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루킹’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2016년 10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10·4 남북 정상 선언 9주년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조선DB
여권(與圈) 지지 인사들 사이에서 ‘드루킹 사이비 교주설(說)’이 돌고 있다. 네이버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48·필명 드루킹)씨가 일본대침몰, 프리메이슨(비밀 정치결사단) 같은 음모론을 맹신(盲信)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드루킹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온 지 3일째 되는 16일 오전부터 급속히 퍼지고 있다. 야권(野圈)을 중심으로 “드루킹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꼬리 자르기 여부를 떠나 ‘사이비 교주’라는 말이 정치권에 등장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당시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의 부친인 최태민씨는 ‘사이비 교주’라 불렸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최초로 폭로한 김해호 목사는 2016년 11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 남자 사기꾼들이 제일 선호하는 1번이 신흥종교 하나 만들어서 사이비 종교 교주 하는 것이다. 최태민은 교리가 없다. 성경 말씀 몇 줄, 불교 경전 몇 줄, 천도교 교리 몇 줄이다. 온 세상 종교를 갖다 섞어 놓는 거다. 이거 믿으면 쉽게 말해 극락 간다, 천국간다, 사이비 종교 주특기가 병 고쳐 준다는 것이었다.”
 |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사진=TV조선 캡처 |
실제 최태민은 1969년 초 서울 중구의 천주교 중림성당에서 ‘공해남’이라는 이름으로 영세를 받았다. 2년 뒤 그는 서울시 영등포구 방화동 592-7번지 호국사에서 불교에 기독교-천도교를 합친 영세계(靈世界)를 만들었으며 영세계의 교리를 전달하는 곳을 영세계 칙사관이라고 불렀다. 그는 ‘방민’이라는 이름으로 독경(讀經)과 안찰(按擦) 기도를 통해 환자를 치유할 수 있다고 떠들고 다녔다. 칙사는 선지자(先知者) 혹은 예언자(豫言者)와 같은 의미다.
주진우 기자는 jtbc 뉴스룸에서 ‘최순실 연설문’이 보도되자 “사이비 교주가 통치하는 나라. 이것이 당신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까?” "박근혜 대통령님 물러나십시오“라고 트위터에 썼다.
주요 외신들은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사건을 샤머니즘적 주술과 연관되어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이날 ‘샤머니즘적 숭배와 연관된 스캔들 소용돌이가 한국 대통령을 위협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씨는 마치 꼭두각시를 조종하듯 막후에서 ‘왕’의 권위를 누렸다“며 ”(그는) 샤머니즘적 예언자로 정신적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NPR은 이어 ”최씨의 아버지이자 사이비종교 교주인 최태민씨는 수차례 개종하고, 이름을 일곱 번 바꾸고, 여섯 번 결혼했다“며 대(代)를 이은 최씨 일가의 사이비 종교 활동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순실 게이트를 ‘샤머니즘적 컬트’라고 규정하고 ”사이비 교주 최태민씨는 숨진 육영수 여사가 꿈에 보인다는 말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A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문재인 정권은 예수회 선서를 한 자들만으로 꾸려졌고, 그들에겐 로마가 조국’이라고 했다”며 “그는 교주처럼 행세하며 회원들을 통제했다”고 전했다.
최근 폐쇄됐던 ‘드루킹’ 김모(49)씨 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이 다시 공개되고 있다. 한 번에 열리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현 정부가 민감해할 만한 내용이 올라와 있고, 일부 내용은 여전히 비공개로 두고 있다.
야당에서는 드루킹이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리한 댓글 조작 활동을 했다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드루킹은 지난달 체포 직전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댓글 부대의 진짜 배후를 알면 멘붕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댓글부대의 시작과 끝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주장(19일)이 사실이라면 외신은 우리나라를, 우리나라 대통령을 어떻게 바라볼까. 또 당시 사이비 교주가 통치하는 나라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해 온 인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