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 안 위원장은 4일, 서울시청 맞은편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표는 한곳으로 모아야 힘이 되고 의미가 있다”며 “야권의 대표선수로 나선 안철수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안철수가 서울에 활력을 되찾아 드리고 싶다.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기고, 출근길 시민의 얼굴에 생기가 느껴지는 서울을 만들고 싶다”면서 “기회를 주면 시민들과 함께 혁신신화, 성공신화를 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철수 위원장은 또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지금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소위 ‘통 큰 양보’를 한 일을 언급했다. 당시 안 위원장은 정치권 밖에 있었지만, 기성 정치에 염증을 내던 유권자들 사이에서 ‘기대주’로 꼽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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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9월 26일,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포기 선언을 하는 방식으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양보'를 하고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에 힘입은 안철수 위원장의 당시 지지율은 50% 이상이었다. 서울시장을 노리던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비롯한 여타 후보들을 압도했던 셈이지만, 안 위원장은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지금의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선거 출마 기회를 ‘양보’했다.
이와 관련, 안철수 위원장은 출마선언문에서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하셨던 그 서울 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면서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린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의 ‘박원순 서울시’가 애초 자신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므로 '결자해지' 차원에서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위원장은 또 “위선과 무능이 판치는 세상을 서울시에서부터 혁파하겠다”면서 “▲의사 ▲교수 ▲IT 전문가 ▲경영인으로 성공한 자신의 경험을 서울시를 바꾸는 데 모두 쏟아 붓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어 서울시장 3선을 거쳐 대선에 도전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 박원순 시장을 겨냥한 듯 “서울시장직이 다음 선거를 위해 ‘인기 관리’하는 자리가 돼서는 혁신할 수 없다”면서 자신은 “오로지 새로운 기술이 열어준 혁신의 길을 시정에 적용해 시민의 삶을 편하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 출마했고, 차기 대선에도 나설 가능성이 큰 안 위원장이 이 같은 지적을 하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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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3선을 거쳐 대선에 도전하려 한다는 식의 비판을 했지만, 그 자신도 지난 대선에 출마했었고 차기 대선에도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뉴시스 |
안철수 위원장은 서울시 예산 관리를 투명하게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32조 규모의 서울시 예산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관리될 것”이라면서 “몇몇 단체를 위한 예산이 아닌, 시민을 위한 예산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은 만 원짜리 한 장도 헛되이 쓰이지 않을 것이고 서울시 주변을 맴도는 예산사냥꾼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위원장의 해당 발언은 ‘박원순 시정 7년’ 동안 박원순 시장이 비전문적인 시민단체 출신들을 서울시정에 참여하게 하고, 각종 예산을 자신의 지지기반인 시민단체에 집중 지원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공감한다는 걸 내비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위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의 예산 집행과 관련해 연초에도 ‘직격탄’을 날린 일이 있다. 지난 1월, 박원순 시장은 소위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 저감 대책’의 하나로 통근 시간대에 ‘공짜 버스ㆍ지하철’을 운행하며 하루에 약 50억 원, 3일에 걸쳐 15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썼다.
이에 대해 안철수 위원장은 “효과가 전혀 없는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 1월 17일, 안 위원장은 “15일 대중교통 무료화로 5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지만 서울시내 교통량이 고작 1.8% 감소하는 등 예산 낭비라는 점이 입증됐다”며 “오늘 또 무료화를 단행한 것은 100억 원짜리 포퓰리즘 정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또 미세먼지 악화 예보가 나오면 150억 원, 200억 원을 들여 계속 무료운행을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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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시장은 안철수 위원장이 서울시의 '공짜 버스·지하철 운행'에 대해 비판하자 1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안 대표님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정치가 이렇게 사람을 바꾸어 놓는가 절망감이 든다"고 적었다. 사진=박원순 페이스북 |
이틀 뒤,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안 위원장의 비판을 반박했다. 박 시장은 “안철수 대표님이 서울의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100억짜리 포퓰리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 안 대표님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정치가 이렇게 사람을 바꾸어 놓는가 절망감이 든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은 또 “망치로 내리치듯 둔탁하게 쏟아낸 말씀을 들으며 새로운 정치를 다시 생각한다”며 “편을 가르고, 다른 편의 일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새정치와는 너무도 먼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민병두, 전현희 의원도 ‘박원순 서울시’의 ‘공짜 버스·지하철 운행'을 비판했지만, 박원순 시장은 이처럼 안철수 위원장에게 '섭섭함'을 드러냈다. 7년 전, 안 위원장의 '양보'에 대해선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순간"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절망’ ‘비난’ ‘폄훼’ 등의 표현을 쓰면서 안 위원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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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혜자'와 '수혜자' 사이였던 안철수 위원장과 박원순 시장은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에 따라 서로 공방을 주고받아야 하는 경쟁자가 됐다. 사진=뉴시스 |
2011년 당시 '시혜자'와 '수혜자'였던 안철수 위원장과 박원순 시장은 이제 서울시장직을 놓고 서로 공방을 벌여야 하는 경쟁자가 됐다. 앞서 본 것처럼 이들은 이미 한 차례 '탐색전'을 벌였었다. 앞으로 안 위원장과 박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어떤 말을 주고받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