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참패 후 자유한국당의 활로 찾기가 진통을 겪고 있다. 초선 의원들이 중진 퇴진 요구, 혁신 대책 회의 등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당내 계파갈등을 암시하는 박성중 의원의 휴대폰 메모까지 유출됨에 따라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김성태 원내대표 겸 당 대표 대행을 비롯한 복당파(구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의원들)와 비박계 및 초선의원 일부가 "당 해체" "친박 퇴진" 등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예고한 반면, 수세에 몰린 친박계도 공수(攻守)를 교대하며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김성태 대행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 때문에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6·13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 국민이 마지막으로 준 기회를 당의 쇄신과 혁신, 변화를 통해서 우리가 거듭 태어나는 진정한 모습이 필요한데 정작 쇄신을 논하기보다는 다시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이 반론을 펼쳤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본인 페이스북에 김 대행을 겨냥한 글을 적었다. 그는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났다고. 가만 있는 내 목을 친다고 한 사람이 누군가"라며 "의총에서 그걸 항의한 게 잘못인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친박에게 뒤집어 씌운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애꿎은 초선 박성중 의원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탈당파(복당파) 모임에서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 밝히라"면서 "김 대표(대행)는 있지도 않은 친박에 기대 정치생명을 연명할 생각 말고 쿨하게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 대행은 앞서 이른바 '박성중 메모' 작성자인 박성중 의원에 대해 "계파갈등 불씨를 지핀 잘못이 있다"며 "협의해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은 계파갈등 자체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친박은 물론, 역시 박 전 대통령의 편이 아니라는 점을 상품화한 비박도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었다. 정 의원은 이날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보수 그라운드 제로' 토론회에 참석해 "10년 이상 박 전 대통령 이름을 팔아 정치한 사람이 많다"며 "우리 당에 비박도 그렇고 다 박근혜 이름을 팔아 정치했다. 스스로 판단해 자리를 비워주고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국당은) 10~20년 누구를 죽이고 살리고 이런 일을 반복했다"며 "좌파 정권이 들어온다, 정권을 뺏긴다, 뺏기면 이런 꼴을 당한다고 예상했는데도 그렇게 싸웠고 이 꼴을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싸운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유민봉 의원은 같은 날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박근혜 정부에서 2년간 청와대 수석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적었다.

유 의원은 "저는 초선이고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지 않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이런 결심이 다른 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선언을 통해 앞으로 있을 쇄신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한다거나 동료 의원들에게 부담을 지우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당 좌장이자 친박계 맏형 격인 8선의 서청원 의원은 탈당을 결행했다. 서 의원은 지난 20일 본인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제는 제가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며 "당은 해체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국가는 계속 살아야 하고, 국민은 오늘도 어김없이 살림을 해야 하고, 보수정당도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탈당 소회를 밝혔다.

서 의원은 "정치가 실종된 빈자리에 오만, 독선이 자리 잡고 독주가 횡행한다. 저를 포함한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며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 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적었다.

서로 다른 소신과 입장에 따라 각자도생하는 친박계 의원들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