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공천 둘러싸고 내분 심화 : 월간조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낙천된 인사들이 공천 결과에 반발,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내부 분란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후보로 선출된 인사에 대한 당내 반발은 물론, 현직 장관이 공천에 간여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이에 따른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5월 2일 자)와 '중앙일보'(4월 27일 자)는 민주당 내의 이 같은 내분(內紛) 양상을 자세히 전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서울 중구청장 경선에 등록했던 김찬곤·김태균·신종화·이경일·최강선 예비 후보 5명은 지난 1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와 국회 추미애 민주당 대표실을 항의 방문했다.

당이 전날(30일) 이 지역에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을 전략 공천한 것에 대한 반발 차원이었다. 과거 동대문구청장에 출마했던 서 소장을 중구에 전략 공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게 예비 후보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가장 공정해야 할 공천 심사가 역대 최악의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시민과 당원의 민심을 무시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현역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기초단체장 공천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도 했다. 서울 중랑구청장에 도전했다 떨어진 성백진 서울시의원은 지난 30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당의 전략 공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해 소동을 벌였다. 커터를 품에 넣고 있던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그 사람을 데려와서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이 구청장 후보로 전략 공천된 류경기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삼고초려해 영입한 점이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밖에 현직 시장임에도 경선에서 배제된 최성 고양시장, 유영록 김포시장 측도 '현역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최성 시장은 "고양 지역 유력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지난 대선 후보 경선 출마 후부터 '최성 죽이기 프로젝트'가 진행돼 왔다"고 주장했다. 유영록 시장도 "김두관(경기 김포갑) 의원이 왜 자신의 경선 컷오프를 주장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최·유 시장은 현재 민주당 경기도당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국회의원 시절의 은수미 후보. 사진=조선DB

경기 성남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된 은수미 전 의원은 '조폭 차량 지원설' 의혹으로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충남 천안시장 후보로 전략 공천된 구본영 현 시장은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구 시장은 지난달 3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됐다. 전종한 천안시장 예비 후보는 당의 전략 공천 결정에 반발하며 당에 재심을 요청했다. 경선을 거쳐 경기 화성시장 후보로 확정된 서철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음주·폭행 전력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5일 서울시 구청장 선거에 내보낼 후보를 정하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전혜숙 위원장을 비롯해 강병원·김병기·남인순·박용진 등 위원들이 공천 심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김영주 장관이 회의실을 찾았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영등포갑 지역구 국회의원 자격으로 이곳을 찾은 김 장관은 조길형 현 구청장이 영등포구청장 선거에 나갈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채현일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과 경선을 붙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공천관리위원들은 결국 이날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영등포구청장 후보는 이날 발표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공심위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일인데 한국GM 사태 등 심각한 현안이 있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역구 구청장 공천 문제 때문에 굳이 회의장까지 직접 찾아올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재명 전 성남시장도 당내 반대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 회원으로 가입한 전력이 공격 소재가 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일베에서)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된 글을 찾아내 대응하기 위해 가입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민주당 내 공천 경쟁의 후유증은 더 커질 조짐이다. 일단 공천을 받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큰 만큼 ‘내전’이 본선보다 더 치열하기 때문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