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TV조선 캡처 및 뉴시스
6·13지방선거 참패 후 제1야당이자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즉각 사퇴한 홍준표 대표의 페이스북 글이 한 차례 논란을 낳더니, 김성태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의 중앙당 해체 결정을 놓고도 당내 분란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초선의원들의 '중진 사퇴' 촉구 성명과 각종 비상모임 참석 또한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혁신 방향 모색보다는 계파 투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열린 한 초선 모임에서 포착된 박성중 의원의 휴대폰 화면에는 계파 투쟁을 암시하는 듯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오늘 자 '현안회의'라는 제목 아래, '친박 비박 싸움 격화' '탈당파 비난' '친박 핵심 모인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서청원, 이찬우, 김진태 등 관련 의원들의 실명도 나왔다. 말미에는 '세력화가 필요하다' '적으로 본다' '목을 친다!'는 등 강경 대응을 의미하는 듯한 표현이 있었다. 해당 메모는 박 의원이 바른미래당(구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의원들과의 조찬 모임에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열린 모임에는 한국당 초선 42명 중 32명이 참석, 당 수습책을 의논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본인이 거명된 박 의원의 메모를 언급하며 "겉으로는 반성하니 어쩌니 하면서도 결국 내심은 이것이었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잘못하면 당이 해체될 판인데 계파싸움으로 당권 잡아서 뭐 하겠다고 저럴까"라며 "난 탄핵에 반대하고, 문재인 정권과 싸운 거밖에 없는데. 내가 그렇게 미웠을까"라고 적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성태 당 대표 대행은 초선 모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시간 이후부터 어떤 모임이나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필요한 모임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단속에 나섰다.
김 대행은 "(앞서 당 해체 등) 혁신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초선의원들과 공유했고, 앞으로 소통을 더 중시하기로 했다"면서 "마지막으로 국민이 준 소중한 기회를 어떤 사심도 배제한 채 당이 쇄신하고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권한대행인 저부터 모든 직을 걸고 사심 없이 수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초선 모임의 간사 격인 김성원 의원 또한 "모두가 쇄신과 혁신에 앞장서야 하는데 간혹 몇몇 잘못된 의도로 다시 도로 친박, 비박의 싸움으로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날에는 오후 열린 초선 모임 외에도, 김 대행과 김무성 의원 등 복당파(한국당 내 구 바른정당 출신 의원 20여 명)가 참여하는 오전 조찬 모임이 있었다. 김 대행이 전날 단독 선포한 당 해체 선언에 대한 평가 등 쇄신안 마련을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복당파와 초선 일부의 지원을 받아 김 대행의 당 혁신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 복당파 중 한 명인 김재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 대표 유고 상황에 유일한 정통성을 갖는 주체는 김 권한대행"이라고 적었다. 홍일표 의원도 이날 오전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원내대표마저 물러나라고 한다면 더 큰 혼란이 있다"고 말해 김 대행에게 힘을 실어줬다.
친박 측은 김 대행과 복당파, 초선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당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견제구를 날리는 모양새다. 한선교 의원은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 대행의 중앙당 해체 결정에 대해 "가히 혁명적이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우리 김성태 대표 같은 경우는 빨리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드려야 되니까 생각해 낸 것이 아닌가. 오버를 하셨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에 김성태를 중심으로 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있는 것은 아닌가. 이 기회가 비주류에서 주류로의 전환의 계기가 아닌가 하는 염려스러운 걱정도 한다"고 지적했다.
정우택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행을 정면 비판하기까지 했다. 정 의원은 "(김 대행은 과거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당 수습 방안을 낸다는 거 자체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당헌당규에 규정된 절차나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않고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대단히 황당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단적 행동은 공당이 아닌 사당의 행태"라며 "국민의 시각에서도 이거는 당의 수습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행은 지난 15일 열린 비상의총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들이 여전히 잿밥에 눈이 멀고, 밥그릇 싸움이나 벌인다면, 국민들은 이제 우리를 완전히 외면하고 말 것이라는 그 점을 우리는 잘 알아야 한다.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자기 보신을 위해서 자기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뒷전에 숨어 뒷짐 지고 있던 분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썩어빠진 집구석 페인트칠 몇 번 한다고 새 집 되지 않는다. 보다 못한 성난 국민들, 썩은내 나는 집구석 이제 헐어내라고 우리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다시 지어야 한다. 다 헐어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김 대행의 '보수당 재건' 천명처럼 한국당의 혁신적인 환골탈태는 가능할까. 아니면 또 다시 지리멸렬한 계파 투쟁으로 자중지란의 늪에 빠지게 될까. 《중앙일보》와 한국정당학회(회장 곽진영 건국대 교수)가 지난 14~16일 정치학자 31명을 대상으로 '보수 재건의 조건'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8명이 '(인적 쇄신을 통한) 전면 물갈이'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해당 조사에서 "최근 보수의 정치적 재편은 '인물 돌려막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새로운 당 지도부를 만들겠다면서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진부한 인물이 나와서는 안 된다. 확실한 인적 쇄신을 통해 '뜻밖의' 외부 인사를 모셔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언제까지 친박·비박 싸울 것인가?'라는 제목의 지난 19일 자 본지 칼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실 정치는 지명도(知名度)의 게임이다. 이름 석 자와 경험으로 먹고사는 동네다. 그것을 깡그리 내려놓으면 신진(新進)의 세상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무명(無名)의 집단이 된다. 당을 이끌 사람들은 정계에서 이름 석 자가 있는 숙련된 '장교'여야 하되 조건이 있다. '별'은 달지 않겠다는 백의종군의 가이드가 돼야 한다. 이런 숙련 정치인이 모여 리더 그룹을 형성하고 그 밑에서 정파주의를 청산하고 내일의 보수를 떠안겠다는 사명을 가진 열혈 '청년'들이 뭉쳐야 한다. 그런 구도여야 보수 야당은 살아날 수 있다."
한국당은 앞으로 당 쇄신을 위해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대행은 비대위원장 후보로 내외인사 모두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인사로는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의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홍정욱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실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실제로 지난 19일 열린 한 초선 모임에서 포착된 박성중 의원의 휴대폰 화면에는 계파 투쟁을 암시하는 듯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오늘 자 '현안회의'라는 제목 아래, '친박 비박 싸움 격화' '탈당파 비난' '친박 핵심 모인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서청원, 이찬우, 김진태 등 관련 의원들의 실명도 나왔다. 말미에는 '세력화가 필요하다' '적으로 본다' '목을 친다!'는 등 강경 대응을 의미하는 듯한 표현이 있었다. 해당 메모는 박 의원이 바른미래당(구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의원들과의 조찬 모임에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열린 모임에는 한국당 초선 42명 중 32명이 참석, 당 수습책을 의논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본인이 거명된 박 의원의 메모를 언급하며 "겉으로는 반성하니 어쩌니 하면서도 결국 내심은 이것이었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잘못하면 당이 해체될 판인데 계파싸움으로 당권 잡아서 뭐 하겠다고 저럴까"라며 "난 탄핵에 반대하고, 문재인 정권과 싸운 거밖에 없는데. 내가 그렇게 미웠을까"라고 적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성태 당 대표 대행은 초선 모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시간 이후부터 어떤 모임이나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필요한 모임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단속에 나섰다.
김 대행은 "(앞서 당 해체 등) 혁신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초선의원들과 공유했고, 앞으로 소통을 더 중시하기로 했다"면서 "마지막으로 국민이 준 소중한 기회를 어떤 사심도 배제한 채 당이 쇄신하고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권한대행인 저부터 모든 직을 걸고 사심 없이 수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초선 모임의 간사 격인 김성원 의원 또한 "모두가 쇄신과 혁신에 앞장서야 하는데 간혹 몇몇 잘못된 의도로 다시 도로 친박, 비박의 싸움으로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날에는 오후 열린 초선 모임 외에도, 김 대행과 김무성 의원 등 복당파(한국당 내 구 바른정당 출신 의원 20여 명)가 참여하는 오전 조찬 모임이 있었다. 김 대행이 전날 단독 선포한 당 해체 선언에 대한 평가 등 쇄신안 마련을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복당파와 초선 일부의 지원을 받아 김 대행의 당 혁신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 복당파 중 한 명인 김재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 대표 유고 상황에 유일한 정통성을 갖는 주체는 김 권한대행"이라고 적었다. 홍일표 의원도 이날 오전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원내대표마저 물러나라고 한다면 더 큰 혼란이 있다"고 말해 김 대행에게 힘을 실어줬다.
친박 측은 김 대행과 복당파, 초선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당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견제구를 날리는 모양새다. 한선교 의원은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 대행의 중앙당 해체 결정에 대해 "가히 혁명적이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우리 김성태 대표 같은 경우는 빨리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드려야 되니까 생각해 낸 것이 아닌가. 오버를 하셨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에 김성태를 중심으로 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있는 것은 아닌가. 이 기회가 비주류에서 주류로의 전환의 계기가 아닌가 하는 염려스러운 걱정도 한다"고 지적했다.
정우택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행을 정면 비판하기까지 했다. 정 의원은 "(김 대행은 과거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당 수습 방안을 낸다는 거 자체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당헌당규에 규정된 절차나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않고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대단히 황당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단적 행동은 공당이 아닌 사당의 행태"라며 "국민의 시각에서도 이거는 당의 수습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행은 지난 15일 열린 비상의총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들이 여전히 잿밥에 눈이 멀고, 밥그릇 싸움이나 벌인다면, 국민들은 이제 우리를 완전히 외면하고 말 것이라는 그 점을 우리는 잘 알아야 한다.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자기 보신을 위해서 자기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뒷전에 숨어 뒷짐 지고 있던 분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썩어빠진 집구석 페인트칠 몇 번 한다고 새 집 되지 않는다. 보다 못한 성난 국민들, 썩은내 나는 집구석 이제 헐어내라고 우리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다시 지어야 한다. 다 헐어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김 대행의 '보수당 재건' 천명처럼 한국당의 혁신적인 환골탈태는 가능할까. 아니면 또 다시 지리멸렬한 계파 투쟁으로 자중지란의 늪에 빠지게 될까. 《중앙일보》와 한국정당학회(회장 곽진영 건국대 교수)가 지난 14~16일 정치학자 31명을 대상으로 '보수 재건의 조건'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8명이 '(인적 쇄신을 통한) 전면 물갈이'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해당 조사에서 "최근 보수의 정치적 재편은 '인물 돌려막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새로운 당 지도부를 만들겠다면서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진부한 인물이 나와서는 안 된다. 확실한 인적 쇄신을 통해 '뜻밖의' 외부 인사를 모셔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언제까지 친박·비박 싸울 것인가?'라는 제목의 지난 19일 자 본지 칼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실 정치는 지명도(知名度)의 게임이다. 이름 석 자와 경험으로 먹고사는 동네다. 그것을 깡그리 내려놓으면 신진(新進)의 세상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무명(無名)의 집단이 된다. 당을 이끌 사람들은 정계에서 이름 석 자가 있는 숙련된 '장교'여야 하되 조건이 있다. '별'은 달지 않겠다는 백의종군의 가이드가 돼야 한다. 이런 숙련 정치인이 모여 리더 그룹을 형성하고 그 밑에서 정파주의를 청산하고 내일의 보수를 떠안겠다는 사명을 가진 열혈 '청년'들이 뭉쳐야 한다. 그런 구도여야 보수 야당은 살아날 수 있다."
한국당은 앞으로 당 쇄신을 위해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대행은 비대위원장 후보로 내외인사 모두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인사로는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의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홍정욱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실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