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가 없는 병역법 5조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6대 3의 의견이다. 헌법불합치는 헌법에는 어긋나지만 바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일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위헌 결정 방식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한 이들은 현재 처벌을 받고 있다. 이들을 위해 대체복무제를 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헌재가 내린 것이다. 그러나 병역 거부를 처벌하는 법 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헌재의 판단인 만큼 ‘양심적 병역 거부’는 한동안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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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로 인해 빚어질 네 가지 이슈에 대해 짚어 봤다.
1. 병역 종류 어떻게 바뀌나
헌재는 이날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으로만 규정한 병역법 제5조를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결정했다. 이 경우 대체복무와 군복무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군 복무자들은 엄격한 규율과 열악한 복무환경, 총기 및 폭발물 사고 등 위험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 및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도 제한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체복무와 형평성을 어느 수준까지 맞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청년들이 대거 지원할 수 있다”며 “군 복무보다 부담감이 더 크고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대체복무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복무를 사회가 아니라 군대 내에서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병역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군사훈련(총을 드는 훈련)을 받고 있어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생겨나는데, 군 부대 취사병이나 지뢰 제거, 진지 보수 등 집총을 필요로 하지 않는 보직을 따로 관리해 이들 보직에서 대체복무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2. 병역 기피 수단으로 이용될까
일각에서는 대체복무자로 가장해 병역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이에 대해 헌재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와 엄격한 사후관리 절차를 갖추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난이도나 기간 등을 놓고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심사의 곤란성과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전술한 병역 종류를 어떻게 바꾸느냐와 연결되는 문제다.
3. 특정종교에 대한 혜택인가
기독교를 비롯해 일부 단체들은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바른군인권연구소 등 단체들은 같은 시각 헌재 앞 기자회견에서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국민 상식에 용납될 수 없다”고 반대했다. 특정 종교로 개종하는 악용 사례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영길 군인권센터연구소 대표는 “현재 병역 거부자의 99.2%가 여호와의증인 신도로 사실상 특정 종교인”이라며 “대체복무제 도입 시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기독교계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병역 거부자의 대다수인 여호와의증인을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보고 있기 떄문이다. 기독교계 인사들은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특혜로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 국회에서 진행될 대체복무제 입법 과정에 교계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계에서 나오고 있다.
기독교계는 그동안 여호와의증인이 잘못된 교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데도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표현으로 호도해 왔다고 지적해 왔다. 실제로는 종교적 교리에 따른 병역기피에 불과한데도 양심이라는 말로 포장만 달리한 것이다.
김대덕 한국교회군선교연합회 총무는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용어부터 수정해야 한다”면서 “군 복무를 마치면 비양심이라는 말이냐”라고 주장했다.
4. 국방력 약화될까
종교적 병역 거부자의 수는 병역자원 감소를 논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또 이들을 처벌하더라도 교도소에 수감할 뿐 병역자원으로는 활용할 수 없어 병역자원에 손실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 거부’를 빙자한 병역기피자들이 늘어날 경우 이 같은 판단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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