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익범 특별검사(왼쪽)와 방봉혁 수사팀장. 사진=조선DB
‘드루킹 여론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할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방봉혁(56·21기) 서울고검 검사가 선임됐다.
허 특검은 15일 “방 부장검사가 수사팀장으로 오시는 것으로 오늘 법무부에서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수사팀장은 수사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이다. 큰 틀에서 수사 방향을 정하고 핵심적 법리 판단을 하는 특검을 보좌하게 된다.
방 수사팀장은 전북 장수 출신으로 전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광주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전주지검 정읍지청과 서울지검·대전지검 등을 거쳤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수원지검 안산지청·수원지검 형사3부·서울서부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로 근무했고, 부산고검·대전고검 검사 등을 거쳤다. 현재는 서울고검 소속으로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에 부장검사로 파견됐다.
눈여겨볼 점이 있다. 방 수사팀장은 2004년 1월 26일 자 ≪법률신문≫에 ‘[토론광장]사회보호법 폐지만이 능사 아니다’ 제목의 글을 통해 당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했던 보호감호제 폐지를 반대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는 보호감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보호감호제도란 절도·강도 등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를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뒤 다시 감호소로 보내 일정 기간 구금하면서 사회 복귀 교육과 훈련을 하는 제도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03년 7월 30일 존폐 논란이 이는 보호감호제도에 대해 폐지 의견을 법무부에 냈다.
이후 2004년 11월 1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사회보호법을 폐지해 이중처벌 논란으로 위헌 시비를 빚어 온 보호감호제도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당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30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현안 당정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 회의에는 열린우리당에서 천정배 원내대표와 홍재형 정책위의장, 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이, 정부 쪽에서 김승규 법무부 장관과 정성진 부패방지위원장, 청와대에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후 2005년 2월 16일 법무부와 열린우리당은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는 보호감호제를 없애는 대신, 선고형량의 3분의 1 범위 안에서 최대 5년까지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일부 집행유예제’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방향으로 법이 통과되면 예를 들어 ‘징역 10년에 그중 3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7년을 복역한 뒤 일단 감옥에서 풀려나 나머지 3년은 집행유예 상태로 사실상의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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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봉혁 수사팀장은 2004년 1월 26일 자 ≪법률신문≫에 ‘[토론광장]사회보호법 폐지만이 능사 아니다’ 제목의 글을 통해 당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했던 보호감호제 폐지를 반대했다. 사진=당시 글의 일부분 캡처. |
노무현 정부와 여당의 결정대로 ‘보호감호제’는 2005년 폐지됐다. 하지만 보호감호제 폐지를 두고 뒷말이 나왔다. 부산 여중생 강간살해범 김길태가 두 차례 성폭행죄로 8년을 복역한 뒤 출소했으나 다시 13세 어린 여자아이를 상대로 잔혹한 성폭행 살인을 저지르는 등의 범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2015년 법무부는 ‘보호수용제’ 입법을 추진했다. 대상 범죄를 살인, 아동성폭행 등 흉악범으로 한정해 징역 3년 이상을 선고할 경우 최장 7년까지 보호수용을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상습적인 강력범죄, 특히 아동성폭행에 대한 재범방지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재범방지를 위해서는 전자발찌로는 역부족이고, 일정 기간의 분리수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국가인권위 등의 반대로 소관 상임위(정무위원회)에도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입법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학계, 인권단체, 야당이 모두 나서 반대했다”고 했다. ‘이중처벌’ 논란을 불렀던 사회보호법의 부활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형기를 마치고 나오는 조두순을 다시 격리할 수는 없다.
2008년 등교하던 초등학교 1학년 나영이(가명)를 끔찍한 방법으로 성폭행한 조두순은 고작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2020년 출소를 앞두고 있다.
정부 여당의 보호감호 폐지 움직임에 반대의 소신을 밝힌 방 수사팀장이, 이번 드루킹 특검에서도 지지율 70% 정권의 치부를 파헤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2004년 방 수사팀장이 법률신문에 게재한 글이다.
[토론광장]사회보호법 폐지만이 능사 아니다
방봉혁 검사(서부지청)
최근 일부 인권단체 등 사회 일각에서 보호감호제도가 위헌적 제도로서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보호감호가 이중처벌에 해당되고 재범방지에도 별 효과가 없으며 연혁상으로 보아도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법무부에서는 2003년 5월 「보호감호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보호감호제도 운용상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최소화면서도 제도 자체의 본래적 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개선방침을 천명한 바 있고, 이후 세부적인 시행방안 등을 마련키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보호감호제도의 탄생배경이 거론될 때에는 어김없이 ‘삼청교육’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태생적 한계로 제기되곤 하지만, 당시로서는 고질적 상습범이나 중범죄자에 대해 지나치게 온정적이었던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제도 도입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 형사정책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형벌 이외 보안 처분’ 헌재서도 합헌 결정 내려
수용자 대부분 잡범 아닌 전과 6회 이상 강력범
범죄자 인권강조 앞서 국민 입장서 검토해야
과거를 돌이켜 보건대, 1980년대 횡행했던 떼강도 출현이나 부녀자 납치사건과 같은 강력범죄들이 수그러들게 된 배경에는 보호감호가 명시적 또는 잠재적으로 범죄진압 효과를 발휘한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보호감호가 폐지론자들의 주장처럼 위헌적인 제도인지, 단순 잡범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비보편적인 제도인지 등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첫째, 우리 헌법 제12조에는 형벌 이외에 보안처분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고, 보안처분의 대표적인 유형인 보호감호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즉 형벌은 과거의 범죄행위의 책임에 대한 적정한 대가이고, 보호감호는 장래에 다시 죄를 범할 위험성에 대하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방위처분으로서 그 성질이 다르다고 보는 점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도 일관되게 합헌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폐지론자들은 보호감호제도로 인하여 수용되어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 단순한 잡범이나 생계형 절도범이라고 주장하나, 법무부에서 작년에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피보호감호자 대부분은 전과가 6회 이상이고 그 내용 또한 강도, 강간, 폭력, 전문절도범에 해당할 뿐 아니라, 절도범의 경우에도 흉기나 절단기를 이용한 주거침입절도사범이나 조직적 소매치기 절도사범 등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단순한 잡범만을 수용한다는 부분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할 것이다.
셋째, 보호감호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고 있는 비보편적인 제도가 아니다. 대륙법계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노르웨이 등 여러 유럽국가들이 보호감호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중에 있으며, 미국에서도 3회 이상 범죄를 저지르면 최소 2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소위 ‘삼진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보호감호 폐지론자들은 보호감호 폐지만을 주장할 뿐 폐지 시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실정이다. 다만 형벌로 해결하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만약 아무런 형사정책적 대안없이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된다면, 과거 떼강도, 성폭행 등 가정파괴사범이 횡행하여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하였던 것처럼 고질적 상습범죄자들의 격증과 조직범죄의 발호가 불을 보듯 훤히 예상된다. 게다가 제도 폐지로 인하여 석방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1년 이내에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게 되어 결국 청송보호감호소가 교도소로 명칭만 바뀐 채 이들을 다시 수용하게 되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사태가 벌어질 것임이 자명한 일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볼 때, 보호감호제도는 반인권적이거나 위헌적인 제도가 아닐뿐더러, 성급하게 폐지할 경우 우리 사회에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오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하지만, 현재의 보호감호제도 운영상 별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외부통근작업과 같은 사회적응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출소 후 생계지원대책 마련에도 다소 소홀하였다는 지적들은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법무부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고, 그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보호감호 혁신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할 것이다.
보호감호제도의 폐지관련 논의는 단순히 몇몇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나 피보호감호자들의 인권차원에서만 논의되어서는 아니 될 사안이다. 범죄의 잠재적인 피해자인 대부분의 선량한 국민의 관점에서도 심도있게 논의되고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국회 및 법무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유념하여 범죄로부터의 사회 보호와 고질적 상습범죄자들의 인권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균형 있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