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박근혜 대통령,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월간조선> 6월호의 '2016 총선 새누리당 막장공천 秘話'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들이 있다"고 밝혀 왔다.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원유철 의원은 "당시엔 오로지 총선 승리를 위해 뛰었고 당 대표였던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친박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양측 의견 조율에 앞장섰는데 그 과정에 다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별도로 대화의 장을 마련했지만 김무성 대표가 나타나지 않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원 의원과의 일문일답.
-직접 마련했다는 대화의 장은 어떤 자리였나.
"공천 과정에 대표(김무성)와 공천관리위원장(이한구)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막말까지 나오고 더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김무성, 이한구, 그리고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에게 연락했다. 같이 식사 한 번 하며 이야기하자고 했더니 세 분 다 좋다고 했고, 화해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여의도 한 일식당에 예약하고 알렸다. 그런데 그날 일식당에 가니 서청원, 이한구 두 분만 와 있었다. "
-김무성 대표가 오겠다고 하고 안 온 것인가.
"그 자리에서 전화를 해 '오신다고 하고 왜 안 오시냐, 다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더니 '이한구 꼴보기 싫어서 안 간다'고 했다. 싸울 땐 싸워도 당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더 나은 방안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자리였다. "
"사람들 앞에서 소리지른 건 죄송하지만..."
-공천 막바지에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소리를 지르고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이 많다.
"사감(私感)이 있어서 큰소리가 난 게 아니다. 제 얘기를 하자면, 후보등록 마지막 날이 다가오도록 당 대표가 공천 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고위원회가 열렸는데도 김무성 대표는 결정을 안 하면서 난 못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아까 말한 일식당 사건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때 얘기 좀 하자고 오시라고 할 때는 안 오시고 이제와서 바로 마감인데 어쩌겠다는 말씀이시냐'고 언성을 높였다. 또 김무성 대표가 '못하겠다, 당 대표 사퇴하겠다'고 해서 속상하기도 하고 격앙돼서 '이제 와서 무책임하게 그런 소리 하시면 안 된다'고 소리친 거다. 여러 사람 앞에서 소리친 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나중에 김 대표께 사과도 드렸다. 또 회의 끝나고 설렁탕집 가서 사과하고 화해도 했다.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랬겠느냐. 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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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0대 총선 공천을 놓고 강하게 대립했다. |
-중간 과정엔 어쨌든 결국 원 의원이 청와대와 이한구 공관위원장 편을 들어 당 대표를 압박했다는 것이 당시 당직자들의 증언이다.
"일부의 주장과 달리 저는 이한구 위원장을 추천하지 않았고 적극 동의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 최고위원회가 끝나고 김무성 대표가 저와 서청원 최고위원을 남으라 해서 셋이 앉았는데, 김 대표가 이한구 공관위원장 추천안이 들어와서 상의하려 한다고 했다. 이한구 의원이 추천받았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김 대표한테 '(이한구가) 마음에 드시면 안을 받으시고 아니면 지금 아니라고 말씀하시라'고 말했다. 나중에 가서 갈등하지 말고 지금 분명히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이런 내용은 우리 셋 말고는 모른다."
-원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이었는데, 유 의원 사임 후 바로 원내대표를 맡았다는 점에서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 않았나.
"유승민 원내대표 사임 후 함께 그만두기로 했고, 지역구 의정보고회를 촘촘하게 잡아놨었다. 그런데 최고위원회의에서 '또 (원내대표) 경선을 하면 친박, 비박 운운하며 갈등이 생길 수 있으니 원유철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면 좋겠다'고 제안이 나왔다. 최고의원들 대부분이 동의했고 한 최고위원이 저에게 '얘기가 다 됐으니 김무성 대표에게 찾아가서 고맙다고 인사하라'고 전해줬다."
"형님이 집 나가면 동생이 모시고 와야"
-김무성 대표는 친박계에 둘러싸여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원내대표 되면서 고맙습니다 잘 하겠습니다 인사드리고 나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 부의장 등 인선을 다 김 대표와 상의해 안을 만들었다. 결정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했다."
-당에서 대표와 원내대표가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의견들이 있다.
"당치않다. 김무성 대표는 15대 총선에서 같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 형님처럼 모셨던 분이다. 옥새파동 때 최고위원들은 저에게 당 대표 대행으로 공천을 마무리 지으라고 했지만 안 된다고 부산으로 가서 김 대표를 정성스럽게 모셔온 사람이 바로 저다. 형님 꼭 올라오셔야 된다고 자갈치시장에서 약주 따라드리고 했는데 억울한 점이 많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큰형이 집을 나가면 동생이 나가서 형님 들어갑시다 해야 형도 못 이기는 척하고 들어올 것 아닌가. 그런 마음으로 모시러 간 거다."
"박근혜, 김무성은 누나 같고 형 같은 분"
-김무성 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잘 알지 않나.
"그 사이에서 가장 문제해결을 위해 뛰었던 사람이 저다. 이렇게 비유하긴 좀 그렇지만, 한 분은 형님 같은 분이고 한 분은 누님 같은 분이다. 두 분 사이가 불편하면 저도 힘들다."
-에피소드가 있다던데.
"하나 얘기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 연휴 직전 유엔 방문에 나섰을 때다.(2015년 9월-편집자 주) 대통령이 해외순방에 나서면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마중과 배웅을 나가는 것이 관례다. 전임자인 유승민 원내대표도 그렇게 했었고, 저는 원내대표가 된 후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인 데다 청와대 측에서도 연락이 와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 대표도 당연히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고, 대통령 출국 날 아침 김무성 대표에게 '이따 공항에서 뵙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다른 일정을 보고 공항에 갔는데 김 대표는 오지 않았다. 귀국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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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을 마중 나와 인사하고 있다. |
-그래서 김 대표에게 뭐라고 했나.
"추석연휴 때 김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부산에서 국민경선 안심번호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았나. 대통령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이 시끌시끌했다. 그래서 대통령 귀국 전 김 대표한테 '대통령이 추석연휴에 송편도 못 드시고 유엔 가서 고생하고 오셨는데 형님이 (공항에) 나가서 고생하셨다고 얘기도 좀 하고 안심번호에 대해 설명도 좀 드리라고 말씀드렸다. 김 대표가 알았다며 귀국시각이 몇시냐고 물었고 바로 알려드렸다. 그런데 또 안 나온 거다. 나만 대통령한테 잘 보이려고 공항으로 뛰어간 사람이 됐다."
-김무성 대표는 국민공천과 오픈 프라이머리 등을 친박계가 반대했다는 서운함이 있는 것 같다.
"저야말로 김 대표가 주창했던 상향식 공천과 오픈 프라이머리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했던 사람이다. 오히려 이 때문에 친박계 주류 의원들에게 '자꾸 (청와대와 친박으로부터) 미움받을 이야기를 하고 다니느냐'고 지적받기도 했다. 그런 분들에게는 '우리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