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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충격이 바둑계를 강타한 재작년 3월 말,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단편소설 두 편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왕성한 필력의 문청(文靑)들도 인공지능의 가공할 만한 스토리텔링 앞에서 무너졌다. 예술 분야만큼은 정복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인공지능이 아예 창작자의 수준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의 문학’이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인공지능 소설 공모전이다. 예전처럼 인간 중심의 문학 공모전에 인공지능 작품을 투고하는 수준이 아니다. 아예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창작된 소설작품만이 심사대상이다.
KT가 한국콘텐츠진흥원 후원으로 ‘KT 인공지능 소설 공모전’을 연다. 이번 공모전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 역량을 보유한 개인, 스타트업 등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참가자 및 참가업체들은 데이터 학습을 거친 자체 개발 알고리즘을 통해 주어진 양식에 맞게 소설을 작성·제출하면 된다.
응모 기간은 이달 5일부터 내달 13일까지다. 참가자 설명회는 내달 17일, 공모작 제출은 6월 3일까지다. 인공지능 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평가하는 1차 심사는 6월 18일부터 7월 15일까지다. 인공지능 기술 적용 및 창작기능을 평가하는 2차 심사(대상자 면접, 심사위원 평가)는 7월 25일에 열린다. 수상자 발표일은 8월 2일이다. 시상식은 추후 공지된다.
총상금은 1억 원 규모로 KT 측이 부담한다. 최우수상(1명)은 3000만 원, 우수상(2명)은 각 2000만 원, 이하 수상작(6명)은 각 500만 원의 기술지원금을 받는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가령 특정 솔루션(사용자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 문제들을 처리해주는 소프트웨어)이나 개발 어플리케이션에 어떤 키워드를 넣었을 때 인공지능이 소설을 창작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기사 번역이나 게임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인공지능 어플리케이션은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아직 소설 작품을 본격적으로 창작하는 인공지능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T 기업으로서 새로운 사업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공모전을 통해 학습을 거친 인공지능이 향후 창작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1차 심사에서 소설 본문부터 응모받는 이유와 관련해 “처음부터 개발 시스템을 저희가 다 받게 되면 그 순간 ‘중소기업 기술이 KT에 제공되는 프로세스’가 돼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 기술 자체를 제출받는 것만으로도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참가 접수 일정이 끝난 뒤 사전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품 심사를 통과한 개인 혹은 사업체가 2차 면접에 올 때, 전문가들이 실제 인공지능을 적용했는지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KT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1인 창작자들 활동 지원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업체들을 발굴할 계획이다. 관련 세미나도 공동으로 개최할 방침이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