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와 포함되지 않은 의제는 무엇? : 월간조선

내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논의할 핵심 의제 중 하나는 비핵화다.

핵심 의제는 비핵화

남북은 실무 협의를 통해 정상회담 합의문을 준비하고 있지만, 비핵화만은 정상 간 담판 몫으로 남겨놓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핵화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1대1 단독 회담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조선닷컴'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부분의 내용은 사전에 합의되고 있지만 일부는 정상회담 결과를 반영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정상회담 3대 의제 중 평화 체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선 합의문을 마련했지만 비핵화 부분에 대해선 아직까지 의견 조율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 동결로부터 출발해 완전한 핵폐기 길로 간다면 북한의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발표를 '핵 동결'로 규정해 환영의 뜻도 밝혔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핵·미사일 동결부터 시작해 핵 폐기로 가는 단계적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인지해 '한반도 비핵화'를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개선'보다 앞에 배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평화체제나 남북관계 개선도 논의되기 힘들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비핵화에 대한 핵심적 논의는 미북정상회담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 수준은 낮추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경우 많은 제약이 있고, 북미 회담과 무관하게 남북이 따로 진도를 낼 수 없다"며 "남북정상회담은 일단 좋은 시작을 하고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보며 남북 간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었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미·북 사이의 '중재자' 역할만 강조하다 보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같은 의제가 오·만찬 등 이벤트에만 치중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작 우리의 생존이 걸린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 등은 간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선언도 논의될 듯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6·25전쟁 종전(終戰)선언과 평화체제 문제도 논의된다고 청와대와 백악관은 동시에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그들(남북)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blessing)"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안보 상황을 궁극적 평화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종전선언과 후속 조치로 다뤄질 평화체제 문제는 그동안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논의됐지만, 북한 비핵화가 매번 실패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던 사안이었다.

'종전선언'은 6·25 휴전(休戰) 당사국(미국·중국·한국·북한)들이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런 '종전선언'이 가능하려면 북한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입장이었지만,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직후부터 북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의 동시 추진을 검토해 왔다. 한미 모두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논의될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지난 17일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북한과 합의문 조율을 마치지 않았지만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 등을 포괄적으로 담을 예정"이라고 했었다.

'종전선언'은 1953년 정전협정의 당사국들이 모두 참여해야 평화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논의되더라도 그 내용은 '상징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남북 간 합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 (정전협정) 당사자 간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경협 문제는 배제될 듯

북한 인권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로베르타 코헨 북한인권위 명예공동의장은 지난 25일 ‘조선일보’ 기고문을 통해 “한국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대면할 때 인권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정상 국가'로 대우받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북한은 국경을 열고 UN 관계자들이 들어오도록 해 그들이 북한 당국 및 주민들과 대화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 포함과 관련,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 경협(經協) 문제도 다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라며 "경제협력은 이번에 중심 의제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준비위를 구성하면서 2007년 정상회담과 달리 경제부총리를 포함시키지 않았고 "핵심 의제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협은 작년 말 유엔 제재가 거의 끝까지 가 있기 때문에 남북 간 합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경협을 논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히려 (비핵화라는) 핵심 의제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