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인양 사업 등을 하는 신일그룹은 7월 17일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113년 만에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돈스코이호는 현재 화폐가치로 150조 원에 달하는 금화와 금괴 등을 갖고 있었다는 소문이 도는 ‘보물선(?)’으로 알려져 있다.

모스크바대공 드미트리 돈스코이의 이름을 딴 돈스코이호는 러일전쟁 당시 발틱함대의 순양함이다. 1905년 5월 27~28일 러시아 발틱함대(제2태평양함대)가 일본 연합함대에 의해 쓰시마해협(대한해협)에서 궤멸당하고 사령관이 항복한 후에도 돈스코이호는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본부가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로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북상했다. 그러나 울릉도 앞바다에서 일본 함대의 추적대에 발견되자 끝까지 저항하다가 자침(自沈)했다. 이때의 모습을 일본의 소설가 시바 료타로는 '언덕 위의 구름'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돈스코이호의 최후

<이 28일, 온갖 수역에서 러시아 측 잔함이 일본의 각 전대에 발견되었다. 함마다 몹시 파괴되어 개중에는 침몰 직전의 모습으로 겨우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도 있었다.

그들 함은 한두 예를 제외하고는 모두 항복하지 않고 과감히 포전을 벌이다가 격침되었다. 일본 측은 되도록 그 승조원들을 구조했다. 구조를 위해 기선에 중소구경포를 실은 가장순양함 아메리카마루와 사도마루 등이 마치 전문 구조선처럼 해역을 뛰어다니는 형편이 되었다.

전함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장갑순양함 돈스코이호(6200톤)였을 것이다.

제4전대의 나니와 이하 4척의 순양함에 의해 정식 명칭 ‘드미트리 돈스코이'가 안간힘을 쓰면서 서북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나니와는 먼저 무전으로 알렸다.

“돈스코이, 너희의 사령관 네보가토프 제독은 항복했다.”

그러나 돈스코이는 이를 묵살했다. 답신도 없이 점점 더 속력을 올렸다. 나니와를 비롯한 순양함들이 쫓아갔으나 청일전쟁 당시의 작고 낡은 순양함의 속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그때 마침 무전을 받은 제3전대의 두 함이 나타났다. 3등 순양함 오토와와 니타카였는데 오토와는 개전 후 요코스카 해군공창에서 준공된 21노트짜리 함이다. 돈스코이는 기관의 증기를 아무리 올려봐야 17노트밖에 나오지 않는다. 더욱이 오토와와 니타카가 두 척의 구축함-아삭 기라쿠로-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돈스코이는 장갑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의 3등 순양함 정도는 쉽게 격침할 수 있는 화력도 갖고 있었다.

함장 레베제포 대령은 항복은 일절 염두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뱃머리를 울릉도 쪽으로 돌렸다. 섬에 부딪쳐 자침할 작정이었다. 그때까지 몰려드는 일본의 군소함에 되도록 많은 손실을 입히자고 결심했다.

일본 측은 포위했다. 제4전대의 4척은 오른쪽에서 접근하고, 오토와, 니타카는 왼쪽에서 달려가 오후 7시 12분, 오토와의 함장 아리마 료키쓰가 8000미터를 재어 사격을 개시했다.

돈스코이는 화염에 휩싸였으나 반격을 그치지 않고 밤이 되어도 계속 싸우면서 달아났다. 그동안 일본 측 각 함에 몇 발의 포탄을 명중하였다. 놀랍게도 이 러시아 군함은 29일 오전 7시까지 끈질기게 싸우다 마침내 힘이 다하여 울릉도에 스스로 함을 부딪쳤다. 함장은 승조원을 상륙시킨 다음 함저의 킹스턴 밸브를 열어 함을 자침시키고 나중에 포로가 되었다.>

인양하려면 15조 원의 보증금 내야

오래전부터 이 배에 발틱함대의 군자금으로 쓰기 위한 금화와 금괴 등이 실려 있었으며, 그 가치는 150조 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는 투자자나 보물선 탐색자들이 몰려들어 뉴스거리가 되곤 했다.

신일그룹 발표에 의하면 탐사팀은 울릉도 저동 해상 1.3km, N 37°-29’.2“ E 130°-56’.3”,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으며 함미에 ‘DONSKOII’라는 함명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고 한다. 탐사팀은 2018년 7월 14일 침몰 추정 해역에서 캐나다 Nuytco의 유인잠수정(Deepworker) 2대를 투입해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박을 발견, 15일과 16일에 이어진 재탐사를 통해 15일 오전 9시 48분 드디어 함미에서 DONSKOII(돈스코이)라고 선명히 적혀 있는 함명을 발견하고 촬영했다고 한다.

신일그룹은 탐사팀은 함미와 함수에서 다량의 철제상자를 발견하고 이의 촬영과 보존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번 발견으로, 신일그룹은 세계 최초로 돈스코이호를 발견하고 입증한 유일한 권리자임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신일그룹은 이 발견으로 돈스코이호의 존재와 침몰위치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고, 탐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소유권 등기와 본체 인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바다에 매장되어 있는 물건의 발굴에 관해서는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관련 절차가 규정되어 있다”면서 “발굴승인 권한은 지방해양수산청장에 위임되어 있으며, 승인신청 시 작업계획서 등 관련서류를 제출하고, 매장물 추정 가액의 100 분의 10 이상에 상당하는 발굴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돈스코이호에 150조 원 상당의 보물이 실려 있다면 15조 원 이상의 발굴보증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해양수산부는 “신일그룹은 현재까지 발굴승인 신청을 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신일그룹이 최초로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것인지, 그 소유권이 신일그룹에 있는지도 논란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신일그룹이 15년 전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탐사팀의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잠수정을 투입해 촬영한 것 같다”며 “인양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있다고 해도 정부 승인 없이 할 수 없고 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