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8월 3일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입구에서 김경수 경남지사가 기자들에게 드루킹 댓글 의혹 질문을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행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25분쯤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누구보다 먼저 특검의 도입을 주장했다"며 "특검보다 더한 조사에도 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특검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 특검이 아니라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진실특검이 되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특히 김 지사는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를 본 적이 없느냐' '지방선거에 도움을 요청한 적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센다이 총영사를 역으로 제안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 데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특검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곧장 들어갔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김 지사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댓글 조작 작업을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있는 것으로 본다.
특검팀은 이날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김 지사를 강도높게 추궁할 예정이다. 특검은 김 지사가 불법 댓글 작업을 인지하고 암묵적으로 지시·묵인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댓글 작업의 대가로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과 청와대 행정관 등에 대한 인사 청탁이 있었는지도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었는지다. 특검팀은 드루킹이 제출한 USB 등에 대한 분석 작업 결과 시연회 날짜를 2016년 11월로 특정했다. 김 지사의 운전기사 등 주변인의 계좌추적과 카드 사용내역 등을 분석해 김 지사의 행적과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김 지사에 대한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권 핵심 인사인 데다 현역 도지사 신분인 만큼 특검팀 입장에서도 추가 소환조사를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지사에 대한 조사가 길어질 것 같느냐'는 질문에 "물어볼 것이 많다"고 했다. 이날 조사가 길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김 지사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특검팀 안팎에서는 남은 수사 기간이 많지 않은 데다 김 지사가 '신분'과 '주거'가 확실한 만큼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조사 결과에 따라 특검팀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김 지사의 진술이 앞서 특검팀의 조사 내용과 배치된다면 증거인멸 우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