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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퇴 기로에 선 김기식, 정작 증권사 대표들에게는 힘 과시했나?

전날 오후 '전원 소집', 밤에 ‘대리 출석 불가’ 통보, 다음날 오전 10시 회의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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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원장으로부터 전날 밤에 참석 통보를 받은 증권사 대표들이 일렬로 앉아있다

지난 4월9일 오후, A증권사 사장 비서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금감원에서 온 전화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임 원장이 내일 오전 10시에 증권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자 한다. 참석해달라”고 했다. 비서실로부터 이 소식을 전한 A증권사 대표는 당황했다. 증권회사들은 요즘 벌어지는 삼성증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터였지만, 금감원장이 갑자기 증권사 대표를 이렇게 불쑥 전원 소집할 만한 까닭이 없어서다.
 
삼성증권 사태는 직원 한 명이 우리사주조합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배당금 1000원’을 ‘주식 1000주’로 잘못 입력한 실수에서 생겼다. 결과적으로 우리사주조합 직원에게 현금배당 28억1000만원을 지급해야할 것을, 삼성증권 주식 28억1000만주를 입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른 증권 회사들도 남의 일이 아닌양 지켜보고는 있었지만 A사는 우리사주조합도 없고, 따라서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실수를 할만한 상황이 아예 없다.
 
A증권사는 금감원에 “부사장이 대리 참석해도 되는지”를 물었다. 금감원은 아무 답이 없었다.
비슷한 시간에 금감원으로부터 연락을 통보받은 B증권회사도 마찬가지였다. B증권사 대표는 다음날 오전에 중요한 미팅이 잡혀있었다. 더구나 아무리 금감원의 기능이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 감독이라도 해도 반 나절 전에 증권사 대표들을 전부 불러모으겠다며 통보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B증권사 관계자는 “기관장이 전날, 그것도 반나절 전에 전화를 걸어서 당장 내일 오전에 나오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니냐. 김 원장이 자신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몇 몇 증권회사들이 금감원에 ‘부사장급 임원 대리 출석 가능’ 여부를 물은 지 한참 뒤인 4월9일 밤, 금감원에서 연락이 왔다.
‘대리 출석 불가. 본인 직접 참석’
 
다음날인 지난 4월10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 증권회사 대표이사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김기식 원장이 말을 열었다.
“신속하고 차질없는 투자자 피해보상을 위해 투자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합니다. 일부 회사 배당시스템은 삼성증권과 유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사의 시스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증권회사 스스로 꼼꼼하게 점검하는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합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되는 우리사주조합 현금배당 문제를 포함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전날 밤에 ‘본인 참석’ 통보를 받고 온 증권사 대표들은 허탈해했다. 김 원장의 말 중 대다수는 자신의 회사와 상관이 없고, 혹 있다손 치더라도 이 말을 하기 위해서 바쁜 증권사 CEO들을 반나절 뒤에 불러모으는 것이 말이 되느냐 싶어서였다.
 
이 날, 빈자리가 있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증권) 사장 자리였다. 유 사장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유명인사 중 한 명이다. 지난 3월에는 한투증권 주총에서 11번 연임에 성공하며 ‘최장수 CEO’가 됐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유 사장이 현재 해외 출장 중이어서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전날 밤에 ‘본인 출석’을 통보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4월10일 오후 3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바삐 한투증권 본사로 향했다. 금감원은 “김 원장이 삼성증권 배당 사고 후 현장을 점검하고자 한투를 찾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곧장 9층 회의실로 향해 한투 임원들의 브리핑을 들었다. 한투 증권 임원들은 프리젠테이션 창까지 띄워서 김 원장에게 자사 시스템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브리핑의 주제는 겉돌 수 밖에 없었다. 애당초 김 원장이 한투증권을 찾은 이유가 ‘삼성증권 우리사주조합 배당시스템 같은 문제를 근절’코자 한 것이었는 것이었는데, 한투증권에는 우리사주조합이 없다. 우리사주조합이 없으니, 우리사주조합에 배당을 할 것도 없고, 배당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을리 만무하다. 삼성증권 사태와 상관도 없는 브리핑을 들은 김 원장은 9층 회의실을 나와 1층 영업점으로 이동했다. 마침 영업점 창구에 앉아있던 일반인과 몇 마디를 나누고는 돌아왔다.
 
금감원은 “한투증권이 가장 가까워서 그 지점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슷한 거리에는 ‘우리사주조합’을 가진 NH투자증권 지점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회사 대표 20여명 정도는 다음날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것이 김기식 원장의 생각 아니겠느냐"며 "자신의 호출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지 않은 한투증권을 눈여겨 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8.04.13

조회 : 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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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주 (2018-04-14)   

    관존민비, 사농공상. 지금이 조선 왕조 시대인가. 이러고도 지금의 우리나라가 민주국가, 아니, 나라다운 나라 라고 할 수있나 에라이...

  • 자유인 (2018-04-13)   

    바쁜 증권사 대표들 전날 통보해서 불러다가 뭐하자는 거죠 김기식씨는 깜량도 안되는데 갑질까지 하다니...

  • ㅋㅋㅋㅋㅋ (2018-04-13)   

    와 기사 너무 재밌게 읽고 갑니다. 코메디가 따로 없네요... 자본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인사들이 나라 경제를 망치고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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