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지난 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불법 선거운동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벌금 200만원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 심리로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해당 행사의) 원래 목적은 투표 독려라고 하지만 선거일 3일 전"이라며 "순수하게 투표 독려를 하려고 했다면 장소사용이나 비용처리, 배경음악 선택에 신중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작년 '장미대선' 기간에 사전 투표를 독려하면서 만약 투표율이 25%가 넘을 경우 홍익대학교 앞에서 '프리허그' 행사를 열기로 약속했었다. 이를 달성하자 탁 행정관은 작년 5월 6일 홍대 앞에서 프리허그 행사를 개최, 종료될 즈음 2012년 대선 때 사용된 민주당의 로고송 음원을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스피커로 송출했다. 해당 음원에는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육성연설이 들어 있었다. 검찰은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스피커로 선거운동과 관련된 음원을 송출한 행위가 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여겼다.
반면 탁 행정관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뭐가 크게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2012년 대선 로고송을 2017년에 틀었다는 것이 검사의 말처럼 중요한 요건이 되는지도 잘 이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다수의 대중이 모여있을 때 임의의 별도 공간에서 행사를 하는 것은 기획자로서 당연한 선택"이라며 "행사 자체를 취소하지 않는 한 지금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름 선거와 관련한 기획행사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선거법에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보통사람들은 선거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위법한 일을 할 것이고, 그런 부분들이 재판을 통해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탁 행정관 측 변호인도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은 당시 집회가 끝나고 해산하는 용도로 음악을 틀었던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2012년 대선에 사용한 음악이었고, 연설 내용이 포함돼 선거운동처럼 보이긴 했지만 고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정치자금법은 실제 비용을 지급한 행위가 있어야 처벌되는데 이 사건은 누구도 지급하는 행위가 없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공직생활을 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와 관련해 피고인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탁 행정관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하나 더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다. 탁 행정관은 당시 프리허그 행사에 앞서 열린 '투표 독려 릴레이 버스킹 행사' 기획자에게 무대를 더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 사용비 200만원을 부담한 바 있다. 이는 시각에 따라 탁 행정관이 간접적으로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여겨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작년 5월 8일 탁 행정관의 이같은 행위가 법 위반 소지가 있을 것으로 파악,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바 있다.
탁 행정관에 대한 선고는 오는 6월 18일 오후 2시에 실시된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