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야권연대’를 제안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중 지방선거를 위해 바른미래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이는 정 의원이 처음이다.
정진석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멈추게 할 가장 효율적인, 가장 강력한 야권의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지의 “야권 선거연대 논의의 장을 열자”란 글을 게시했다. 정 의원은 해당 글에서 “정당은 정권 쟁취를 목표로 하는 결사체”라면서 ‘선거연대’의 당위성을 얘기했다. 정 의원은 해당 주장의 논거로 1997년 당시 ‘김대중(DJ)-김종필(JP)’의 소위 ‘DJP(DJ+JP) 연합’과 2012년의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사례를 언급했다.
정진석 의원은 “김대중 후보는 이념의 거리가 달나라보다 먼 초대 중앙정보부장 김종필씨와 손잡고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적었다. 이어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 승리를 위해 안철수씨와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고 선거 막판에는 이정희 후보와 손을 잡았다”고 기술한 뒤 “강력한 후보 박근혜를 꺾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잡겠다는 단 하나의 원칙에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야합’이라는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지방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
|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좌)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했다. 사진=뉴시스 |
정진석 의원은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12년 총선 때 민주당(민주통합당,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통진당(통합진보당)과 선거연대를 해 종북세력의 국회 진입문을 활짝 열어줬다” “지금의 여당은 선거 때마다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야권연대를 시도했다”면서도 “정당으로서 당연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두 당의 '선겨연대'를 '적폐연대'라는 식으로 규정하려는 데 대한 '반박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정진석 의원은 “지지율 합계가 30%가 되지 않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은 자멸을 초래한다”며 “이런 구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6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할 하등의 이유가 있느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정강 정책에 무슨 큰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
| 2012년 총선 당시, '야권연대'를 맺은 민주통합당 대표 한명숙씨와 소위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씨가 공동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진석 의원은 개헌을 강행하는 문재인 정권도 비판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쇼쇼쇼’로 조성한 국민 지지율을 믿고, 민주적 절차와 관행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 “헌법이 규정한 ‘국무회의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헌법개정안을, 대통령 비서가 들고나와 3일씩 대국민 홍보쇼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선 “야권 선거연대, 주저해서는 안 된다.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며 “야권 선거연대를 위한 논의의 장을 열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정진석 의원이 밝힌 것처럼 정당 지지율만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자도생’해 더불어민주당을 이길 확률은 적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서치뷰가 《뉴시스》의 의뢰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50%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20%, 8%에 불과하다.
 |
|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서치뷰가 《뉴시스》의 의뢰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50%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20%, 8%에 불과하다. |
두 당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란 얘기다. 이는 두 당이 연대를 하더라도 광역단체장 당선을 장담할 수 있는 지역(대구ㆍ경북 제외)을 꼽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주요 인사들은 선거연대론에 대해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3월 29일, “국민에게 야합으로 보일지, 문재인 정부를 위한 야권의 연대·협력으로 보일지 등 여러 장애물이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런 점에서 마음이 조금 열려 있는 편”이라면서 “당내 반발이나 국민적 오해 등을 극복하면 부분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라고 말했다.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힌 셈이다.
 |
| 유승민(좌)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가, 같은 당 박주선(우)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사진=뉴시스 |
유승민 대표 발언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곧바로 화답했다. 그는 3월 30일, “거대권력 그리고 독점적 선거 정국을 가져가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응하기 위해서 야권은 언제든지 공조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국민 지지가 없는 야권공조는 어떻게 보면 정치공학적인 그런 공조가 또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3월 30일)”고 말했다. 역시 ‘조건부 찬성’인 셈이다.
이에 대해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3월 30일,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당의 약진 내지는 성공을 제어하기 위해서 그들이 쳐놓은 덫인데 우리가 한국당과 연대‧연합을 얘기하면 스스로 덫에 갇히는 일”이라며 “선거연대나 연합은 없고, 오로지 우리의 가치와 우리 명분과 우리의 당당함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고 국민의 이성적 기대 판단을 얻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
| 홍준표(우) 자유한국당 대표는 바른미래당과의 '비겁한 선거연대'는 없다고 일축했지만, 같은 당 김성태(좌) 원내대표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선거연대' 발언에 "언제든지 공조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사진=뉴시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선거연대’를 거부한다. 홍 대표는 3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1996년 2월, 신한국당을 창당한 이래 22년 동안 한나라, 새누리,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타당과 선거연대로 각종 선거에 임한 적이 없었다”면서 “일각에서는 타당과 선거연대를 하자는 말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러한 비겁한 선거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제기된 바른미래당과의 ‘선거연대론’을 일축한 것이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