951년 육군사관학교 교사로 활동했다. 1952년 다시 소련으로 유학, 모스크바의 군사공학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알바니아에서 국방부 장·차관을 지낸 그는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