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영동고속도로에서 불타고 있는 BMW 520d 차량.
BMW 차량 화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BMW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BMW 차량) 운행 자제'를 권고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BMW 화재 문제가 불거진 지 3년이 지나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다 연일 40도에 달하는 폭염에 소유자들이 알아서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라는 안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3일 휴가 중인 김현미 장관 대신 손병석 1차관이 대독한 담화문을 통해 BMW 리콜 대상 차량 소유자들의 운행 자제를 권고했다.
국토부는 당초 이들 차량의 운행을 강제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당초 이들 차량의 운행을 강제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운행 자제 대상은
국토부가 운행 자제를 권고한 차량은 BMW코리아가 지난달 26일 리콜을 발표한 차량이다. 베스트셀링카인 520d를 포함해 320d, 420d 세단 모델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 시리즈를 포함한 42개 차종 10만 6317대가 대상이다. 2011년 3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생산된 디젤 모델 대부분이 포함된 것이다
올해 일어난 화재사고 31건 중 18건이 520d 모델이다. 그러나 디젤차인 520d가 '강남 소나타'로 불릴 정도로 판매량이 많았기 때문에 이 모델 사고가 많았을 뿐 실제로는 다른 디젤 모델들도 화재가 있었으며, 향후 화재 가능성도 존재한다.
◆ 3년 동안 모른 척한 BMW와 국토부?
국내에서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15년이다. 3년이나 지나서 리콜에 들어간 제작사도 문제지만, 그동안 대응을 해오지 않은 국토교통부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수십 대 차량 발화 사고가 이어지는 지금도 제대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하는 한편 실질적인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차주들은 '알아서'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BMW 차주 4명이 BMW코리아, 판매사 등을 대상으로 1인당 5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차주 13명이 같은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MW 화재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에는 3000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 운전자들 "BMW 피해라"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BMW 차량은 약 40만 대로 집계된다. 차주 중 1/4는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BMW 차주뿐만 아니라 BMW를 '도로 위의 시한폭탄'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주차장과 도로에서 BMW 차량을 보면 피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주차빌딩에서는 'BMW 입차금지'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무인주차빌딩 내에서 BMW 차량 화재가 발생할 경우 다른 차들에도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 사태 원인은 내년에 알 수 있다?
국토부 정밀조사 결과는 2019년 6월 발표된다. 그전까지 리콜을 받지 못하는 차주들은 불안한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리콜을 받더라도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만큼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디젤차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은 BMW 조사 결과에만 의존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EGR이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화재가 잦은 이유에 대해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소프트웨어의 문제라면 EGR 결함에 대한 리콜은 의미가 없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