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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은 지난달 22일 경제 현황 분석보고서 ‘거꾸로 가는 文정부’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17만 4000명 공무원 증원 정책’에 30년간 328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문재인 정부는 첫 임기 1년 동안 추경을 두 차례 편성했다. 작년 국가채무는 충당부채 고려 시 GDP 대비 90%에 가까웠다.
정부는 작년 10월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통해 취업 시장의 활성화를 노렸지만 최근 고용 지표는 악화됐다. 통계청 발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4.0%로 5월 기준으로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현실을 반영한 확장실업률(체감실업률)은 11.5%였다. 특히 청년층·저소득층 일자리가 집중 감소했다. 5월 청년(15~29세)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10.5%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일자리의 전적인 신규창출로 보기도 어려우며, 막대한 확대재정을 수반하는 국가적 부담으로 귀결된다”며 “공무원 증원보다 공공부문 비효율성에 대한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81만 명 공공 일자리’ 증원 정책은 대선 과정 때부터 문재인 정권의 대표 공약이었다. 현장민생공무원 일자리가 17만 4000명, 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34만 명,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 등이 30만 명이다. 이 중 현장민생공무원의 경우, 국가직에 해당하는 경찰·부사관·생활안전·헌법기관이 10만 명, 지방직에 속하는 소방·사회복지·생활안전이 7만 4000명이다.
“단비 같은 소식”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 따르면 “(공시생들의 긍정적인) 분위기는 예전보다 높은 편”이라고 했다.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 A씨도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은 수험생들에게는 (공무원 확대 채용은)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규모를 떠나서 증원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일반직을 준비 중인 대학생 최모(28)씨는 “(공무원 증원은) 좋은 결정이라 생각한다”며 “청년 취업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특히 공무원 업무 분담에 있어서도 특정 분야에서 두 명이 할 일을 한 사람이 하고 있는 병폐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시족 김모(27)씨는 “시험 준비를 하는 입장인데 더 뽑아준다면야 당연히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며 “공직 확대를 통해 공무원들이 사회의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근래에는 고등학생들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추세다. 2016년 9급 국가공무원 공개채용 시험에서 18~19세 응시자는 3156명이었다. 작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년(13~29세)이 선호하는 직장은 1위가 국가기관(25.4), 2위가 공기업(19.9)으로 나타났다. 대기업(15.1)이나 자영업 또는 창업 등(11.3)보다 높았다.
“수험 준비생들만 증원시켰다”
증원의 체감도가 높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사혁신처가 새해 첫날 발표한 2018년 국가 일반직 공무원(5·7·9급) 공채 선발인원은 총 6106명이다. 전년 대비 인원보다 83명 늘어난 숫자다. 물론 정부가 증원의 초점을 ‘특정직’ 선발 확대에 집중하기는 했다. 그러나 ‘공무원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비교하면 사실상 대폭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소 포괄적으로 들려오던 공무원 증원 소식에, 일반직을 준비하던 공시족들의 기대감이 떨어지는 이유다.
올해 초 공시생 카페에는 불만 섞인 댓글들이 달렸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런 식으로까지 할 줄 몰랐다” “수험 준비생들만 증원시킨 게 됐다. 유입인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쩌겠나, 공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 더 붙기 힘들게 됐으니 한 문제 틀리는 거에 더 살 떨리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공시생 남자친구를 둔 20대 여대생 B씨는 “시험 자체에 허수가 많기도 하지만, 늘어난다는 소식 자체가 경쟁률을 더 높여서 기존 준비생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기존에는 (지원자) 100명이 준비해서 10명이 뽑혔다고 한다면, 이제는 1000명에서 10명 조금 넘게 뽑는 셈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공무원 시험이 퇴직 전 누계 소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경쟁을 통한 시장의 혁신’”이라며 “우수한 인재가 정부에 치중될 경우 민간 시장의 혁신은 기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과거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어떤 조직이든지 늘릴 분야가 있고 줄일 분야가 있다”면서 “꼭 ‘늘릴 필요가 있는 분야’를 늘리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공무원 등 공공일자리에) 필요치 않은 분야가 엄청나게 많다는 게 국민들의 인식이지 않은가”라며 “필요 없는 데가 있으면 줄이거나 없어져야 될 분야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현 정부는) 어떤 개선·개혁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文 정부 공무원 증원 정책은 45점짜리”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시장조사기관 두잇서베이는 작년 12월 4일부터 12일까지 20~30대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공무원 수, 적절한가요?’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33.4%가 우리나라 공무원 수에 대해 ‘필요보다 많다’고 답했다. ‘필요보다 적다’고 답한 비율은 23.3%, ‘적당하다’고 답한 비율은 17.2%였다.
‘공무원 증원은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는 의견에 얼마나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라는 응답이 39.90%, ‘보통’이라는 응답이 36.60%, ‘동의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23.50%였다. ‘공무원 증원은 향후 재정적 부담을 안겨다 줄 것이라는 의견에 얼마나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동의하는 편’이라는 응답이 49.20%였다. ‘보통’은 34.90%, ‘동의하지 않는 편’은 15.90%였다.
증원 방식에 대해서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부 계통에서만 증원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56.2%로 반수가 넘었다. ‘현재 추진 중인 공무원 증원 정책’에 대한 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이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