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GB금융그룹의 본점 건물 전경. 사진=조선DB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서 대구은행장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작년 8월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후 처음 밝힌 공식입장이다. 그룹 임직원들도 예견하지 못한 발표였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은행의 안정과 도약, 지배구조 개혁을 위해 단행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DGB금융지주 회장직과 관련해서도 “상반기 내에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종합금융그룹’ 완성을 못 보고 물러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온다. 당초 DGB금융은 금융감독원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인가’를 요청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중순 DGB금융 측에 사업계획서 내용 미흡을 이유로 자료 보완을 지시했다. 사측이 다시 서류를 보완해 제출하면 심사가 재개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채용비리, 비자금 의혹 등이 제기되고 박 회장의 행장 사임 결정까지 겹치면서 사업 확장 계획에 돌발변수들이 나오게 됐다.
또 DGB금융의 의도대로 하이투자증권이 상반기 내 자회사로 편입될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늦어도 5월 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심사 기간은 대개 3개월 정도 소요된다. 인수자금 조달계획도 새로 수립해야 한다.
이 같은 전후 상황을 고려한다면, 박 회장이 본인의 거취를 표명하기 전에 자회사 편입이 완료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박 회장에게 있어 증권사 인수는 숙원과도 같은 사업이었다. 2015년 ‘2020년까지 종합금융그룹 기반을 완성하겠다’며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소망은 어떻게 될까. 현재 DGB금융은 4월 내 금감원에 보완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DGB금융과 하이투자증권 직원들로 구성된 팀에서 합병 후 조직 관리에 대한 논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DGB금융지주 지배구조가 변경됨에 따라, 지주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던 시스템에서 대구은행장을 별도로 선임(이사회를 통해 추후 논의)하는 체제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30일 후임 행장 선임을 위한 회의를 열 계획이다. 대구은행 정관을 보면 최고경영자가 금융 감독기구로부터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받거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이사회가 비상경영계획 승계절차를 실시해야 한다.
최고경영자 승계절차가 개시되면 이사회는 40일 내로 최고경영자 후보를 심의·확정한다. 이후 주주총회에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안건으로 부의한다. 신임 행장은 늦어도 5월 중순경 확정될 전망이다.
현재 차기 후보로 박명흠 대구은행 부행장, 김경룡 DGB금융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밖에 DGB금융 측 전·현직 임원, 금융지주 자회사 사장 등 5~6명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아직 박 회장이 있는 한, 후임 행장이 그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인사가 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박 회장은 회장직에서도 물러나게 될까. 일각은 그가 회장 자리는 지속해 지켜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후임 행장에 핵심 인사를 앉히고 임원도 본인 편으로 재편해 그룹을 더욱 강하게 장악하리라 보는 것이다. 그가 진정 회장직까지 물러날 생각이었다면, 굳이 행장직만 먼저 내려놓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의 거취와 별도로 사정당국은 비자금 의혹, 채용비리 건에 대해서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3년 동안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 수수료를 공제받아 현금화하는 식(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처음 경찰 내사로 시작됐다가 현재 부산지검 특수부에서 맡고 있다. 수사 결과는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도 박 회장을 겨냥할 공산이 있다. 금감원은 작년 말부터 은행권 전반의 채용비리 검사를 실시, 대구은행을 피고발 대상 은행에 포함시켰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