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사고’ 이찬호씨 兄 “대통령의 ‘최고의 예우 다하라’던 말,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져” : 월간조선

작년 8월 K-9 자주포 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이찬호씨의 형 이윤호씨가 사건 관련 입장을 밝혔다. 이윤호씨는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동생의 치료 상태와 처우 문제에 대해 말했다.

그는 “사고 발생 초기 대통령께서 ‘최고의 예우를 다하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는 것 같다”며 “국가에서 동생에게 지원해 줬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빠지더라.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사건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넘어가니까 (정부가) 단발적(單發的)으로 행동하는 듯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고 당시 상병이었던 이찬호씨는 강원도 철원 소재의 모 부대 포사격장에서 K-9 자주포를 조종하던 중, 격발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탄이 터졌다. 1평 남짓한 자주포 내부가 삽시간에 화염과 포연에 휩싸였다. 이씨는 “살려달라”는 비명과 함께 불길과 조각난 쇳덩어리들을 헤집고 겨우 기어 나왔다. 이씨는 최근 모 매체와의 병상(病床) 인터뷰에서 “사고 직후 현장은 전쟁터였다”고 기억했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이씨는 전신 화상을 입은 상태로 20여 분 동안 사실상 방치됐다. 폭염에 전투복이 피부에 눌어붙기까지 했다. 근처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화상전문병원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다시 2시간 30분이 지난 뒤, 헬기를 타고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갔다. 그곳 또한 화상전문이 아니었다. 그날 새벽 함께 부상을 입은 동료 상병이 사망했다. 부모들은 민간전문병원으로 이송하길 원했지만 병원 측은 군법을 이유로 군대병원을 고집했다. 장시간 항의 끝에 사고 다음날 서울 여의도 소재의 화상전문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이 사고로 자주포 안에 있던 병사 3명이 숨졌고 이씨를 포함한 4명이 부상을 입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 이틀 뒤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합당한 예우와 보상, 부상 장병들의 치료와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씨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는 국민청원도 청와대 사이트에 올라와 20만 명 넘게 동참하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공무 중 다친 것이기 때문에 유공자 지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8월 2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K-9 자주포 사격 훈련 중 순직한 故 이태균 상사와 故 정수연 상병의 합동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진=조선DB

지난달 24일 전역한 이씨의 상태는 어떨까. 형 이윤호씨는 “(동생의 용태가) 차도는 있지만 (회복 과정이) 눈에 계속 보이는 게 아니고, 천천히 나아지는 병이라 확연하게 좋아진 부분은 없다”며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재활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보훈처에서 검토 중인 동생의 국가유공자 지정 문제와 관련 “(유공자로) 지정이 돼도 (치료비 중) 비급여 부분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모든 비용이) 완벽하게 (지원) 되는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전역 후 6개월까지는 국방부에서 비용을 대주고 있는데 그 이후가 문제다. 치료비가 한 달에 700만~1000만 원까지 드는데, (지금까지) 저희에게 와서 정확하게 (유공자 지정 관련 내용을) 설명해 준 분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윤호씨는 폭발 사고가 난 K-9 자주포 개발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발사 쪽에서 잘못된 걸 입증하고 저희와 얘기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안타깝다)”며 “업체에서 지난번에 한 번 (병문안을) 와서 사과했는데 (후속 대책 마련 등) 디테일한 게 없었다. (보상) 부분도 해결돼야 저희도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자주포 개발사 측은 “사고 초기 군 조사 발표 당시, 기계적 결함이라고 결론적으로 언급한 건 없었다. 여러 가지 부품의 오작동으로 사고가 났다고 밝혀졌다”며 “군에서 다시 (사건 조사를) 민간에 넘긴 상태다.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조사 결과가) 확정적으로 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입장을 말씀드리기 애매한 상황”이라며 “저희도 당연히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겠지만, 사고 수습과 관련해 지금은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고가 일어난 군에서는 이찬호 병장의 치료 문제와 관련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 걸까. 국방부 공보과 인사복지실은 “일단 전역 후 6개월 동안 국가에서 치료비를 부담한다”며 “이찬호 병장의 경우, 장애보상금 지원도 해당된다. 심사 후 매겨진 등급에 따라 금액을 지급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사진=MBN 캡처

현재 보훈처에서 심사 중인 이찬호 병장 유공자 지정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최정식 국가보훈처 홍보팀장은 “지난달 이 병장 전역 후 부모님을 만나 유공자 신청서를 접수했다, 현재는 심사 중”이라며 “유공자 지정 절차는 요건과 심사로 나뉜다. 이 병장의 경우 훈련 중 부상당했기 때문에 요건은 해당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하 그와 나눈 문답이다.

- 유공자 지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요건이 해당되면 신체검사가 실시된다. 검사를 거쳐서 상이등급을 매긴다. 보통 부상자의 치료가 다 끝나고 검사가 진행되는데 현재 이찬호 병장은 치료 중인 상태다.”

- 이 병장의 경우, 치료에만 장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지 않나.

“그렇다. 이분의 치료가 6개월 또는 1년이 걸릴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6개월(전역 후 국가에서 치료비를 지원해 주는 기간)이 넘어가게 되면 이분이 중간에 ‘붕 뜨게’ 되는 상황(*유공자 지정이 아직 결론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이 끊겨, 수백만 원의 치료비를 떠안아야 되는 상황을 뜻함)이 올 수도 있다. 이런 텀(term)이 안 생기도록 최대한 (치료비를 지원해 주는 기간인) 6개월 안에 심사를 마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 유공자 지정이 되면 후속 치료는 어느 정도로, 어느 기간까지 지원받나.

“지금 받고 있는 치료는 전부 다 지원이 된다. (가족분들이)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유공자로 지정되면 상이등급 수준과 관계없이, 현재 받고 있는 화상 치료를 평생 다 받을 수 있다. 연금 혜택의 경우, 1에서 7까지 상이등급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

- 치료·연금 외에 미래 생활을 위해 다른 혜택도 지원받을 수 있나.

“그렇다. 취업은 특별고용제도에 따라서 공기업·민간기업 포함 각 기업마다 20% (채용) 지원을 하고 있다. 이 병장이 대학은 졸업했지만, 향후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하면 그것 또한 지원된다. 아파트 구매에 있어서도 우선청약권이 주어진다. 결혼 시 자녀까지도 취업 지원을 받는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