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는 누구 것입니까?” 매년 댓글공작 아지트에 흘러간 11억의 출처는? : 월간조선

‘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활동 기반이자 댓글공작 아지트로 알려진 출판사 ‘느릅나무’의 운영방식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느릅나무는 설립한 후 8년 동안 한 번도 책을 출판한 적이 없는 사실상 ‘유령 출판사’였다. 그럼에도 파주출판단지 내 입주한 이후 월세를 체불한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현재 느릅나무는 10년 가까이 매년 억대의 운영비를 지출했다고 알려졌다. 월 500만 원 수준의 사무실 임차료, 휴대전화 170대, 5명 직원의 인건비 및 20~30명 조직원 경비 등을 합하면 운영비만 약 11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느릅나무는 매일 표를 작성해 재정을 관리할 만큼 여러 비용을 철저하게 집행했다.

공식적인 수입이 없는데 어떤 돈으로 출판사 간판을 유지하고 여론조작 아지트로 운영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 자금을 지원해 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느릅나무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운영비 안에는 ‘드루킹’ 김씨의 이혼소송 비용 및 신제품 개발을 명목으로 한 사업 확장비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번 돈이었다면, 이 같은 사적(私的) 용도로 자금을 쓸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드루킹 일당을 조사 중인 경찰도 이 부분을 의심하고 있다. 당초 ‘드루킹’은 경찰에서 “비누와 강의료 등 상품 판매수입으로 경비를 충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17일 “이들의 운영자금 마련 과정이 상식적이지 못하다”며 “임대료 산정도 정상적이지 않아 자금 마련 과정도 집중 수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파주출판단지 입주 때 적법 절차도 거치지 않아

느릅나무는 자금 출처뿐 아니라 입주 절차도 의심의 대상이다. 2015년 파주출판단지 입주 당시 적법한 계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지난 17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느릅나무는 파주출판단지에 ‘불법 입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 문 닫힌 느릅나무 출판사의 여러 모습들. 사진=조선DB

실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에서 공간을 임대해 사업하기 위해선, 임차인은 반드시 한국산업공단과 입주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느릅나무는 공단과의 입주계약도 없이, 2015년 임대업체 G의 사무실 3층 건물 중 2층(704㎡)만 빌려 출판사를 운영했던 것이다. 공단 측은 홍 의원의 자료 요청을 받은 뒤 해당 사실을 확인, 느릅나무 출판사를 고발하기로 했다.

홍 의원은 “드루킹이 대표로 있던 느릅나무 출판사가 파주산단에 불법 입주해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관리를 벗어나 있었다”며 “댓글조작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입주계약을 하지 않고 몰래 잠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스의 주인 밝혀졌으니 느릅나무 주인도 찾아야”

‘드루킹 파문’에 ‘느릅나무 논란’까지 번지자 여권은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반면 댓글공작 사태로 호기를 얻은 야(野) 3당은 느릅나무의 실체에 대해서도 집중포화를 가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17일 본인 SNS 계정에 “다스의 주인은 밝혀졌으니 이제 느릅나무 주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10년 가까이 매년 억대의 임대료, 운영비를 지출하고 책 한 권 출판하지 않은 출판사가 있을 수 있나요”라며 “검찰, 경찰은 민주당 당원 개인 일탈로 이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왜 느릅나무가 출판사가 아니라 댓글 공장이 되었는지, 누가 이 조직을 후원, 응원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느릅나무 출판사가 입주한 건물에 붙은 '민주당 댓글공작' 비난 구호들. 사진=조선DB

바른미래당도 지난 17일 이재환 부대변인 논평에서 “주 1회 한 시간에 만 원을 받는 2시간 강의와 경공모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생필품 판매로 얻은 수익으로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했다는 드루킹 김씨의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8일 정태옥 대변인 논평에서 "느릅나무는 매년 6000만 원에 달하는 출판사 임차료를 8년 동안 꾸준히 냈고, 4~5명의 정규직 월급과 여론공작에 동원된 170대 이상의 휴대전화 월 기본료만 해도 매달 수천만 원의 운영비가 들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돈이 나올 곳이라곤 회비, 강연, 비누판매 수익이 전부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일탈된 개인'이 '자발적 선거참여'에 사용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며, 다른 자금줄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느릅나무 연간 운영비 11억 원의 배후는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한편 '평창 유감' 등 현 정권 및 진보 진영을 향한 풍자랩으로 유명세에 오른 래퍼 ‘벌레소년’은 지난 17일 드루킹 사태와 관련한 신곡 ‘느릅나무 누구껍니꽈’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곡은 유튜브에서 음악 영상으로 전파, 가사에 담긴 매서운 비평으로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하 가사의 일부다.

〈오우 출판사 느릅나무 / 저기 저 늠름한 건물 안에 너무 / 잘나가는 정치인들 들락날락 아주 / 지들끼리 세상을 주물럭거릴 여유 / 드루킹 아재와 했던 짓이 고작 / 네이버 댓글 조작, 추천수 조작 / 사건 터지니까 문빠 저능아들 깜짝 / 댓글로 빨간 세상 만들려고 깔짝〉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